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기의 개념
쓰기는 필자의 사상과 감정 및 경험을 일정한 형태의 문법적 의미 단위들로 표상하고 조직하여, 문자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표현하는 과정적 활동이다(조적숙, 이차숙, 노명완, 2009).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처럼 글이라는 상징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쓰기이다. 좁은 의미에서 쓰기는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자라는 상징을 이용해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쓰기를 본다면 그림 그리기나 낙서와 같은 비공식적이고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표기까지를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렇게나 끼적거린 낙서, 그림, 의미 없는 글자 모양으로 나타낸 유아의 표현도 쓰기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즉, 유아의 쓰기는 글자를 쓰게 되는 학령기 이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이후 끼적거리기가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쓰기는 단순히 글자를 성공적으로 표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사고의 과정과 생각한 것을 문자로 표기하는 활동이 연속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쓰기의 핵심이 되는 것은 필자의 사상과 감정, 경험이 쓰여진 것에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말하기와 듣기의 관계와 같이 필자와 독자의 의사소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을 하려면 생각을 표현할 적절한 어휘를 찾고, 문법에 맞게 배열하고, 글씨 맞춤법, 문장부호 등을 사용하여 표기해야 한다. 또한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사고의 과정 이후 이를 쓰기까지에는 소근육 기능과 변별 기능과 같은 신체적인 성숙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복잡한 기능들은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발달해 나가므로 유아의 끼적기리기나 낙서, 그림, 맞춤법이 틀린 글자 모두 존중되고 격려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공식적인 글쓰기에 도달하게 된다. 신체적인 성숙이 충분하지 않을 때 정확하고 올바르게 쓰기를 강요당한다면 유아는 쉽게 좌절하고 싫증을 낼 것이다. 쓰기의 핵심은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쓰는가 하는 의미의 생성과 내용의 구성에 있다. 유아기의 쓰기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조정숙,김은심, 2005).
■ 쓰기 지도의 원리
유아들은 18개월을 전후로 하여 쓰기 도구에 관심을 갖고 낙서, 그림, 끼적거리기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한다. 유아들은 생활속에서 무엇이든 쉽게 배우고, 사용하면서 훌륭한 의사소통자가 된다. 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표현언어로 적절하게 지도되어야 한다.
쓰기 지도의 원리
첫째, 일상적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쓰기를 지도한다.
유아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쓰기도 유아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된다. 형식적, 구체적인 가르침이 없어도 문자언어가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쓰기를 위해서 반드시 연필 잡기, 줄 긋기와 같은 형식적이고 지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접어 두고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한다. 교사는 쓰기의 좋은 모델이 되어 유아들에게 쓰기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 주고 쓰기를 위한 시간을 따로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상황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야 한다.
둘째, 쓰기를 위한 동기를 유발한다.
쓰기는 글씨를 써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러한 쓰기의 목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교육활동에 반영해야 한다. 유아가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즐겁게 쓰기를 할 수 있고, 짧은 글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유아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칠판에 써 놓은 원숭이라는 글자를 따라 쓰는 것과, 동물원에서 본 동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아지라고 쓰는 것은 다르다. 전자의 원숭이는 무의미한 글자에 불과하지만 후자의 원숭이는 유아 자신의 생각이 담긴 의미 있는 글이 된다. 따라서 쓰기 지도는 유아들이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글을 쓰기 위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셋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통합적 경험 속에서 쓰기를 지도한다.
언어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분리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일어나고 이러한 통합적인 경험을 통해 언어가 발달해 나간다. 쓰기 역시 쓰기만 따로 분리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듣기, 말하기, 읽기와 함께 통합적으로 경험되었을 때 보다 더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유아들과 《강아지똥》 책을 읽고 책의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는 활동을 할 때 교사가 책을 읽어 주고 유아들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바로 편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말해 보도록 하고, 다른 유아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무엇을 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강아지똥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고 다시 이를 다른 유아들에게 읽어 주거나 교실에 전시하여 개별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경험 속에서 쓰기는 자연스럽게 발달하고, 쓰기의 목적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개별적인 차이를 인정한다.
글자를 쓰기까지 겪어야 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구어와 문어의 관계를 인식하여 소리가 글자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각 소리마다 정해진 글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쓰기 도구를 손으로 잡고 정해진 글자의 모양에 적합하게 표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선들을 조절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복잡하기 때문에 유아들 사이에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같은 연령의 유아라도 어떤 유아는 정확히 이름을 쓸 수 있기도 하지만 어떤 유아는 쓰기 도구를 제대로 잡을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쓰기 지도에서는 이러한 유아의 개별적인 차이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쓰기발달의 단계를 이해하고 개별 유아의 진전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인정하고 격려해야 한다. 혼자서 글을 쓰기 어려워하는 유아에게는 교사가 받아 적어 줄 수 있다. 혼자 글을 쓰다가 특정 단어 쓰기가 어려워 도움을 요청하는 유아에게는 그 단어만 적어서 줄 수 있다. 각 유아마다의 개별적인 요구를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은 쓰기 지도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 유아언어교육, 박선희 · 박찬옥,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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