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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중심과 자유선택활동

by ⍣Humpback whale⍣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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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에서 아동 중심 교육이 가장 잘 표현되는 맥락은 자유선택활동이다. 자유선택활동이란 놀이 영역별로 구분된 유아교육기관의 환경에서 유아가 자신의 흥미, 요구 및 발달 수준에 따라서 스스로 선택한 놀이활동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탐구하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활동이다(교육부, 2009). 자유선택활동은 자유놀이(free plaly)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1980년대 이전에는 유아들이 마음대로 놀게 하는 자유방임의 시간으로 인식되거나 교사가 일과 활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잘못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자유선택활동 시간이 유아교육기관의 하루 일과 중에서 교사나 유아에게 가장 바쁘고 핵심이 되는 시간으로 교사의 철저한 계획과 준비, 예리한 관찰력과 민첩성, 순발력이 요구되는 시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양옥승, 2004).

 

유아교육기관에서 자유선택활동 시간은 유아에게 자유로운 놀이의 선택과 그에 따른 활동, 자신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으로 교육적 가치가 높다(양옥승, 2004). 자유선택활동 시간은 영유아들의 능동적인 학습과 개별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며, 영유아들이 인간관계를 학습하고 기쁨을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유선택활동 시간에 영유아는 문제를 창출하고 그 문제에 더 유능한 타인과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더욱 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즉, 자유선택활동은 교육적으로 무의미한 놀이활동이 아니라 놀이활동이 교육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간이다(이숙재, 2007).

 

자유선택활동이 교육적으로 효율성을 가지면서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려면 교사의 계획과 운영 그리고 평가가 세심히 계획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계획과 실행의 이면에는 자유선택활동의 근간이 되는 능동적인 아동관과 아동 중심 교육의 관점이 들어 있다.

 

유아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교육적 접근과 전략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유아를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며 추진하는 유능한 존재로 바라본다면, 유아가 활동과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유아가 가진 능력이 최대한 잘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유아를 보호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이자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을 그저 받아들이는 존재라고 바라본다면, 사회적 정보나 가치관을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이 강조된다.

 

사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오랜 시간 동안 유아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유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고 발달적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였다. 이 시기에 유아는 어떤 특질이 없는 성인의 부속물이자 가르치고 보호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아동관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부모나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코메니우스(Comenius)를 시작으로 루소(Rousseau), 페스탈로치(Pestalozzi), 프뢰벨(Fröbel), 듀이(Dewey) 등 많은 교육 사상가들이 유아가 가지고 태어난 선한 경지를 원만하게 발현하기만 하면 최고의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이로운 존재라는 것을 피력함에 따라 고대와 중세의 아동관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유아를 유능하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바라보는 관점은 20세기에 이르러 피아제(Piaget)의 구성주의적 관점으로 인해 구체화된다. 피아제는 인식의 근원을 유아의 내부에서 찾고, 유아는 환경적 자극을 구성하는 내재적으로 능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았다. 이때 인식은 실제 세계의 반영 여부와 독립된 인식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구성’한 결과로 규정되며, 이러한 인식의 성격이 바로 ‘구성주의’이다. 구성주의 입장에서는 인식의 주체가 중요하며, 지식은 그것을 구성해 낸 사람의 체험에 의해 매개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조직화, 적응)를 생득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며 지식과 지능의 구성에서 능동적인 주체자로서 인지적 발달은 지식의 단순한 축적의 결과가 아닌 유아가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구성되고 변형되는 결과이다. 따라서 물리적 지식의 근거는 결코 외부인이 될 수 없으며 그 근거는 전적으로 유아가 내부에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교수로는 반성적 추상화를 촉진할 수 없다(DeVries & Kohlberg, 1987).

 

피아제처럼 지식 구성에서 유아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한 학자는 비고츠키(Vygotsky)이다. 비고츠키는 지식 구성력의 원천을 유아와 유아가 놓인 사회문화적 환경과의 통합에서 찾고 맥락 의존적인 지식습득 과정을 강조한다. 따라서 비고츠키의 사회문화적 구성주의에서는 유아의 능동적인 역할 수행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과 교사와 또래에 의한 적극적인 개입 전략을 지지하며, 학습자의 근접발달지대(ZPD)에 따른 의도적인 교육내용의 조직을 권장한다.

 

이처럼 유아교육에서 아동관은 유아에 대한 존중 이상, 즉 지식 구성에서의 유아의 주체적 역할과 같은 적극적인 의미를 반영하였다. 유아가 유능함과 선함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여기는 아동관은 유아의 흥미와 욕구를 존중하는 아동 존중 사상 또는 아동 중심 사상(신옥순, 2007)으로 발전한다.

 

유능한 존재, 능동적인 존재로서의 아동관과 아동 중심의 교육관은 유아교육에서 자유선택활동으로 연결된다. 즉, 자유선택활동은 유아가 스스로 환경을 탐색하고자 하는 내적 성향과 호기심, 그리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인식하는 관점을 유아교육에서 가장 잘 반영한 결과이다. 자유선택활동은 유아가 자신의 요구와 흥미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탐구하며 유아 스스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으로, 자유선택활동에서 자유는 합리적인 마음, 즉 이성의 계발을 통해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적극적인 자유의 의미로,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활동을 선택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자유선택활동에서 자유선택은 유아들이 교실 주변을 움직이는 자유를 통해 매력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활동과 놀잇감이 있는 흥미 영역에서 유아 자신의 흥미와 요구에 따라 놀잇감이나 교육적인 게임을 선택하는 자유를 말한다.

 

자유선택활동의 교육적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양옥승, 2002; 이숙재, 2007).

 

첫째, 유아의 능동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유아가 스스로 선택하여 이루어지는 활동은 유아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켜 주며 자발적으로 놀이에 참여하게 하고 창의적으로 놀이할 수 있는 내적 흥미를 자극할 수 있다.

 

둘째, 개별 학습이 이루어진다. 교사가 주도하는 집단활동은 유아 개개인에게 교육적 배려를 하기 힘들다. 그러나 자유선택활동에서는 유아가 개별적으로 놀이에 참여하므로 교사는 유아와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개인차에 따른 지도를 할 수 있다. 또한 교사는 유아의 놀이에 대한 개별적인 특성과 흥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유아의 놀이 수준이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개인차에 맞는 적절한 교육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

 

셋째, 통합교육이 이루어진다. 자유선택활동은 언어, 미술, 쌓기, 음률, 수학, 과학, 역할, 조작, 물·모래 영역 등과 같이 여러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므로 쓰기, 읽기 등의 언어 개념, 수학 개념, 과학 지식, 사회 지식과 태도, 자연 개념,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 등을 각 영역에서의 놀이를 통해 반복하고 통합하여 습득할 수 있다. 또한 학습 주제에 따라 놀이 영역을 주제에 적합하고 일관성 있게 구성하여 주제에 따른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전개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선택활동에서의 활동들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통합하여 운영함으로써 유아들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

 

넷째, 인간관계를 학습한다. 자유선택활동에서 유아와 유아 혹은 유아와 교사 간의 상호작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유아는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우정을 쌓을 수 있으며, 갈등을 경험하면서 양보하고 제안하고 배려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등의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고 실천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선택활동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으며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장(場)이 된다.

 

다섯째, 유아에게 기쁨이 된다. 자유선택활동은 유아의 내적 흥미와 동기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여 활동하는 것이 바탕이다. 유아가 자신의 내적 흥미와 동기를 바탕으로 선택한 놀이는 유아가 몰입하기에 적합한 시간이 될 뿐만 아니라 놀이 친구와 상호작용하면서 놀이를 더욱 즐겁게 확장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유아에게 즐거운 경험이 된다.

 

여섯째, 자율성과 책임감을 학습한다. 자유선택활동은 유아가 스스로 선택한 놀이 영역에서 자신이 계획한 활동으로 놀이를 전개해 나간다. 이러한 경험들이 놀이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하며 주도성을 길러 준다. 또한 자유선택활동을 통해 유아는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조절하며 나아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하는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유아들의 놀이 선택은 물리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양옥승, 2003). 놀잇감, 놀이 영역이 잘 조직되어 있을 때 유아는 환경을 탐색하면서 의미 있는 관찰과 선택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작업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되며 더 효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Johnson, Christie, & Yawkey, 1999). 예를 들어, 양옥승(2003)은 만 3세반 유아들의 활동을 살펴보았는데, 교사가 교실을 흥미 영역으로 구성하고 주제에 따라 새로운 활동을 제시해 주었을 때는 흥미를 느끼고 그 활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였지만, 교사가 물리적 환경을 제대로 조성해 주지 못하였을 때에는 유아들이 놀이를 선택하지 못하고 탐색하는 시간만 길어졌다고 한다. 또한 교실 공간이 협소하거나 한 영역에서의 유아의 몰림 정도는 유아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는 안전을 위해 먼저 통제하려고 함으로써 오히려 유아의 놀이를 방해하거나 촉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유아의 자발적인 활동 선택을 지지하기보다는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교사는 환경과 분위기를 통제하려고 하기보다 교실 공간의 크기나 유아의 인원수를 고려하여 영역 수나 영역별 크기, 영역별 적정 인원수 등을 조절하여 구성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유아가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고 교구를 직접 조작해 보는 기회를 갖도록 다양하고 풍부한 물리적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잘 조직된 물리적 환경은 유아가 좀 더 의미 있는 관찰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Ford, 1993).

 

자유선택활동에서 유아의 흥미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흥미는 유아의 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현실에서 교사가 유아들의 흥미와 요구를 반영하여 자유선택활동을 계획하지만 교육적이지 못한 유아의 흥미와 요구는 무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교사가 계획해 놓은 범위 안에서 유아의 선택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선택으로 인정받지만, 교사가 계획하고 제공하는 계획 이외의 선택을 하는 유아는 문제아나 말썽꾸러기 혹은 rlncksg게 하는 존재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자유선택활동 계획을 주제에 맞추어 교사가 혼자 계획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선택활동의 주제와 영역 구성, 그리고 교재교구 준비 시, 유아의 생각과 흥미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곽향림(2012)은 진정한 자유선택활동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유아들의 놀이 선택 능력을 믿어야 한다. 교사는 유아들이 계획하고 구성한 놀이에서 어떠한 학습이 일어날지 의심하고 걱정하는데, 유아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구성한 놀이 속에서 오히려 실험과 협동이 일어나며 학습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유아들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둘째, 진정한 놀이 선택을 위한 계획은 활동계획표와 같은 구조적인 형식을 사용하기보다는 비구조적인 토론을 통해 집단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한다.

 

셋째, 이야기 나누기는 유아들이 생활 주제에 관한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원천이 되는 시간이어야 한다. 교사가 유아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다루지 않고 교사-유아 간 일대일의 문답식 이야기 나누기는 자유선택활동으로 연계되기 힘들기 때문에 이야기 나누기 시간은 생활 주제와 관련된 활동을 계획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넷째, 자유선택활동의 계획-실행-평가는 유아들이 꼭 지켜야 하는 형식적인 틀이 아니라 연습의 과정이어야 하며 나선형의 실행이 되어야 한다. 유아들에게 계획을 하면 실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길러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계획과 평가가 유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놀이를 찾아 실행하는 절차여야 한다.

 

< 유아교육철학 및 교육사, 김희태·정석환,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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