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타적 행동
이타적 행동에는 다른 사람을 돕고, 위로하고, 구해 주며, 또한 방어해 주고 나누는 행동 등이 포함된다. 유아가 음식이나 장난감 등을 나누어 갖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자기중심적이고 순간적이라 하더라도 아주 어린 시기부터 이타적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조망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2~3세의 유아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면 무엇이 유아를 이타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것은 인지적 조망능력이 아닌 다른 측면을 바탕으로 친구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특히 어린 시기의 이타적 행동의 기초가 되는 개념으로서 감정이입(empathy)을 들 수 있다. 유아기에 나타나는 이타적 행동을 살펴보고 감정이입과 이타적 행동의 관계, 이타적 행동의 훈련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 유아기의 이타적 행동
15~24개월의 유아가 다른 사람의 분노, 두려움, 슬픔, 아픔, 피로 등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한 결과, 자신이 그런 나쁜 결과를 일으켰을 경우 상대방을 위로하고 도와주고 장난감을 주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은 전체 사건에서 30% 정도 나타났는데, 본인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에도 이타적 행동의 비율은 거의 같았다(Zahn-Waxler etc et al., 1979).
이타적 반응은 유아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였는데 이것은 어머니의 반응이 유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지적되었다. 어머니가 정서적인 설명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유아의 이타적 행동이 더 많았다. 정서적인 설명의 형태로는 ① 도덕적 표현(‘네가 친구를 울렸구나, 때리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등), ② 설명과 함께 금지하는 것, 원칙에 대한 언급(‘다른 사람의 눈을 절대로 찔러서는 안 된다’ 등), ③ 애정의 중단 등이 포함되었다.
또 다른 어머니들은 “네가 친구를 밀어서 그 아이가 우는구나.” 등과 같이 비교적 중립적으로 설명하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설명 없는 금지, 신체적 제한, 신체적 벌을 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몇 가지 기술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져 온 형태는 도덕적 언급과 원칙에 대한 언급이었다. 반면 설명 없이 금지하는 것(‘하지 마’, ‘안 돼’ 등)과 신체적 벌의 경우는 어린이가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중립적인 반응은 어떤 쪽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이타적 행동은 1세를 전후해서 이미 나타나며 행동의 빈도는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좌절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짐을 볼 수 있다. 즉, 어머니의 정서적 반응은 유아가 다른 사람과 물건을 나누어 쓰거나 도와주거나 위로하는 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타적인 행동을 많이 보이는 유아의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좌절에 대해 단순히 인지적 규명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이 기대된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들은 또한 자녀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위험이나 어려움을 잘 예측하는 ‘감정이입적 관심과 보살핌’ 의 특성을 보였다.
이타적 행동에 대한 모델링의 영향도 검토되었으나 이타적 행동의 빈도와 모델링의 빈도는 직접적인 상관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직접적인 명령이나 금지보다는 유아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감정적 상태를 감지하고 동정심이 일어나도록 해 주는 것이 이타적 행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유발시킬 수 있다.
2. 감정이입과 이타적 행동
감정이입(empathy)이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정서적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hoffman, 1976).
아주 어린 유아도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18개월이 된 유아는 다른 아이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울거나 겁이 나서 손가락을 빨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을 원초적 감정이입(primitive empathy)이라고 부른다. 이런 반응은 다른 사람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조건화에 의한 반응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아론프리드(Aronfreed, 1969)의 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의 경우 자신과 상대방이 동시에 좌절의 느낌을 가질 때 이러한 경험을 공감하며, 상대방이 고통스런 표현 등을 통해 좌절이나 고통의 상황을 겉으로 드러냈을 때 위로하고 풀어 주려고 한다. 단순히 상대방의 좌절을 아는 것만으로는 그에 합당한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공감적인 반응은 또한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것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과 주의집중이 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공감하는데, 이러한 공감의 반응은 다른 사람의 반응을 예측하고 나눌 수 있는 대인관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감정이입 외에도 이타적 행동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로 기분(mood)을 들 수 있다. 사람은 의기소침할 때에는 자기중심적이 되고 자신의 문제로만 머리가 가득차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욕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지만 머리가 가득 차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욕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 낙관적이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되면 그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기분이나 분위기와 이타적 행동에 관한 연구들은 유아가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어떤 과제에서 성공했을 때 상대방의 요구에 더 잘 응하거나 도와주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한다.
이타적 행동이나 이타심이 훈련을 통해 강화되고 더 발달될 수 있는가? 약간 독점적이며 협동적인 놀이를 잘하지 못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싸움의 부정적인 결과를 강조하고 협동적이며 함께하는 활동의 좋은 점을 강조하는 인형극을 활용하여 몇 주간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협동적 행동의 양이 증가하였다(Chittenden, 1942).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 역시 칭찬과 보상, 모델링으로 크게 증가되리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진 연구를 보면 어린이의 동정적 경향은 훈련 후 증가하였으나 실제 상황에서의 이타적 행동 경향은 유아가 그곳의 참여자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참여자의 좋은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아와 모델과의 좋은 관계는 유아가 얻은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즉, 정의적인 요소(affection)는 성인과 동일시하는 과정에 영향을 준다.
다른 사람의 역할을 조망하는 훈련도 이타적 행동을 위한 훈련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가 상호 호혜적 역할조망 훈련을 받은 유아가 그렇지 않은 유아보다 다른 사람을 더 도와주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다(Staub, 1971).
또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반대로 유아들 사이의 경쟁을 조장하는 것은 이타적 행동을 감소시킨다.
이타적 행동훈련의 문화 간 비교연구를 보면 유아에게 많은 일을 하도록 책임을 맡겼을 때, 특히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이나 음식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보다 높은 이타적 경향을 보였다. 이와 함께 대가족일 때, 어머니가 밖에서 상당한 양의 일을 해야 하는 경우 유아들이 보다 높은 이타적 행동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Whitings, 1973, 1975).
이러한 친사회적 행동은 아주 어린 시기부터 애착의 과정과 정서적 의존성, 역할조망 능력의 발달을 통해 나타나고 발달해 간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부모의 반응 성향, 양육태도, 사회적 경험, 친사회적 성향을 유도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도 친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
< 아동관찰 및 행동연구, 홍순정·최석란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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