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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기에 대한 이론적 관점 - 언어발달

by ⍣Humpback whale⍣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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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발달

   영어에서 영아를 지칭하는 'infant'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 'infans'이다. 이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동'이라는 뜻을 가진다. 라틴어에서 'infans에 대조되는 말로는 'puer'가 있는데, 이는 '말을 할 줄 아는 아동'이라는 의미다. 또 영어 'baby'는 중세영어 'babble'에서 비롯되었다. 이렇듯 예로부터 발달하는 아이들을 영아, 유아 아동으로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언어발달이다.

 

   출생 후 1년 정도가 되면 영아들은 첫 단어를 말한다. 영아들은 양손의 운동근육을 이용하여 야구공을 잡을 수 있기 훨씬 전에 어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며, 운동화 끈을 맬 수 있기 훨씬 전에 언어에 통달한다. Chomsky는 영아들이 문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듣고 자라며 문법은 환경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착안하였다. 언어습득의 신속성과 아동들이 산출하는 문장의 독창성, 언어습득에 이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교적 일관되게 진행되는 언어습득의 과정, 각 아동들의 지능, 경험과 비교적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언어발달 등의 특징들은 언어발달이 단순한 모방과 반복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언어습득에서 문법에 대한 관심이 1970년대에는 통사(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를 습득하는 데 있어 의미의 역할로 이동하였다. Bloom(1970)은 통사의 습득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심층의 문법구조를 연역하는 능력은 인지발달과 관계되며, 언어능력의 발달에 대한 설명은 인지기능에 대한 설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곧이어 언어발달의 전조적인 역할을 하는 인지적인 요인, 제약성에 대한 연구들이 시작되었다(예:Slobin, 1973).

 

   초기 연구들은 Piajet의 인지발달이론으로 의미의 습득을 설명하고자 했으나, 일반적인 인지발달이론으로 언어발달, 상징이해능력의 발달, 통사습득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는 초기 행동주의와 Chomsky의 주장 사이에 존재하던 환경론자와 선천론자 사아의 갈등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다. 언어이론들은 보편문법의 선천적인 원리들을 강조하였고, 인지이론들은 영아가 환경 속의 삶이나 물체와 상호작용하면서 어떻게 세상이나 언어에 대한 이론을 구성하는가를 강조하였다.

 

   의미습득에서 맥락을 강조하는 연구들은 의미, 통사와 독립적으로 언어가 대인간 도구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는 측면인 화용론으로 관심을 확장하였다(bATES, 1976; bRUNER, 1975). 그 결과 사회적 맥락의 영향을 강조하는 새로운 설명의 틀을 소개하였고, 이로 인해 영아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보다 일반적인 인지발달이론(Bloom, 1991l Gopnik, 1982; Greenfield, 1978)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사회적 이론(Ninio & Snow, 1996; Tomasello, 1992) 사이에 긴장이 생겨났다. 인지적 이론들은 발달에 있어 아동 개인의 공헌을 강조한 반면 사회적 이론들은 언어학습의 촉진자(Snow, 1989) 혹은 결정자로서 사회적 맥락의 '지원체제'(Bruner, 1983) 역할을 강조하였다.

 

  1980년대에는 Chomsky와 동료들의 성인 언어이론에 뿌리를 둔 learnability 이론(Pinker, 1984; Wexler & Culicover, 1980)이라는 또 다른 연구 패러다임이 출현하였다. 아동들의 언어자료들이 성인자료에서 얻어진 각종 언어이론들을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데 사용되었다. 언어습득의 이론들도 궁극적으로는 발달의 최종 지점인 성인 언어까지를 설명하고자 하지만 언어습득이론과 성인언어이론은 그 관점에서 차이가 많다. 인지와 사회적 발달이론들은 발달의 설명적인 원리들이 매우 일반적이며, 언어는 인지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한 부분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Chomsky의 주장에 따라 Learnability 이론은 언어습득이 선천적이거나 혹은 언어특정적인 원리와 과정에 따른다고 본다(Pinker, 1984, 1994).

 

   가장 최근에 대두된 언어습득이론은 신경과정으로 언어학습을 설명하는 연결주의 모형이다.(Elman et al., 1996). Learnability 이론이 문법을 습득하기에 언어환경이 너무 척박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반면, 연결주의 모형은 아동이 규칙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며, 언어습득을 위한 모든 정보가 입력 속에 존재한다고 본다. 이제는 입력에서부터 언어적 정보를 표상하는 뇌의 신경망 모형과 규칙에 근거한 체계가 존재하며, Chomsky의 주장대로 선천적으로 결정된 언어적 구조가 있다고 생각하는 설명모형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 최초의 연결주의 모형(Rumelhart & McClelland, 1986)과 후속연구들은 영어의 과거시제 획득을 패러다음으로 사용했지만 통사학습의 연결주의 모형을 제시하고자 시도하였다.

 

   보다 최근에는 지금까지의 언어발달에 대한 이론들이 아동의 인지발달이나 사회발달 등의 제한된 영역만을 강조한 것에 대한 반발로 전인적인 아동을 고려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역동적인 체계이론(dynamic system theory)이 그것인데, 주로 영아의 운동발달에 적용되던 이론이다. Bloom(1998)은 이 이론을 언어발달을 설명하는 데 적용하여 아동의 의도성(상호주관성, intersubjectivity)과 타인과의 사회적 연결, 인지, 정서의 통합만이 언어발달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어는 아동이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상호주관성을 유지하고자 학습된다. 1세 이전, 즉 언어 이전 시기에는 이런 상호주관성이 감정표현을 통해 나타난다. 초기 인지발달의 결과 의도적인 상태가 더욱 정교화되고 표현과 언어를 필요로 한다. 언어가 1세까지의 인지, 정서와 함께 발달하려면 영아들은 표현과 해석을 위한 어휘와 절차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Bloom의 모델은 표현과 해석을 포함한 모든 아동행동의 기저에 있다고 생각되는 의도성을 강조한다. 발달은 의도적 상태의 내적 표상과 외부의 사회적, 물리적 세상과의 교류과정에 의존한다. 이 과정은 세 가지 일반적인 원칙, 즉 유관성 원칙, 불일치 원칙, 정교화 원칙에 따른다.

 

   유관성 원칙에 따르면 발달은 맥락 속의 사건이 아동이 생각하고 있는 바와 관계될 때 가장 촉진된다. 유관성 원칙은 아동을 학습하여야 할 형식적 특성에 주의하게 함으로써 언어적 단위가 갖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줄여준다.

 

   불일치 원칙에 따르면 발달은 맥락 속의 물체와 아동의 마음속의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그 불일치를 해결하고자 향상된다. 아동은 그들의 마음을 알아낼 수 없는 타인들과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공유하고자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정교화 원리는 아동이 언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학습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정교화 원칙에 따르면 인지와 사회성, 정서발달에 따라 마음속에 생겨나는 보다 정교한 내용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더 많은 단어들을 획득하고 궁극적으로는 문장을 만드는 절차를 배우게 된다.

 

   언어의 발달은 아기가 출생하기 이전부터 시작된다. 아기는 태아기부터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이를 다른 여자의 목소리와 구별할 수 있다(Kisilevsky, 2003). 출생 이후에는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며, 미소 또는 사람 쳐다보기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행동을 한다. 이러한 초보적 의사소통행동(primitive communication behavisors)은 아직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욕구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언어발달의 지연은 영아들에게 심각한 건강이나 신체적인 결함이 없는 경우 그 영아의 발달지연에 대한 첫 신호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영아들은 12~15개월 사이에 첫 단어를 말하지만 대게 18~24개월까지 기다려 보아야 언어발달이 지연됨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24개월이 되어 표현어휘수가 50개 미만이고 두 단어조합을 하지 못하면 언어발달 지연으로 본다(Paul, 1991l Rescola, 1989; Thal & Bates, 1988). 그러나 말이 늦은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이 36개월 까지는 정상 언어발달을 하는 경우들도 있다. 예를 들어, 말이 늦은 아이들의 50%가 36개월까지 정상적인 언어발달을 하며, 나머지 25%는 학령기가 될 때까지 정상 언어발달을 한다(Rescorla & Schwartz, 1990; Tocias, 1992). 따라서 어릴때 말이 지연되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다른 개입이나 처치없이 언어발달이 정상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언어발달의 지연이 후속 발달에서의 언어지연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은 된다. 결국 언어지연이 나타나는 아동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초기 언어발달에서도 발달이 느리고 지연되었다(Trauner et al., 1995).

 

   많은 연구들이 말이 느린 영아들 중 나중에 정상 발달을 하는 영아와 그렇지 않은 영아들을 구별하는 변인들을 찾고자 하였다. 지금까지 확실한 변인들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20년간의 연구들은 조기진단과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언어발달을 예언하는 변인들을 밝혀냈다. 영아들 중에 연령에 적절한 이해수준을 보이며 빈 컵을 가지고 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는 것과 같이 몸짓을 사용할 수 있는 영아들은 언어발달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Thal & Bates, 1988; Thal et al., 1991). 반대로 가족중에 언어 관련 문제를 가졌거나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특정 언어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Thal et al., 1989; Tomblin, 1989; van der Lely & Stollwerck, 1996; Weismer et al., 1994). 또한 어휘의 사용에서만 지연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늦게라도 언어발달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언어 이외의 다른 변인들이 함께 지연되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영아들이 말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언어 발달의 예언변인들을 미리 평가하여 조기진단을 내릴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더 효과적인 발달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영아발달연구, 곽금주·성현란·장유경·심희옥·이지연·김수정·배기조 / 학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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