공격성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대체로 생물학적 요인과 학습에 의해 공격성이 형성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코스텔닉 등(Kostelnik et al., 2009)은 공격성의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 좌절-공격성 가설, 관찰학습, 강화, 왜곡된 지각 가설, 직접적 가르침, 사회적 지식과 기술의 부족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1. 공격성의 원인
1) 생물학적 요인
본능, 기질, 호르몬 등의 생물학적 요인은 유아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친다. 로렌츠(Lorenz, 1966)는 인간은 안전과 다른 기본적인 요구가 위협받을 때 공격적이 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공격적 본능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서로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활동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Shaffer, 2008).
유아의 기질도 공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Loeber et al., 1998). 기질적으로 시끄럽고, 활동적이고, 산만하고, 일과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유아는 또래의 물건을 빼앗고, 때리고, 집적거리며 신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어 순한 기질의 유아보다 더 자주 공격성을 보인다.
한편, 남성호르몬이 높을 경우 신체적인 공격성과 공격적 충동이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유아의 공격성에 생물학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준다(Tremblay et al., 1997; Archer, 1994). 그러나 인간은 감정이입과 공감 능력이 있어 자신의 공격성을 통제할 수 있으며, 인간의 공격성은 사회적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수정되고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생물학적 단일 요인만으로 공격성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 좌절-공격성 가설
베르코비츠(Berkowiz, 1965)는 좌절은 유아를 화나게 만들고 이것이 이전의 공격적 습관이나 외적인 공격적 단서와 연합되어 공격적 행동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그에 의하면 좌절은 공격성의 근원으로 유아를 화나게 만들어 공격성을 표출할 준비를 하게 한다. 좌절뿐 아니라 도발하는 사건, 이미 형성된 공격적 습관 등도 유아에게 공격성을 표출할 준비를 하게 하고, 이것이 공격적 단서와 연합하면 공격적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만족한 유아보다 좌절한 유아가 공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고, 공격적 습관이 형성된 유아가 그렇지 않은 유아보다 공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격성과 연합된 표상물(예: 탱크, 총 등)이나 사건 등의 공격적 단서들은 유아의 공격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Shaffer, 2008).
그러나 유아가 좌절한다고 해서 항상 공격적인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좌절했을 때 유아는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포기하는 등 비공격적인 방법으로 대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좌절은 공격성의 원인이 되기는 하지만 반드시 공격적인 반응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좌절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3) 관찰학습
유아는 다른 사람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관찰·학습함으로써 공격적 행동을 배운다(Bandura, 1973). 유아는 TV 프로그램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접하거나 친구가 다른 아이의 물건을 빼앗는 것을 보기도 하고, 성인이 말을 안 듣는 아이를 체벌하는 것을 보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친구에게 자신의 놀잇감을 빼앗기고, 성인에게 맞기도 하고 거칠게 다루어지기도 하면서 직접적으로 공격성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관찰하고 경험한 유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공격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힘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기를 깨뜨리기도 한다(Garbarino, 2006). 관찰을 통해 학습한 것은 더 강하고 오래 기억에 남게된다. 유아는 공격적인 행동의 효과를 목격하면 이것을 오래 기억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공격적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4) 강화
반두라(Bandura, 1973)에 의하면 공격적 행동에 대해 강화를 받은 유아는 이후에도 공격적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강화는 유아의 공격적 행동이 어떻게 습관화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친구의 놀잇감을 힘으로 빼앗거나 친구를 때릴 때, 친구가 양보하거나 물러나 자신의 뜻대로 된다면 유아의 공격성은 강화를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공격적인 행동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고, 자신이 힘이 있다고 느끼며 공격적 행동이 자존감을 높여 준다고 믿게 된다. 이는 더욱더 공격적 행동을 강화하게 되어 습관으로 유지되게 한다.
5) 왜곡된 지각 가설
왜곡된 지각 가설은 도지(Dodge)의 사회정보처리 이론에 기초해 유아의 공격성을 설명한다. 어떤 유아는 사건에 직면했을 때, 상대방이 적대적인 의도가 없었는데도 적대적인 의도를 갖고 자신에게 해를 입혔다고 생각해 공격적 행동을 한다.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적대적 귀인 편향이라고 한다(Shaffer, 2008). 즉, 공격적인 유아는 상대방의 의도가 적대적이 아니라는 사회적 단서들을 정확히 해석하지 못하고 적대적으로 판단해 화가 나서 공격적 행동으로 보복을 하는 것이다.
사회정보처리 이론에 따르면, 똑같은 사건인데도 유아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공격적 또는 비공격적)을 보이는 것은 사회적 단서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공식화하여 반응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지나가다가 블록 쌓은 것을 부수었을 경우, 피해를 입은 유아는 즉각적으로 단서를 부호화하고 해석한다(예: 어떤 피해를 입었지? 왜 나에게 피해를 입혔을까? 의도적인가 비의도적인가?). 그다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목표를 공식화하고 이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책략을 생각해 보고 평가해본 후 선택해서 반응을 실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유아의 과거 경험, 사회적 기대, 사회적 규칙에 대한 지식, 정서조절 기술 등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Shaffer, 2008).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유아는 애매한 상황일 때 상대방이 적대적 의도로 그러한 사건을 일으켰다고 생각해 해결책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적대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보복한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이들은 또래나 교사들과 부정적 관계를 형성해 거부당하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공격성을 나타내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6) 직접적 가르침
때로는 친구나 형, 누나, 성인 등이 유아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격적 행동을 알려주기도 한다(Kostelnik et al., 2012). 유아는 이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알려 주는 대로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유아가 성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hanab & Yahya, 1977). 부모가 자녀에게 “친구가 때리면 너도 맞지만 말고 같이 때려”라고 무심코 던진 말이나, “여자처럼 굴지 마”라는 친구의 말 등은 유아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7) 사회적 지식과 기술의 부족
유아는 자기조절 능력, 의사표현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의 사회적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해 공격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또한 유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거나 중요한 것을 보호하지 못했을 때, 다른 유아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이 대처할 방법이 없으면 신체적 공격성에 의존한다(Goleman, 2006; Herbert, 1998). 이럴 경우 비공격적인 방법으로 연습할 기회가 없거나 사회에서 허용되는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하게 되면 공격적 행동을 더 많이 보이게 된다(Levin, 2003).
2. 공격성의 발달양상
1) 연령에 따른 공격성 양상
유아기의 공격성은 신체적인 힘을 사용하고 도구적 공격성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억이 오래가지 않고 보복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적대적 공격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Shaffer & Kipp, 2006).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유아는 대체로 신체적 힘을 사용해 공격성을 나타낸다. 어린 유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즉시 갖고 싶지만 언어적 능력이 제한되어 있고, 적절한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주세요”라고 말했음에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신체적인 힘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초등학생이 되어 언어적 능력이 증가하게 되면 신체적 방법보다 언어적 방법을 더 많이 사용한다. 언어적 조롱, 놀리기, 비난, 비밀 누설 등의 언어로 공격하는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무기가 되어 부모나 교사가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 유아의 공격성은 대부분 도구적 공격성이다. 유아는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물건을 공유하거나 양보하기가 힘들다. 또한 충동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갖고 싶을 때 이를 참기 힘들다. 이러한 발달적 특징 때문에 물건을 지키거나 갖기 위해 때리거나, 잡거나, 깨무는 등의 도구적 공격성을 나타내게 된다. 도구적 공격성은 30개월경 절정을 이루다가 차츰 감소한다(Garbarino, 2006). 이후 초등학생이 되면 언어적·인지적 능력의 발달로 인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으로 협상하고 문제해결을 하는 등 분쟁을 우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므로 전반적으로 공격성이 줄어들게 된다.
- 유아기에는 적대적 공격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취학 전 유아의 싸움은 매우 감정적이지만 기억력이 잘 발달되지 않아 나쁜 감정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고 싸우고 나서도 금방 친해져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같이 논다. 이 시기의 유아는 이러한 싸움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보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Shaffer & Kipp, 2006). 따라서 이 시기에는 적대적 공격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초등학생이 되면 타인의 부정적인 동기를 알게 되고, 기억력의 발달로 싸운 후에도 오랫동안 화가 났던 상황을 기억하게 되어 적대적 공격성이 나타난다. 특히 6~8세 사이에는 상대방의 공격이 의도적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워 실제 의도와 관계없이 공격성을 보이게 된다. 8~12세가 되면 또래와의 비교와 경쟁이 증가하면서 위협을 느끼게 되고 또래를 눌러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려고 한다. 이 시기는 의견의 사소한 불일치나 오해가 거부, 괴롭힘, 모욕 등의 적대적 공격성으로 빠르게 확대된다(Garbarino, 2006; Goleman, 1995). 특히, 남아의 경우에는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거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보복적 행동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Shaffer & Kipp, 2006).
2) 성별에 따른 공격성 양상
유아는 남아와 여아 모두 공격적일 때가 있고, 모두 똑같이 공격성을 보이지만 공격성의 표현에서 성차를 보인다. 유아기 남아와 여아의 성별에 따른 공격성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신유림, 2008; Kostelnik et al., 2009).
- 1세경에는 남아와 여아 모두 공격적이다.
- 15개월~2세경에는 공격성의 표현에서 성차가 나타난다.
- 남아는 여아보다 겉으로 공격성을 드러낸다. 남아는 여아보다 신체적인 힘과 언어적인 위협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자신을 겨냥한 공격성에 대해서는 보복을 한다.
- 여아는 남아보다 더 관계적인 공격성을 보인다. 여아는 뒷담화, 냉대하기, 따돌리기, 나쁜 말하기 등으로 자신의 힘을 나타내고 상처와 모욕에 반응한다.
- 여아가 보이는 관계적 공격성은 남아의 외현적 공격성과 같은 수준이다.
- 공격성에서 성차가 나타나는 것은 남성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신체적인 힘, 더 강하고 격렬한 신체적 충동), 사회적 학습요인(사회적으로 남아에게는 신체적인 공격성이 더 용인되고, 여아에게는 자존감을 손상시키거나 상황을 조정하는 것이 더 용인됨)과 관련이 있다.
- 공격성을 많이 보이는 유아는 남아 여아 모두 또래에게 거부된다.
< 유아사회교육, 김희태·김경희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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