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자세(기본적 인생태도)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욕구는 스트로크를 통해 채워진다. 따라서 아동은 부모로부터 받은 스트로크에 따라 자기 자신이나 타인, 인생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형성하게 된다. 결국 기본적인 삶의 입장은 어릴 때 부모와 주고받은 스트로크를 기초로 형성된 자기나 타인 또는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인 것이다. 생활자세(기본적 인생태도 : life podition)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형성된 자신이나 타인 혹은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 및 이에 근거한 자기상, 타인상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생활자세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족스러운 스트로크를 제공받았을 때, 부정적인 생활자세는 부모의 반응이 부적절하거나 부정적 스트로크를 제공받으면 형성된다. 긍정성은 인간이 지닌 본질적인 측면으로 안정성이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즐거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상태일 때 나타난다. 반면, 부정성은 불안정성,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느낌, 어리석음,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인생태도의 개념은 에릭슨의 기본적 신뢰감과 불신감의 개념이나 보울비의 내적 작동 모델의 개념과도 유사하다. 인생태도는 생의 초기에 형성되는 것으로, 아동은 네 가지 인생태도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며 자신이 형성한 인생태도에 따른 행동을 수행하게 된다(Harris, 1991). 한 개인이 상호교류를 통해 자신과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자기 자신, 타인, 사물, 문제에 대해 특수한 자세를 가지는데, 이와 같은 생활자세를 '나는 옳다'와 '너는 옳다'의 조합형태에 따른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한편 번에 의하면,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과거에 형성된 가치와 신념을 변화시켜 행동양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조재이다.
1) 자기부정-타인긍정
인간은 출생 직후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이로 인해 아동은 자신이 무능하며(I'm not OK), 자신보다 타인이 유능하다(You're OK)는 인생태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부정-타인긍정(I'm OK-You're OK)의 자세이다.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다른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하며 자신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타인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특히 출생 직후 자녀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무력한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이런 태도의 사람은 자신이 타인에 비해 부적절하고 열등하다고 느끼며,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다른 사람이 인정해 줄 경우에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비하나 열등감으로 인해 타인을 회피하거나 절망감, 자포자기,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인생태도를 가진 아동은 스트로크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부모가 자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해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를 지시하고 통제하기보다는 자녀가 스스로에 대한 긍정의 감정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격려해야 한다. 또한 자녀가 스스로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이 부모의 지시에 지나치게 순종적인 모습보다는 자율감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2) 자기부정-타인부정
자기부정-타인부정(I'm not OK-You're not OK)의 인생태도는 출생 후 부모와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지 못하여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느낌에서 비롯된다. 이 생활자세는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에 나타날 수 있는데, 걸음마기는 주변 환경 탐색에 관심이 많아지며 배변훈련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부모가 주변 환경을 탐색하려는 자녀의 시도를 허용하지 않으면 적절한 자율성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되고 자신에 대한 무능력감이 형성된다(I'm not OK). 이와 동시에 엄격한 대소변훈련 등 부모가 보이는 지나친 통제나 지시는 아동으로 하여금 부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한다(You're not OK). 이 경우 유아는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믿지 못하며 자신에 대해 수치감과 무능력함, 더 나아가 인생을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즉, 자신도 가치 없는 존재이지만 타인과 인생도 무가치하다고 간주한다.
이러한 생활자세는 자신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믿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자신은 승리할 수 없다고 느끼며 인생 역시 황량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본다. 또한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타인부정의 인생태도를 형성한 아동은 이를 제삼자에게도 적용시켜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긍정적인 스트로크를 주고 받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스트로크에 대한 욕구는 강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인 스트로크를 경험하는 악순환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아동에게는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주고 사소한 긍정적 행동이라도 격려해 주는 등 긍정적인 스트로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 지지나 격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 생활태도의 아동은 인생에 대해 무가치감을 느끼며 절망감, 자포자기 및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 쉽다.
3) 자기긍정-타인부정
자기긍정-타인부정(I'm OK - You're not OK)의 태도는 아동이 점차 성장하며 외부의 도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부모의 통제와 같은 외부자극을 거부하면서 형성된다. 이때 부모로부터의 사랑이나 애정의 결핍정도가 심각하거나 심한 학대를 경험한 경우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자세를 지니고 타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자세를 가지게 된다. 성장하는 동안 부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은 아동은 옳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부모라는 결정을 내린다. 이런 결정을 내린 아동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자신에게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자세로 바뀌고 부모에게 가졌던 긍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것으로 변하게 된다. 즉, 출생 초기의 자기부정-타인긍정의 자세가 도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생태도를 가진 아동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타인은 옳지 않고(You're not OK), 나를 혼자 내버려 둔다면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I'm OK)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타인에 대해 불안해하고 불신하면서 부적절하고 가치 없는 사람으로 보며 다른 사람 위에 서고자 하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를 잘 내고 타인을 무시한다. 타인에게는 냉정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매우 관대하여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타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이 생활자세가 지속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은 무능력한 존재로 간주하여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4) 자기긍정-타인긍정
자기긍정-타인긍정(I'm OK - You're OK)의 인생태도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타인에게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과 타인 모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하고 건전한 형태의 생활자세이다. 이 생활태도는 앞의 세 가지 인생태도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앞의 세 가지 인생태도는 감정적인 측면에 기초하며 생의 초기에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반면, 자기긍정-타인긍정의 자세는 의식적인 사고나 활동에 기초한다.
이 인생태도는 생애 초기에 스트로크를 많이 경험한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아동의 의식이나 사고가 발달하기 전에는 자기긍정-타인긍정의 자세를 가질 수 없으나 아동에게 성인 자아상태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이러한 자세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되며,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주변 환경을 탐색할 때 애정을 표현하고 아동의 행동을 격려하고 강화해 줌으로써 아동 스스로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동은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며 자신도 옳고(I'm OK), 타인도 옳다(You're OK)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 인생각본
인간은 교환하는 스트로크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을 구조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아동은 부모로부터 받는 스트로크에 따라서 특정한 인생태도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서 다양한 인생각본(life script)을 형성하게 된다. 각본(script)이란 교류분석에서 사용되는 개념의 하나로,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그것이 어떻게 귀결되는가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의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하며 자기 자신은 그 드라마의 각본을 무의식적으로 연기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드라마에서 연기자가 각본에 의해 모든 행동과 사고를 하는 것처럼 개인은 자신의 드라마, 즉 인생각본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교류분석이론에서는 그 각본을 자신이 작성한다고 생각한다. 인생각본은 어린시절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그 후로는 인생과정을 통한 경험에 의해 강화받아 고정되는 인생에 대한 청사진이다. 특히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인 스토르코의 양과 유형은 각본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거절당하고 비건설적인 메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들었던 아동은 그것을 하나의 메시지로 받아들여 그것을 따르기로 하고 결국 파괴적인 각본을 만들어 삶을 살아간다. 개인의 인생각본에는 성공적인 승자각본, 평범한 각본, 파괴적인 패자각본이 있다.
1) 성공적인 승자각본
성공적인 승자각본을 가진 아동은 인생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자기실현을 이루어 내는 각본을 가지고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해 실행하며 살아가고 자신의 인생에 만족한다. 실패할 때도 있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 나가며 성공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유형은 자존감이 높으며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심이 강하다. 매우 낮은 비율의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2) 파괴적인 패자각본
파괴적인 패자각본을 가지고 있는 아동은 스스로에 대해 자신의 힘으로 목표를 달성할 힘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또한 실패의 책임을 자신이 지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전가시키고 과거에 실패했던 경험에 연연하며 그 실패가 곧 자기 자신이라 믿으며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상황이 항상 나쁜 쪽으로 갈 것이라는 각본을 가지고 있으며 열등감이 많고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며 심리적인 문제도 가지고 있다. 승리자보다 높은 비율의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3) 평범한 각본
평범한 인생각본을 가지고 있는 아동은 비교적 성실하고 근면한 태도로 인생을 살아간다.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의식이 약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합리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과 에너지,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즉, 사회적으로 공헌하거나 기여하는 삶을 살지는 못한다. 대부분 자기합리화를 많이 하며, '그래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출생 이후 부모나 기타 중요한 인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한 인생각본을 형성하게 되면 그 이후에 직면하는 모든 사건을 기존에 형성된 각본에 맞추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따라서 각본분석은 자신의 파괴적인 패자각본을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인 각본으로 재결정(redecision)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부모로부터 전달되는 메시지는 인생각본의 기본이 된다. 각본은 결국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 형성된 자아개념을 바탕으로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기인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인생 성공자의 각본을 가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 부모교육, 김진경·서주현 / KNOUPRESS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