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지각 지능은 다른 사람의 감정, 신념, 의도들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심을 이룬다. 즉 다른 사람의 행동, 동기,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발달 초기의 이 지능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발전해 간다. 테레사 수녀, 킹 목사 등에게서 발현되었던 능력들이다. 이 지능은 특히 치료사, 부모, 교사 등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대인관계 지능의 기능은 두뇌의 전두엽(frontal lobes)과 연결되어 있다.
대인관계 지능은 자폐증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매우 약한 반면, 정신병리 현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동기 등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고 자신의 감정과 의지 등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발달과정
1.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
다른사람의 감정적 경험에 대한 이해는 곧 감정이입(empathy)의 개념을 연상하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인지적 반응으로 정의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갖게 되는 정의적인 반응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정의되는 감정이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① 아동들이 상황에 대한 묘사를 보거나 듣고 그 이야기 속의 상황이나 주인공의 표현된 정서를 규명하고.
②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느꼈었는지를 기억하며,
③ 그림으로써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으로 정의될 때는 그 이해가 역할이행이나 투사, 동일시에 의해서 혹은 다른 사람의 감정적 단서를 모방함으로써 이루어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니면 이해를 통해 정서적 경험을 공감하게 되는 것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4세경이 되면 행복, 슬픔, 공포, 분노 등을 분명한 상황에서는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4세 아동의 경우 행복한 감정의 표현은 상당히 정확하게 변별하지만, 두려움,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은 4세에서 7세 사이에 점차 그 정확성이 증가함을 볼 수 있다. 특히 공포와 슬픔의 상황에 대해서는 나이뿐만 아니라 문화의 요소도 작용하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지적 감정이입(cognitive empathy)은 정서적 감정이입(affective empathy)을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으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아동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상황에 의존하는지, 얼굴의 표정에 보다 의존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보면 3세경의 경우 상황에 보다 많이 의존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얼굴표정에 의해서도 같은 정서표현을 규명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이 두 요인의 영향은 일반화하기 어렵다. 아동들이 보이는 정확성은 상황의 친숙도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아동들에게 익숙한 상황인 경우에는 감정의 이해와 변별도 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특히 이 시기에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유를 자발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감정이입은 아동의 사회성과 도덕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으로 간주되고 있다.
2. 타인의 사고에 대한 이해
아동들의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한 추론능력은 의사소통 행동이나 게임행동, 이야기 분석 등을 통해 연구되어 왔다. 아동들이 상대방에 맞추어서 다르게 설명한다고 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지식과 태도를 분석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 플라벨(Flavell, 1975)은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촉진한다고 말하고 있다. 드브리스(DeVries, 1979), 셀먼(Selman, 1971), 페퍼(Feffer, 1959) 등도 여러 상황에서 아동들의 역할이행 능력의 발달을 연구하였다. 이들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일반적으로 6세경의 아동은 다른 사람이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음을 추론할 수 있게 되며, 아동기 아동들은 다른 사람도 자신의 생각을 추론함과 동시에 상대방도 자신의 생각을 알고 있음을 추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추리능력의 정확성과 가역적 사고의 인지능력은 청년 후기까지 계속 발달해 간다.
셀먼(1974, 1980)이 제시한 역할이행(role talking)의 발달단계는 다음과 같다.
✔ 유아기(4~6세)
① Level A: 아동들이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는 하나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 간에 구별이 없다.
② Level B: 아동들이 자신과 남을 분명히 구별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 사이에 공통점을 보지 못한다.
③ Level C: 다른 사람의 입장에 자신이 있게 되는 경우를 상정해 보게 되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마도 같을 것임을 우선 전제한다.
④ Level D: 아동들은 다른 사람도 다른 사람 나름대로의 이유를 근거로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자신과 같을 수도 또는 다를 수도 있음을 인지한다.
✔ 아동기(6~12세)
① Stage 1–사회적·정보적 역할이행(6~8tp): 아동들은 다른 사람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에 따라 사회적 행동을 다르게 보리라는 것을 인식한다. 이것은 사람들을 사회적 상황의 해석자로서 봄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의도적인 행동과 우연적인 행동을 구별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② Stage 2-자아반영적 역할이행(8~10세): 아동들은 자신의 내적인 사고, 감정, 의도 등이 다른 사람들의 사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백히 인식한다. 그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되지만, 이러한 수준의 생각은 순서적으로 일어날 뿐이다.
③ Stage 3-상호 호혜적 역할이행(10~12세): 아동들의 역할이행은 동시에 상호호혜적으로 일어난다.
3. 타인의 의도에 대한 이해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성인들은 그들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추론하게 된다. 즉, 다른 사람이 그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추리이다.
의도적인 행동과 우연적인 행동을 구별하는 능력과, 의도적인 행동의 유형이 좋은 행동인지 아닌지를 변별하는 능력은 모두 발달의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개인이 파악한 의도는 그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한 칭찬이나 비난, 평가를 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초 요인으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의도성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도덕적 판단능력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8~9세까지의 아동들은 판단의 주요 준거로서 결과적 피해를 고려하며, 점차 나이가 듦에 따라 행위자의 의도를 바탕으로 판단하게 된다(Piaget, 1965l Cowan et al., 1969). 다양한 측면에서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아동들은 6세경이 되면 어떤 행동이 가져온 결과에 관계없이 그 행동이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적인 것이었는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가 극단적이고 치명적이 되면 될수록 그러한 변별은 모호해진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 대인지각
아동은 나이가 들거나 경험을 쌓아 감에 따라서 타인에 대한 정보를 지각하고 조직하게 된다. 여기서는 아동의 타인지각 차원이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영아기 동안의 대인지각의 특징은 고작 자기와 자기가 아닌 대상을 구별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 단계는 전사회적 단계와 공생적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전사회적 단계에서는 환경에서 생물체와 무생물체가 구별되지 않지만, 공생적 단계에서의 영아는 엄마와 강한 관계를 가지며 엄마와 환경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와 엄마를 분명하게 구별하지는 못한다. 이와 같이 단지 몇 개월밖에 안 된 영아도 특정인을 인식할 수 있고 선별적으로 찾으려 한다는 사실은 시각적 이미지 셰마(schema, 스키마)를 형성하는 과정이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영아는 나이가 들면서 어떤 행위나 사건을 특정인에 대한 그들의 셰마와 관련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령이 더해 감에 따라 타인을 묘사하는 차원이 달라진다. 이것은 자기지각에 있어서 일어나는 변화와 비슷한데, 유치원 아동은 사람을 묘사할 때 사람의 외모, 소유, 환경, 활동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을 뿐 사람의 심리적 특성(인성 기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한다. 이것을 피아제는 전조작기 아동이 중심화 혹은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 조작기 아동은 사람을 묘사할 때 심리적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들은 점차 타인의 내적 사고, 느낌, 의도에 대해 언급하게 되는데, 이는 자기중심적 추론이 감소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 시기의 아동은 기본적 특징에 의해 자기 자신을 지각하기 시작한 것처럼 타인에게도 어떤 심리적·사회적 특징을 붙이기 시작한다. 이런 특징 지각은 사회학습 경험에 의존하게 된다.
타인에 대한 묘사에서 성인은 인간의 성격이나 기질과 상황적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지적할 수 있다. ‘만약’, ‘그러나’, ‘왜냐하면’, ‘그때’ 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성인들의 묘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아제 이론과는 대조적으로 성인도 친구에 대해 묘사할 때는 상당한 자아중심적추론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성인기 우정이 서로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속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 아동관찰 및 행동연구, 홍순정·최석란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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