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덕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1) 부모의 양육태도
유아는 죄책감을 피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서 부모의 도덕적 가치를 내면화한다. 부모의 훈육과 칭찬, 모델링을 통해 도덕적 행동을 배우고 대화를 통해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되며 도덕적 사고를 발달시키게 된다. 부모는 유아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옳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훈육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는 칭찬을 하여 유아의 도덕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온정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며 일관성 있게 자녀를 통제하는 부모는 유아에게 애정과 신뢰감을 주고, 자기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게 하는 도덕적 판단력을 길러 주며 유아가 자발적으로 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우혁기, 2003; 유효순, 2007; 최보가, 송미화, 1998; 최성숙, 1996). 반면, 체벌이나 금지를 통해 자녀를 지나치게 엄격하고 강압적으로 양육하는 것은 유아가 자신의 잘못을 숨기게 해 내적 통제력을 기르지 못하고 권위에 복종하는 타율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특히 일관성이 없는 양육은 유아에게 혼란과 불안을 심어 주어 적대감, 불복종 등을 초래한다. 무관심하고 강압적이며 처벌적인 양육행동이 많으면 유아는 공격성, 난폭성을 많이 보이고 친사회적 행동은 적다(김미해, 옥경희, 천희영, 2003; 최순자, 2006; Romano et al., 2005). 부모의 강압적 통제나 처벌은 유아의 도덕성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가 일관적이고 애정적인 태도로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자녀의 의견을 물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유아의 바람직한 도덕성 발달을 돕는다.
2) 또래와의 상호작용
유아는 또래와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면서 도덕성이 발달한다. 친구의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을 때, 자기의 것을 친구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때, 차례를 기다려야 할 때 등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면서 도덕적 생각과 기준, 행동을 발달시킨다. 유아는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게 되고, 타인 존중을 경험하며, 합의하면 규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박찬옥 외, 2015).
또한 유아의 도덕성은 또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또래에게 인기가 있는 유아일수록 도덕성 발달 수준이 높고, 공감 수준이 높으며, 집단이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또래와 감정을 조율하고, 규칙을 준수할 줄 안다(양희진, 2013; 최양미, 이태섭, 김보현, 2014). 즉, 또래와 상호작용은 유아의 도덕성 발달과 사회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3) 대중매체
유아는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동과 태도, 가치 등을 배우게 된다. 유아는 대중매체에 나오는 다양한 역할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이 표현하는 가치와 정서적 반응, 도덕적 판단, 도덕적 행동 등을 학습하게 된다. 즉, 유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덕적 행동이 학습될 수 있다. TV에서 이타적 행동을 인상 깊게 본 유아는 이타적 행동을 배울 수 있고, 공격적 행동을 본 유아는 공격적 행동을 배울 수 있다. 유아는 간접경험과 모델 관찰을 통해 도덕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2. 도덕성 발달의 지원방법
1) 발달단계를 고려해 지도하기
유아의 도덕성 지도는 유아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 유아의 도덕적 추론 능력, 행동과 정서의 조절 능력,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 등은 유아의 발달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아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의 부족,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의 부족, 자기 조절의 미숙, 자기중심성 등과 같은 발달적 한계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
2) 합리적으로 도덕적 행동 지도하기
처벌은 유아에게 공격성의 모델이 되고, 처벌하는 성인을 회피하게 해서 바람직한 행동을 배울 기회를 놓치는 등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지도방법이 될 수 없다. 유아는 도덕적으로 미숙하고 발달하는 과정에 있어서 실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유아에게 도덕적 행동을 지도할 때에는 유아의 잘못이나 실수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후 합리적인 설명과 대안행동을 제시해야 한다. 유아가 장난감을 빼앗기 위해 친구를 때렸다면 꾸중이나 처벌보다 친구를 때린 이유를 들어 보고 감정을 수용한 후, 왜 그런 행동이 적합하지 않은지 유아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같이 생각해 보고 알려 주어 이후 그러한 일이 또 벌어졌을 때에는 바람직하게 대처하도록 도와야 한다.
유아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평가하게 하며, 죄책감 같은 도덕적 정서를 경험할 수 있으므로 도덕성 발달에 중요하다.
3) 바람직한 모델링 제공하기
도덕성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특정 대상을 관찰하고 모방을 통해서도 발달한다. 교사는 유아에게 부모 다음으로 중요한 모델이므로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교사의 도덕적 가치나 태도, 행동은 유아의 도덕성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상생활에서 애정적이고 반응적이며 감정이입을 자주 보이는 교사와 함께 지낸 유아는 타인의 입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는 행동을 보이지만, 처벌적이거나 무반응적인 교사와 함께 지낸 유아는 도덕적 정서가 무딘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또한 교사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 주거나 도덕적 행동을 먼저 보여 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4) 도덕적 주제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기
일상생활에서 함께 규칙을 정해 지키거나, 도덕적 갈등 상황이 일어났을 때 교사가 유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하는 경험은 도덕적 추론 및 판단, 도덕적 감정, 문제해결 능력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함께 생각해 보는 과정을 통해 유아는 타인의 생각이나 느낌,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할 수 있으며 자율적 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도덕적 주제와 문제 상황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 주며 주인공의 도덕적 가치와 태도, 행동을 살펴보고 토의하는 활동도 유아의 사고를 자극해 높은 수준의 도덕적 추론을 경험하게 한다. 이때 교사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유아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청하며 함께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이타성과 친사회적 행동
1. 이타성과 친사회적 행동의 개념
이타성은 자신보다 타인의 복지와 안녕을 생각하는 것으로, 타인에게 이익이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친사회적 행동으로 표현된다(Shaffer, 2008). 즉, 이타성은 자발적이고, 어떠한 보상도 기대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이익이나 긍정적인 결과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타적인 행동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이 친사회적인 행동이다. 친사회적 행동은 타인을 이롭게 하는 공유하기, 돕기, 위로하기와 같은 행동을 말한다(Shaffer, 2008).
이타적 행동과 친사회적 행동은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사탕을 나누어 준다면 이타적이고 친사회적인 행동이지만 선생님의 강요로 마지못해 나누어 주었거나 나누어 주기 아까웠지만 칭찬을 받고 싶어서 나누어 주었다면 이타적인 행동은 아니다. 이처럼 이타적 행동과 친사회적 행동의 이면에는 ‘동기’가 있다. 같은 친사회적 행동이라도 자신보다 타인의 이익을 위하는 동기가 있을 경우에만 이타적 행동으로 간주한다. 강요에 의하거나 칭찬을 받고 싶어서 이루어진 행동은 타인보다 자신의 보상을 위한 것이므로 이타적 행동이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타적 행동과 친사회적 행동은 결과적으로 타인을 돕는 이로운 행동이지만, 행위의 동기 측면에서 이타적 행동은 보상을 바라지 않고 타인을 위한 것이며, 친사회적 행동은 타인 및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문제는 행위의 동기를 실제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어느 날 링컨 대통령이 친구와 함께 마차는 타고 가면서 남을 돕는 행동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타적 행동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논쟁을 하고 있었다. 링컨의 친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타적 행동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반면, 링컨은 이타적 행동은 오로지 사리 추구(self-interest)에서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암퇘지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암퇘지는 새끼돼지들이 샛강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링컨은 얼른 마차를 세우게 하고 샛강으로 달려가서 새끼돼지들을 강둑의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았다. 링컨이 다시 마차로 돌아오자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 “지금 자네 행동에서 이기심(selfishness)이 들어설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자, “당치도 않은 소리! 그 행동이야말로 바로 이기심의 정수일세. 내가 만일 저 늙은 암퇘지가 새끼들 때문에 울부짖는 것을 못본 척 그냥 지나쳤다면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못했을 걸세. 나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새끼돼지를 구했을 뿐이라네. 자네 그걸 모르겠는가?”(Sharp, 1928, p. 75, 정옥분, 2006 재인용).
이처럼 행위의 동기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학자들은 행위의 동기와 상관없이 타인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면 이타적 행동으로 간주하며, 이는 친사회적인 행동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타적인 생각이 친사회적 행동으로 모두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더라도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2. 친사회적 행동의 중요성
친사회적 행동은 유아의 전반적인 발달과 연관되어 있다. 친사회적 행동을 하는 유아는 또래를 돕고 만족감과 유능감을 발달시켜 자신을 가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지각하는 건강한 자아상을 갖게 된다(Trawick-Smith, 2005). 친사회적 행동을 하는 유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사회적 행동을 많이 받고 친사회적 행동을 하게 하여 성공적인 사회 경험을 하는 기회를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유아는 타인의 친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친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유아는 또래에게 인기 있고 사회적 기술이 높으며, 또래와 성인에게 협력적이고 인지능력이 높아 학업 성취와 긍정적인 적응을 보인다(Cassidy et al., 2003; Caprara et al., 2000; Eisenberg, Fabes, & Spinrad, 2006). 친사회적 행동은 개인 및 집단에도 영향을 미쳐 협동하고 돕는 행동을 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상호작용이 더 친근하며 생산적이다. 따라서 유아는 자신과 집단 구성원이 모두 다정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인 집단 이미지를 발달시킬 수 있다(Gazda et al., 2006; Marion, 2007). 친사회적 행동이 유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다음과 같다(Kostelnik et al., 2009).
▴ 만족감을 얻는다.
▴ 유능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한다.
▴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게 하고 진행되는 관계를 증진시킨다.
▴ 또래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진다.
▴ 도움을 받거나 협동할 기회가 늘어난다.
▴ 학업성취를 높인다.
▴ 긍정적인 집단 분위기를 만든다.
< 유아사회교육, 김희태·김경희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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