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지식
실제 부모역할을 수행할 때 부모가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부모역할을 능숙하게 잘 해내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서투른 부모가있다. 이러한 차이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부모의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양육행동은 부모 개인의 특성 및 자녀의 특성 그리고 가족이 처한 상황 등에 영향을 받는다. 부모 요인으로는 부모의 성격과 심리적 특성, 자녀 요인으로는 성과 기질, 상황 요인으로는 배우자와의 관계, 직업, 심리적 지지체계 등이 있다(Belsky, 1984). 부모가 이러한 요인이 자신의 양육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양육행동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부모 요인
부모의 연령, 성격, 스트레스 및 심리적 문제, 부모 자신의 아동기 양육경험 등 개인적 특성은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각각 요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의 연령은 자녀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평균 연령보다 늦게 첫 자녀를 두었을 경우 자녀를 과보호하고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으며, 부모의 연령이 어릴수록 자녀중심이 아닌 부모중심의 양육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둘째, 부모의 성격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심리적 성숙, 외향성, 공감능력, 인내심, 민감성, 자존감 등 부모의 성격적 특성은 부모역할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외향적인 부모가 내향적인 부모보다는 자녀에게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높은 공감능력과 사회적 유능감을 보이는 부모는 자녀에게 긍정적 정서반응과 민감성을 자주 보이는 반면, 부정적 정서반응과 통제는 덜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재심이 많은 부모는 반복되는 자녀양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견디고 적절한 부모역할을 할 수 있으며, 민감한 부모는 자녀의 요구에 신속히 반응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자녀에게 반응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대하며 부모역할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녀와의 의사소통에서 갈등을 경험할 때, 자녀가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느끼지 않으며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부모는 자녀에게 덜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녀의 잘못에 대해 더 처벌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겪는 부모는 자녀양육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만성적 우울이나 불안증상이 있는 성인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어려우며, 이는 바람직한 부모역할 수행을 방해한다. 우울한 부모는 자녀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비판적일 수 있다. 또한 자녀양육 과정에서 부모는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루고 자녀의 욕구를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양육과정에서 나타나는 직접적인 스트레스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 부부관계등 전반적인 스트레스 수준도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문제를 초래하여 적절한 부모역할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넷째, 부모 자신의 아동기 경험도 자녀와의 애착유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어릴때 부모의 일관성 있는 반응과 신체접촉을 많이 경험하며 자란 부모는 자신의 자녀에게도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부모의 자녀는 안정애착을 형성하며, 자신감 있고 유능하며 협동적인 성격의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부모교육에는 양육행동에 영향을 주는 부모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보는 기회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부모는 자신의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자녀에게 부정적으로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히기 위한 노력을 시도할 수 있다.
(2) 자녀 요인
자녀의 개인적 특성도 부모의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구체적으로는 자녀의 성별, 출생순위, 기질, 장애 여부 등이 있다.
첫째, 자녀의 성별은 부모의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성별과 무관하게 자녀를 키우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전히 자녀의 성별에 따른 부모읭 반응은 상이하다. 유아의 놀이에 관한 연구들에서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성인의 반응은 남아에게는 관심을 주어 강화가 이루어진 반면, 여아의 경우에는 무시함으로써 공격적행동이 감소되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부모는 자녀의 성별에 따라 다른 양육행동을 보이는데, 여아에게는 남아보다 의존성을 더 허용하며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남아에게는 독립성을 기대하며 더 많은 통제와 한계를 설정하였다. 감정표현에서도 여아보다는 남아에게 감정을 더 억제하도록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자녀의 출생순위도 부모의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대체로 첫째 자녀에게 더 성숙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하며, 동생이 있는 경우에는 동생에 대한 부모역할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외동의 경우 형제자매가 없으므로 부모의 지나친 애정과 과보호를 받아 의존성과 이기심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부모는 자녀의 기질에 따라 다른 양육행동을 하게 된다.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며 순한 기질의 유아는 부모의 애정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다. 반면,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의 유아는 부모에게 심리적 조절능력을 요구하게 된다. 이때, 부모가 반응적이고 민감하며 인내심이 많을 경우, 그렇지 못한 부모에 비해 까다로운 기질의 자녀를 더 잘 다루고 양육할 수 있다. 그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까다로운 기질의 유아는 정서적으로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조화적합성(goodness-od-fit)의 개념인데, 유아가 까다로운 기질을 가졌더라도 부모가 그에 적절한 양육방법을 제공하면 바람직한 발달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질 자체보다는 환경과의 조화가 더욱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넷째, 자녀의 장애 여부도 부모역할에 영향을 미친다. 발달장애, 정서장애, 행동장애 같은 문제를 가진 자녀의 부모는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소진될 수 있기 때문에 장애를 가진 자녀뿐 아니라, 장애가 없는 형제자매에게도 관심을 덜기울이며 보다 성숙된 행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다섯째,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의 양육행동은 변화할 수 있다. 자녀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부모의 양육행동은 직접적인 신체적 돌봄에서 정서적인 지지로 비중이 옮겨 간다. 즉,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는 직접적으로 보호하고 돌보는 양육행동을 많이 하며, 성장할 수록 독집적인 행동을 기대하게 된다.이와 같이 자녀의 특성에 따라 부모의 양육행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이해는 자녀에게 보다 적절한 양육행동을 하는 데 기초가 된다. 따라서 부모교육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3) 상황 요인
부모와 자녀의 고유한 개인적 특성 외에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환경 및 맥락적 요인도 부모의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양육행동은 부부관계의 질이나 정서적 지원망 여부 같은 심리적 환경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나 직장환경, 종교 및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첫째, 배우자와의 관계가 부모의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부부만족도가 높은 어머니는 자녀의 요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아버지가 심리적인 지지역할을 함으로써 어머니의 긍정적인 양육행동이 형성되고, 이는 자녀의 발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부모의 심리적 지지체계도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배우자의 지지나 사회적 지원망 여부가 중요한 요인이다. 배우자로부터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으며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측면의 지원망이 있는 부모는 자녀에게 보다 긍정적인 양육태도를 보인다. 특히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는 양육의 어려움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심리적 지지체계가 더욱 필요하다. 셋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부모역할에 대한 신념, 목표, 양육태도, 언어적 상호작용, 통제방식 등에서 차이로 나타나 실제 부모의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는 낮은 부모보다 자녀에게 높은 성취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자녀의 성취를 높이 평가하였다.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부모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녀의 요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통제적 · 지시적 · 처벌적 양육행동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넷째, 부모의 직장환경 또한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직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자녀양육에 소홀해지며 자녀를 우선으로 하는 양육이 어려워진다. 반면, 직장에서 자녀를 둔 어머니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한다면, 부모는 부모역할에 더욱 충실하며 긍정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다섯째, 시대문화적 배경도 부모의 양육행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문화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양육가치가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문화에서 부모는 자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키우는 것을 중시한다. 반면, 아시아나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집단중심적 문화에서는 집단 구성원 간의 조화를 중시하므로 자녀의 자기조절력이나 상호의존성을 촉진하는 양육이 강조된다(Music,2011) . 이렇듯 서로 다른 양육신념 및 양육방식은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교육수준의 향상 및 산업화와 도시생활의 확산으로 자녀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양육방식으로 변화되는 경향이 있다(HOfstede, 2001). 우리나라도 전통적으로 가족주의와 집단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였지만 점점 자녀의 주도성과 독립성, 자존감을 키우는 것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양육문화가 변화되는 추세이다.
< 부모교육, 김진경 ·서주현, KNOU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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