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역할의 발달
1. 성 역할 발달 이론
1) 인지발달 이론
인지발달 이론에서 성 역할 개념의 발달은 성 도식의 발달과 연결되어 있다. 도식(圖式, Schema)은 ‘개념의 틀’ 혹은 ‘이해의 틀’로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는데 작용하는 인지발달 이론의 개념이다. 유아는 도식을 통해 성 역할 개념을 이해하므로 도식은 성에 대한 유아의 인지(認知)를 구성하는 조직자이자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는 동력(動力)이며 행동의 근원을 제공한다.
인지발달 이론에서 성 역할의 발달은 성 항상성 획득 이전에 이루어지는 성 개념의 발달과 보존개념의 획득으로 이루어지는 성 항상성으로 구분된다. 성 항상성 획득 이전의 발달은 성 정체감, 성 동일시, 성 안정성을 포함한다.
성 정체감(gender identity)은 기본적인 자아인식을 통한 성 자아개념의 형성 및 자신과 타인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할 수 있고 성 역할 고정관념(gender role stereotyping)으로 연결된다. 성 동일시(gender identification)는 2세~2세 반 정도에 형성되는 것으로, 유아가 자신의 성을 명명할 수 있고 외모나 옷을 보고 다른 사람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성 정체감과 성 동일시는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난다. 성 안정성(gender stability)은 유아가 자신의 성이 시간이 흘러도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4세경에 형성된다. 성 안정성으로 유아는 한 사람이 일생동안 같은 성(性 )이 생물학적 성의 구분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 항상성(gender constancy)은 한 개인의 머리모양이나 옷, 활동 등이 남성이나 여성의 특징과 관련하지 않아도 성(性)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으로, 6~7세경에 형성된다. 콜버그(Kohlberg, 1969)에 의하면 한 개인의 성은 복장이나 머리 모양, 놀이 종류에 상관없이 생물학적인 특성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아가 알게 된다. 이러한 성 항상성은 보존개념의 발달과 더불어 형성된다. 보존개념이 형성되지 않으면 사물의 양적 및 질적 차이가 없는 것을 실질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며 사물의 변화에 대한 도식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므로 사람의 성(性)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成)에 대한 도식이 있는가 혹은 없는가의 문제는 성 항상성이 형성되었는가 혹은 아닌가의 문제로 연결된다.
특히 콜버그(1966)는 유아가 자신의 성에 적합한 지식을 구성함으로써 성 역할개념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즉, 유아가 자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별에 대해 인식을 하고 나면, 자신과 동일한 성을 가진 또래와 성인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스스로 성 역할을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유아가 성 정체성, 성 안정성, 성 항상성의 단계를 거치면서 남성과 여성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보았다(이기숙 외, 2015). 정신분석 이론과 사회학습 이론에서는 유아는 부모가 격려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에 맞는 역할을 학습하고, 동일시를 하거나 모방을 하여 성 정체성을 획득한다고 본다. 그러나 콜버그의 인지발달 이론에서는 유아가 성 정체성을 확립한 다음 능동적으로 동성 모델과 정보를 찾고 동일시하면서 성 역할 개념을 발달시킨다고 본다(Shaffer, 2008).
인지발달 이론은 성 역할 발달에서 유아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였으나, 유아가 성 정체성을 습득하기 이전에 이미 성 유형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Shaffer, 2008). 실제로 2세 남아는 성 정체성을 획득하기 이전부터 이미 남성적 장난감을 선호하고, 성 역할 고정관념이 생겨 동성의 친구를 선호한다. 즉, 인지발달 이론은 유아의 성 정체성 습득에 인지발달뿐 아니라 사회적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2) 성 도식 이론
인지발달 이론의 도식은 성 도식(gender schema) 이론을 낳았다. 성 도식 이론이란 사회학습 이론과 인지발달 이론의 요소를 결합한 것으로, 성 역할 개념의 습득과정을 설명하는 일종의 정보처리 이론이다(Bem, 1985). 성 도식은 성에 관한 인지 양식, 성에 따라 조직되는 행동 양식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남성 혹은 여성적 특성을 구분하게 하며 성에 관련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직화하며 기억하는 데 사용하는 일종의 신념과 기대 체제이다. 빔(Bem, 1985)에 의하면 성 유형화는 유아의 인지발달 수준과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성 도식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고 한다.
성 도식 이론은 정보처리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유아의 주의와 행동은 사회문화적으로 적합한 성의 표준을 따르려는 내적 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Santrock, 2006). 즉, 성 도식 이론에 의하면 유아는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면서 문화적 기준에 맞는 성 도식을 형성하고 이에 근거해 자신의 성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은 저장하고 적합하지 않은 행동은 망각함으로써 성 역할을 발달시킨다. 그러므로 성 도식이란 유아의 정보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조직화된 신념과 기대의 집합이다(Shaffer, 2008).
또한 성 도식 이론에 의하면 유아는 어떤 물체나 행동 또는 역할이 남성에게 적합한 것인지 여성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분류하는 내집단/외집단 도식을 습득하여 자신의 성에 적합한 성 도식을 구성하게 된다. 성 도식이 형성되면 그것에 근거해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부호화하고 조직화하여 성 역할을 구체화시켜 나가게 되고 성 관련 행동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게 딘다. 그러므로 성 도식 이론은 환경에서 자신의 도식에 맞는 성 관련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며 이로 인해 주변에서 나타나는 성 관련 사태에 대한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성 역할 고정관념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아는 2~3세경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문화적으로 정의된 성에 대해 학습하고 이를 자신의 성 도식에 통합하기 시작한다. 성 도식은 일단 형성되면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틀을 제공함으로써 유아의 경험을 구조화 시킨다. 유아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여자 것’과 ‘남자 것’, 즉 내집단/외집단 도식에 따라 이를 분류한다. 이때 자신의 성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무시하고, 자신의 성에 적합한 것은 선택하여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자신의 성 도식에 포함시킨다(Martin & Halverson, 1987, Shaffer, 2008 재인용). 또한 자신의 성 도식에 일치하는 정보는 수집하고 기억하며, 자신의 고정관념과 더 일치하도록 정보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3) 여성주의 후기구조주의
여성주의 후기구조주의(feminist poststructuralism)는 성(性)에 대한 담론을 사회적 구성으로 바라본다(Blaise, 2005). 이들은 기존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성 에 대한 담론은 일방적(one way relationship)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MacNaughton, 2000). 여성주의 후기구조주의에 따르면 성이란 사회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다. 사회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지식의 구성방식이 다르며 사회마다 다양한 사회적 관심과 권력관계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성을 생물학적으로 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여성이나 남성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다. 다만 성이란 유동성을 가지며 상황지향적이고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그러므로 여성의 성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해석되고 표현되어야 하며, 또한 이를 중심으로 표현되는 힘이나 권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주의 후기구조주의에 따른 성(性)의 이해는 상당히 모호할 수 있다. 하지만 유아가 극놀이 중에서 ‘엄마아빠놀이’를 할 때 남자 아이가 반드시 아빠를 해야 하고 여자 아이가 반드시 엄마를 해야 하는 기존의 성 역할 표현 방식은 사회적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유아의 성은 사회의 속성을 반영하며 누구와 상호작용을 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된다.
오늘날 성 역할은 양성성을 지향한다. 양성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개념이다. 심리적 양성성은 한 사람이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도구적 역할과 표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성 역할 개념이다. 양성성의 개념은 생물학적 이론에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인간에게 모두 존재한다는 것과 연결되며 실제로 남성에게서 여성성을, 여성에게서 남성성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양성성의 사회화는 전통적인 성 역할보다 훨씬 더 기능적이다(Bem, 1975). 배컨(Bakan, 1966)은 남성은 기능성의 경향(오늘날의 공간지능)이 있고 여성은 친화성의 경향(오늘날의 배려)이 있지만 기능성과 친화성은 인간에게 어느 정도 공존한다고 주장한다. 양성적인 사람은 성 유형화된 사람보다 자아존중감, 자아실현, 성취동기, 결혼만족도, 도덕성 발달 등이 높다. 양성성을 가진 사람은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므로 적응력이 높다. 그러나 개인의 적응은 양성성이 아니라 남성성이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는데, 이는 남성적 우월효과(masculinity supremacy effect)로 설명한다.
< 유아사회교육, 김희태·김경희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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