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정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은 부모의 양육행동과 관련하여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이 말은 문제행동의 책임이 아동 자신에게 있다기보다는 아동이 처한 환경적인 조건 때문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아동이 보이는 문제행동은 부모의 노력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함을 시사한다.
1) 자녀에게 따뜻한 관심 보이기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서 필수적인 토대가 되는 것은 부모의 따뜻한 관심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은 부모-자녀 간의 강한 애착관계를 유지시키고 아동에게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전달한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동은 부모와 주변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이 발달하며, 학교생활이나 학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또래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반면, 자녀에게 무관심하고 거부적인 부모는 자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여 자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한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동은 발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불안이나 낮은 사회성과 같은 정서행동 문제를 보이기 쉽다. 또 낮은 자아존중감을 보이고 인지적 발달도 지체될 수 있다.
2) 자녀를 관찰하고 이해하기
부모가 자녀를 바르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원리만 아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이나 지침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녀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자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을 '관찰'하는 일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관찰기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관찰경험이 없거나 관찰방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관찰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제의 조기 발견이나 지도에 있어서 아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선행과제이다. 따라서 올바른 관찰방법을 익혀 평소 아동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부모역할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3) 자녀의 감정에 공감하고 수용하기
부모-자녀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 다양한 감정들이 강하게 경험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이자 경험되는 모든 감정을 표현하기는 어려운 관계이다.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자녀와 정서적 친밀감을 유지하고 자녀를 올바르게 훈육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 모두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기술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부모교육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자녀와의 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이를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의 감정에 공감하고 수용하며 민감하게 반응할 때,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느끼며 부모에게 마음을 열 수 있다(Gottman & Declaire, 1997). 그런데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녀가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수용하기보다는 그것을 부적절한 행동으로 여겨 감정을 억제하도록 하거나 꾸짖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이러한 반응을 보일 경우, 자녀는 부모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느끼며 결국 부모-자녀 간 대화와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
4) 자녀의 발달을 도모하는 상호작용
부모가 자녀의 성장을 위해 양육하고 보호하며 지도하는 과정은 부모-자녀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와 자녀 모두 변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녀의 신체발달은 물론 인지, 언어, 사회정서 능력의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라 적절한 자극을 제공할 때, 자녀는 각 단계에서 직면하는 도전을 극복하며 발달이 촉진된다. 부모-자녀간 상호작용은 자녀양육에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건강하고 바람직한 발달을 이루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5) 의사소통 기술
의사소통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은 학습과 연습으로 향상될 수 있다.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랄 하더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자녀의 발달단계와 상호작용 맥락에 따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익힘으로써 부모-자녀 간에 원만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6) 훈육기술
훈육이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행동과 할 수 없는 행동을 일관성 있게 알려 줌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지도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용하는 통제방법은 강압, 회피, 지도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강압은 주로 신체적인 처벌을 통해 부모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녀가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회피는 부모가 '숙제하면 맛있는 것 사 줄게'와 같이 조건을 붙여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도는 아동 스스로 자신의 행동결과를 직접 경험하게 하거나 부모의 합리적인 설명을 통해 자신의 행동결과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으로 가장 효과적인 통제방식이다. 그러나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통제나 처벌을 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효과적인 지지행동에는 칭찬, 격려, 인정, 애정표현 등이 있다. 반면 비지지적인 행동에는 비난, 꾸중, 체벌, 위협, 무시, 부정적 평가 등이 있다.
7) 바람직한 역할 모델이 되기
부모는 자녀가 처음 접하는 사회적 관계이며, 아동의 발달 및 사회화에 지속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따라서 부모의 언행이 자녀의 성장에서 바람직한 역할 모델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부부관계 및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며, 바람직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책임 있게 행동하고, 다양한 문제상황에서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모습은 자녀에게 긍정적인 모델로 작용한다. 일상생활에서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는 이를 본보기로 삼아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게 된다.
■ 부모의 자기이해 및 통찰
부모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자신의 문제가 부모역할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즉, 부모의 자기이해 및 통찰은 바람직하지 못한 양육행동을 개선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1) 부모의 자기이해
부모는 자신이 부모로서 어떠한 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양육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부모로서 자신이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알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여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에 대한 통찰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나 양육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부모의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교육에서는 부모가 스스로 자기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해 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문제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바람직한 부모역할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부모의 아동기 경험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부모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 모델이 된다. 어렸을 때 경험한 부모의 양육행동을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대로 반복하는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양육경험으로부터 형성된 부모상은 양육행동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따뜻하고 반응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경우, 부모역할이라는 것이 기쁘고 만족스러운 일임을 무의식중에 배우고,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때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더욱 의미 있는 일로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아동기 경험이 현재 자신이 수행하는 부모역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부모교육을 통해 이해하고, 만약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이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 예비부모교육
1. 예비부모교육의 개념
부모역할은 단순히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이상의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므로, 자녀를 올바르게 양육하고 교육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부모됨'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부모교육은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출산을 앞둔 부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비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적 의미의 부모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예비부모라 하면 임신을 하여 곧 출산을 앞둔 부부를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아직 부모가 되지 않은 사람 모두를 일컫는다. 미국에서는 결혼 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부모교육을 실시하며 이를 '부모기 준비(preparation for parenthood)'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비부모교육은 훗날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때 바람직한 부모역할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현재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 개선이나 의사소통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부모역할 준비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예비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경우에는 부모교육에 임하는 동기가 강하며 부부간 부모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잘 형성된다는 점에서 교육효과가 상당히 높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개인주의 지향으로 인해 심리적으로는 성인이면서도 전통적으로 성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기능을 맡응ㄹ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와 함께 성 개념이 자유로워지면서 미혼모나 십대 임신과 같은 사회문제가 대두하였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적절한 예비부모교육의 대상은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은 정서적으로 보다 성숙한 상태이고 결혼 및 부모됨을 현실적으로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예비부모교육이 더욱 효과적이며, 이는 여러 연구결과들을 통해 입증되어 왔다. 결혼 전이나 출산 전에 영유아의 심리 및 발달에 관한 지식과 부모역할에 관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부모역할 수행에 대한 심리적 준비를 할 수 있으므로, 약혼 이전 시기에 부모교육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였다(이원영, 1985; 조형, 1986).
이상을 종합해 보면, 예비부모교육은 청년, 신혼부부, 임신한 부부를 대상으로 부모역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자신감을 줌으로써 부모로서 균형 잡힌 전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즉, 예비부모교육은 부모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자녀양육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함으로써 부모역할 준비를 돕는 것을 의미한다.
< 부모교육, 김진경 · 서주현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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