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착 유형과 유아발달
1. 애착의 유형
일반적으로 영아와 어머니가 애착을 형성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이들이 형성하는 애착의 질은 다르다. 애착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에인스워스 등(Ainsworth et al., 1978)은 1~2세 영아를 대상으로 낯선 상황 실험을 진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애착 유형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정옥분, 정순화, 황현주, 2009; Shaffer, 2008).
①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
영아의 65% 정도가 이 유형에 속한다. 영아는 낯선 상황에서도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어머니를 안전기지 삼아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낯선 사람과도 잘 지낸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혼란스러워하며 어머니를 찾다가 어머니가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하며 쉽게 편안해진다.
② 저항 애착(resistant attachment)
영아의 10~15% 정도가 이 유형에 속한다.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에도 탐색을 거의 하지 않고 어머니 곁에 머물려고 하며, 낯선 사람을 매우 경계한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매우 불안해 하고, 어머니가 돌아오면 접촉을 시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밀어내는 양가적 감정을 보인다.
③ 회피 애착(avoidant attachment)
영아의 20% 정도가 이 유형에 속한다. 어머니와 함께 있어도 반응이 없고 놀이에 집중을 못한다. 어머니와 친밀을 추구하지 않고 낯선 사람에게도 이와 비슷하게 반응한다. 어머니가 없어져도 찾거나 울지 않고, 돌아와도 무시하거나 회피한다.
④ 혼란 애착(disorganized attachment)
영아의 5~10% 정도가 이 유형에 속한다. 영아는 불안정하면서도 저항 애착과 회피 애착이 결합된 복합적인 반응을 보이며, 낯선 상황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고 가장 불안해 하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와 재결합했을 때, 얼어붙은 표정으로 어머니에게 접근하거나 어머니가 안아도 먼 곳을 바라본다. 또는 처음에는 다가와 안기지만 이내 밀어 버리거나 피하는 등의 양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2. 애착과 유아발달의 관계
어머니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유아는 자신감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어머니를 안전기지 삼아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탐색하며 사회, 정서, 언어, 인지 등의 발달을 이루게 된다. 또한 유아의 발달은 안정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즉, 애착은 유아의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유아의 발달은 안정적인 애착 발달에 영향을 주어 상호관련성이 높다. 애착과 유아발달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애착은 사회, 정서 발달과 관련이 있다. 어머니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유아는 자신을 유능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세상에 대한 신뢰감과 안정감을 얻게 된다. 이들은 타인을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 대인관계에서도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유아의 정서적 능력과 대인관계에서의 유능함은 어머니와의 관계 형성을 더욱 친밀하게 해 안정적인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안정 애착을 형성한 유아는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유아보다 동조적이고, 협동적이며, 공감능력이 높다. 또한 이들은 어머니의 지시나 제한을 잘 따르고, 또래와 갈등도 적으며, 부정적 정서를 통제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나아가 애착은 청소년기 교우관계, 학업성취 등 학교생활 적응과 관련이 있으며, 이후 성인기 직장생활, 자녀 양육의 질, 그리고 노년기의 만족감과 외로움과 관계가 있다(구미향, 1999; 박향아, 배구택, 윤지영, 정도영, 2015; 심보숙, 고재홍, 2008; 유효순, 2003;전효정, 이귀옥, 2000).
둘째, 애착은 유아의 언어, 인지 발달과 관련이 있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영아는 어머니를 안전기지 삼아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며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이들은 능동적으로 문제에 도전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며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다. 또한 탐색조작, 이해, 언어와 같은 영역이 발달할수록 어머니와 정서적으로 공유하며 편안하게 만난다(박혜원, 2008; 박향아 외, 2015; 이영자 외, 2004; 정미라, 강수정, 김민정, 최혜정, 2014).
3. 애착의 지속성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의 질은 안정적이며, 이후 사회적 관계 및 적응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애착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내적 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적 작동모델이란 영아가 양육자와 상호작용하면서 구성하는자기, 타인 및 관계에 대한 인지적 표상이다(Shaffer, 2008). 어머니가 자신을 정서적으로 지지하며 도와준다고 느낄 때, 어머니와의 누적된 경험으로 인해 영아는 어머니에 대한 긍정적인 표상을 가질 뿐 아니라 자신을 유능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내적 작동모델을 형성한다. 반면, 어머니로부터 거절을 당한 경험이 있으면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표상을 갖고 자신을 가치가 없는 존재로 내적 작동모델을 형성한다. 영아기에 부모와 형성된 애착은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내적 표상으로 자리 잡아 내적 작동모델의 형태로 평생 지속된다. 따라서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이 성장 후에도 사회적 관계 및 적응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불안정 애착도 개입을 통해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다. 영아가 일차적으로 어머니와 불안정 애착을 형성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나 조부모 혹은 교사 등과 안정 애착을 형성할 수 있으며 불안정 애착이 개선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머니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영아라도 관심과 반응을 주지 않으면 불안정 애착으로 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유아의 내적 작동모델은 변할 수 있으며 불안정 애착이 꼭 불행한 삶과 관련되지 않는다. 그러나 초기 애착이 영아의 사회적·정서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 애착 형성의 영향요인과 지도방법
1. 애착 형성의 영향요인
1) 부모의 양육태도
영아가 형성하는 애착의 질은 양육자의 반응과 양육태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어머니가 영아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영아는 신뢰감을 형성해 안정 애착을 형성할 것이고, 영아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하면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다.
에인스워스(Ainsworth, 1979)의 양육가설에 의하면 영아의 요구에 어머니가 민감하고 반응적이면 안정 애착을 형성하고, 영아의 요구에 어머니가 둔감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기분에 따라 행동하면 저항 애착을 형성한다. 또한 영아의 요구에 어머니가 둔감하게 반응하고 참을성이 없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며 접촉을 잘하지 않으면 회피 애착을, 영아를 인형처럼 다루거나 공격하는 척 하는 등 공포 행동을 자주 보이면 혼란 애착을 형성한다. 즉, 어머니가 영아의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고 민감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적절한 도움을 주고 수용적이며 신체접촉을 즐기고 애정 표현을 자주 하면 안정적인 애착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구미향, 1999).
2) 부모의 개인 특성
부모의 성격, 양육 스트레스, 아버지의 양육 참여, 어린 시절 애착 경험 등의 부모의 개인 특성은 애착 유형을 결정하고 변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뜻하고 민감하며 외향적인 성격 특성은 영아의 안정 애착과 관련이 있으며(Kochanska et al., 1997; Mangelsdorf et al., 1990) 영아가 보내는 신호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은 안정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가 영아가 보내는 신호를 정확하게 인식해 적절하게 반응하면 영아는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반면, 어머니가 우울하고 불안하며 신경증이 높으면 영아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해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영아의 어머니는 자녀양육을 좋아하지 않고 자녀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Egeland & Faber, 1984). 우울증이 있는 어머니는 영아에게 단조로운 정서와 불충분한 자극을 제공하여 영아는 주의 깊지 못하며 까다롭고 활동성이 낮고(구미향, 1999). 신경증이 높은 어머니는 민감하지 못하고 강압적인 양육을 한다(Belsky & Barends, 2002). 또한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는 안정 애창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민현숙, 문영경, 2013; 정성훈, 진미경, 정윤선, 임효덕, 2006). 양육 스트레스는 어머니의 민감한 양육행동을 감소시키고 이는 결국 불안정 애착으로 연결되어 유아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가 명랑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면서 부부관계가 좋고 가족에 긍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으며 영아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이면, 영아는 더욱 안정감을 갖고 애착을 형성한다(Belsky, 1996).
부모의 어린 시절 애착 경험도 영아의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어린 시절 애착 경험은 내적 작동모델로 작용해 양육행동과 애착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애착표상이 안정적이면 자녀의 요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신체적 친밀감과 애정표현을 더 ㅁ낳이 한다(채진영, 이강이, 2008). 또한 아버지의 애착표상과 영아의 애착 안정성 관계에서 세대간 전이가 이루어진다(옥정, 방희정, 2012).
3) 영아의 특성
영아의 특성은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영아의 기질은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지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까다로운 기질의 영아는 어머니가 요구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보이지 못한다. 이로 인해 어머니의 무력감이 나타나 애착 안정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박응임, 1994). 또한 영아의 기질 요인 중 적응성이 높을수록 안정 애착을, 활동성이 높은수록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다(유효순, 2012; 이정희, 1993).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유아의 기질과 애착 안정성은 서로 관련이 없다고 한다(박응임, 1994; 정성훈 외, 2006). 즉, 영아의 기질 자체가 애착 형성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영아와 부모가 기질이 서로 맞지 않거나 부모가 자녀의 기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어머니가 받는 사회적지지 수준이 낮을 경우, 어머니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엄격한 성격일 때 부정적으로 작용하므로 영아의 기질이 애착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전우경, 2001).
2. 애착 형성 지도방법
유아는 일차적으로 어머니와 애착을 형성하지만 교사와도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어머니와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유아가 교사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다면 발달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으므로 교사가 유아의 안정 애착 형성을 돕는 것은 중요하다. 유아의 애착 형성을 위해 교사가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아(김혜금 외, 2014; 박찬옥 외, 2015).
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존중하기
애착의 첫 번째 조건은 사랑이다. 유아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애착 형성의 시작이다. 유아는 자신을 사랑으로 돌봐 주고 존중해 주는 교사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② 일상생활에서 따뜻한 상호작용을 통해 애정을 표현하기
일관적이고 온정적으로 보살피는 양육태도는 안정 애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상생활에서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름을 불러 주고, 미소를 지어 주고, 토닥여 주는 등의 상호작용은 유아에게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교사는 일상생활에서 신체접촉, 온화한 말투와 표정, 일관성 있는 태도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
③ 유아의 신호를 민감하게 읽고 반응하기
유아의 신호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의미를 정확하게 읽어 원하는 반응을 제공 할 때, 유아는 자신의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며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교사와 유아 간의 상호작용이 반복되면 안정 애착이 형성된다. 그러기 위해 교사는 평소 유아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연습을 하며 민감성을 길러야 한다.
④ 놀이를 통해 애착 형성을 지원하기
놀이는 유아의 애착 형성을 위한 효율적인 도구이다. 놀이를 통해 유아는 타인과 자연스러운 신체접촉, 협동, 긍정적인 정서를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또래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유아에게 친밀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발달에 적합한 놀이를 계획하여 애착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
⑤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 구성하기
유아는 유아교육기관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에 가정처럼 편안하고 즐거우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안전하고 예측이 가능한 심리적으로 안정된 환경은 신뢰감을 쌓아 자율성을 증진시켜 주며,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준다. 푹신한 베개와 쿠션, 카펫, 가족사진 등이 있는 아늑한 공간과 예측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유아가 안정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 유아사회교육, 김희태·김경희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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