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가족의 정의 및 특성
최근 가족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유사 이래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단지 그 형태상의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가정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아 부부가 공동으로 생계유지에 참여하였으며, 이후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남성은 일터로, 여성은 가정에서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에 종사함으로써 분리된 생활영역이 형성되었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여성노동력의 필요성이 증가되었는데, 부부가 모두 일터로 나가는 맞벌이가족(dual career family, dual earner family)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생률 저하, 생활수준 향상과 교육수준 증대 등으로 여성취업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기혼여성의 취업률도 높아졌다. 대학교육이나 전문기술훈련을 받는 여성의 증가, 전문직업에 대한 요구의 증가, 양성성에 대한 인식 증가, 여성운동, 차별금지법 개정 등 많은 요인이 기혼여성의 취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사회의 많은 가족들은 남편과 아내가 역할을 분담하는 생활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가족 중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가진 경우를 부부 취업자, 맞벌이, 두 직업 가족, 맞벌이부부라고 칭한다. 맞벌이가족은 기혼여성이 취업 중에 있으므로 부부 모두 직장을 가지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산업사회 도래와 함께 형성된 개념 중 하나이다. 즉, 맞벌이가족은 산업사회적, 도시적 개념으로서 부부가 함께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는 가족형태이다.
산업화 이후 맞벌이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산업화는 가족구조 및 형태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변화는 미혼여성의 경제활동뿐 아니라 기혼여성의 경제활동도 촉진시켰다. 맞벌이가족의 증가를 추동한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가족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핵가족화 촉진, 출산유 감소 등으로 가족규모가 축소되어 소수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가정기기의 기계화, 가사노동 및 육아의 사회화 등으로 기혼여성이 자녀양육에 할애하는 시간이 감소되면서 사회진출의 기회가 증가하였다. 둘째, 가정 내 경제적 요구가 증가하였는데,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동시에 가계 지출도 증가하였다. 또한 자녀양육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켜지면서, 남편 임금만으로는 경제적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여 기혼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게 되었다. 셋째,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기혼여성의 사회참여를 일탈로 보았던 과거와는 달리, 여성의 능력과 사회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조성되었다. 직장생활을 통한 자기만족, 자기실현의 추구를 중요하게 여기며, 여성 전문인 양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넷째, 사회의 구조적 요인도 기혼여성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직업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을 시행하였고, 2008년에는 제4차 남녀 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여성 노동력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맞벌이가족의 자녀양육 문제
1) 자녀양육 역할분담의 문제
역할과부하와 역할갈등은 남편과 아내 모두가 경험하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가사노동이나 육아와 관련된 대부분의 책임이 여성에게 편중되기 때문에 아내 쪽에서 보다 심각하게 경험한다. 맞벌이가족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역할과부하 현상은 역할분담 실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사노동 분담에 있어서 전통적인 성역할 태도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남성은 아내의 취업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가사와 육아의 일차적 책임은 아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인데 맞벌이할 경우에도 자녀양육이나 가사노동을 본인이 전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내나 부모, 직장인으로서의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여성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ㅇ용어인 '슈퍼우먼 콤플렉스'에서도 여성의 이러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맞벌이가정에서 최대의 난제는 자녀양육 문제로, 자녀의 연령이 어린 경우 양육자 부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전통가족에서와 달리 가족형태가 핵가족화됨으로써 여성이 취업할 경우 이를 대치할 양육자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린 자녀의 존재 여부는 기혼여성의 취업중단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요인이며, 최근의 저출산율은 이러한 어려움을 반영한다. 자녀양육과 관련된 역할분담도 문제로 작용한다.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에는 가사활동 가운데 육아시간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육아와 관련된 역할은 여전히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맞벌이부부의 역할갈등은 불가피하며, 기혼 취업여성이 이중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 특히 남편과의 분담이 필요하다. 기혼여성의 취업 확대에 따른 자녀양육의 문제는 더 이상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2) 취업모의 양육태도
맞벌이가족의 취업모는 일반적으로 자녀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미안해하고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느낀다. 취업모는 자녀의 정서적 불안, 나쁜친구를 사귈 가능성, 숙제관리 소홀 및 성적하락의 가능성 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상의 70% 이상이 자녀를 관리, 감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취업모가 자녀에 대해 지나친 걱정과 죄책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취업모의 죄책감은 자녀의 발달을 위해서는 어머니의 보호와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과 어머니는 자녀를 돌보며 집에 있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가치관에 기인한다. 영아기의 장시간의 탁아가 아동의 문제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Belsky, 2001)도 죄책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인해 취업모의 양육태도는 지배적이면서도 관대한 이중적 특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취업모가 지배적이고 통제적인 양육행동을 하는 것은 자녀를 직접 돌보지 못하고 영유아교육기관이나 타인에게 맡기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자녀교육의 부족한 면을 보완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반면, 보다 관대한 양육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취업으로 인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보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물질적으로 과잉보상하거나 자녀에 대한 적절한 지도를 하지 못하고 허용하고 내버려두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또한 자녀를 한 명만 둔 맞벌이부부들(double-income one-kid families; DIOKs)은 자녀양육에서 지나치게 익애적이거나 허용적인 태도를 보여 한국판 '소황제 증후군'도 문제시되고 있다. 이들은 자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투자가 자녀의 인지발달에 치중해 있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읭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심각한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익애
■ 맞벌이가족의 부모역할
맞벌이가족의 부모역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취업모는 어떤 직업이든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며 만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어머니가 취업활동을 하면서도 영유아 자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Brooks, 2006). 영유아에게 미치는 취업모의 영향은 직업의 특성, 가족환경, 사회계층, 영유아의 연령과 성, 영유아 양육방법에 의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취업모의 직업에 대한 자세가 자녀와의 상호작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되었는데, 매사에 긍정적이며 합리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취업모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 자녀는 부모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고 미안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자녀도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미안함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보상하거나 무분별한 애정을 쏟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우 자년는 바람직하지 모한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어머니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함으로써 행복하다고 느낄 때 자녀의 정서와 사회성도 건강하게 발달한다. 또한 취업모는 직장일과 집안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남편을 비릇한 주변의 지원을 적절히 이용하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자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부모와의 따뜻한 정서적 유대임을 고려할 때, 부모는 항상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밀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상시 자녀와의 따뜻한 스킨십은 자녀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신뢰감 형성에 기여한다. 따라서 맞벌이가족의 부모는 자녀와 함께할 시간의 양을 최대한 확보하고 질적인 상호작용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퇴근하자마자 짧은 시간이나마 자녀와 하루 일과를 주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자녀의 삶을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자녀와 함께 지낼 때는 자녀에게 집중하여 질 높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충분한 애정과 관심으로 자녀를 대하면 자녀는 부모의 애정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다.
한편 맞벌이부부는 가사노동을 적당히 분담함으로써 자녀양육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은 영유앙 자녀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사분담과 자녀양육 문제는 종종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는데, 부부 둘 다 '슈퍼맨'과 '슈퍼우먼'이 아님을 인식하고 서로 배려해야 한다. 또한 맞벌이가족 부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사랑과 관심으로 돌볼 수 있는 질적으로 좋은 대리양육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기는 성장하는 동안 충분한 사랑을 받아야 하는 시기이므로, 부모는 신중하게 대리양육자를 선택하고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녀를 맡길 곳을 부모가 심사숙고하여 결정하였다면 불안이나 불만보다는 믿고 맡기는 태도를 가질 때, 자녀의 발달과 일상에 대한 개방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자녀는 궁극적으로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리고 긍정적 발달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
■ 맞벌이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
맞벌이가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여성의 출산과 양육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배려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기혼여성의 취업확대에 따른 자녀양육 문제는 더 이상 여성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간주되어야 한다.
1) 질 높은 영유아교육기관 확충
맞벌이가족의 자녀양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질 높은 영유아교육기관의 확충이 급선무이다. 또핳ㄴ 맞벌이가족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영유아교육기관의 운영 시스템이 모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맞벌이부부를 위한 연장형 보육 시스템이나 베이비시터에 대한 정부보조,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교대로 육아를 하는 공동유모제, 인터넷으로 자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이버 보육원, 영유아의 사회적 적응능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시간제 보육원, 저소득층의 모자결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부모에게 일이나 기술습득을 지원해 주고 자녀에게는 다른 아이들과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서구의 모자통합보육센터 같은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요구된다. 국가적,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2) 제도적 지원
다양한 형태의 영유아교육기관 확충뿐 아니라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영유아 보육 및 교육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일하는 기혼여성이 자녀출산이나 육아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등에서는 자녀를 출산한 여성 근로자에게 최장 90일의 산전산후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또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육아휴직)에는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여성 또는 그를 대신한 배우자인 근로자가 그 영아의 양육을 위해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이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현재는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은 많이 높아졌지만, 회사에 눈치가 보인다던가 여러가지 이유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육아지원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합리적으로 적절한 지원을 해 주는 제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3) 대리양육자 질 관리
실제적으로 부모가 직장에 있는 동안 자녀를 돌보는 대리양육자에 대한 질 관리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조부모, 고모, 이모 등의 가족과 가족 외 대리양육자에 대한 평생교육 차원의 부모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구조적으로 핵가족이지만 기능적으로는 대가족형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조부모의 영향력을 간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조부모는 손자녀의 성장과 발달, 특히 친밀감과 유대감, 정서적 안정감의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조부모의 경우 육아경험을 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회변롸로 인해 새롭게 부각되는 육아내용과 지침 등을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질 높은 대리양육자를 배출하기 위해서 베이비시터 등을 위한 교육이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 즉, 대리양육자를 양성하고 이들에 대한 질적 관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담당해야 한다.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대리양육자를 확보하는데 사회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 부모교육, 김진경·서주현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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