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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발달
인지(cognition)란 인식활동과 정신과정을 지칭하며, 환경을 '인식하여' 적응해 가도록 도와준다. 인지과정은 주의를 기울이고 지각하며 학습하고 사고하며 기억하는 활동, 즉 관찰될 수 없는 사상 등을 포함한다(Flavell, Miller, & Miller, 1993). 인지에는 지식, 의식, 지능, 사고, 상상력, 창의력, 계획과 책략의 산출, 추리, 추론, 문제해결, 개념화, 분류 및 관계짓기, 상징화 등이 포함된다. 인지발달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정신적 조작과 능력에서 일어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인지발달의 본격적인 연구들은 실험적 방법이 가능한 1970년대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Reese, 1993). 이에 따라 영아와 유아의 인지능력이 Piaget의 표준과제에 의해서 밝혀냈던 것보다 훨씬 유능하다는 사실이 많이 밝혀지게 되었다. 특히 정보처리적 접근방법을 사용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게 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영아의 능력을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영아의 연구방법은 불가능한 사건과 가능한 사건에 대한 영아의 반응을 측정하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는 습관화-탈습관화 패러다임이다.
영아가 감각, 지각, 인지, 그리고 사회성의 측면에서 매우 유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80년대에 들어서 인지발달에 대한 제약적 견해(constraint vie, Gelman, & Baillargeon, 1983; Gelman & Williams, 1998; Gopnik & Wellman, 1992)라는 새로운 인지발달 패러다임이 대두되었으며, 영아의 인지발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자극되었다.
Piaget에 의하면 영아는 성장함에 따라 점점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지능적으로 보이는 조직화된 감각 및 운동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영아는 완전히 실제적이고 지각적이며, 행동과 결부된 지적 기능을 나타낸다.
Piaget는 영아기의 인지발달단계를 감각운동기라 하고 이를 6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1단계는 반사기능단계(출생~1개월)로 단순히 환경의 자극에 대한 자동적 반응으로서 사물을 보고 잡고 빠는 반사행동이 나타나며, 이를 연습하는 시기다. 2단계인 일차순환반응기(1~4개월)에는 영아가 더 많은 경험을 하게 하면서 도식들이 보다 정교화되며, 서로 통합되어 보다 큰 단위의 도식을 이루게 된다. 3단계인 이차순환반응기(4~8개월)에 영아는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온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그 결과를 재현할 수 있다. 즉, 초보적인 수준의 인과성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지식은 진정한 의미에서 의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4단계인 이차도식협응기(8~12개월)에는 분명하게 의도적이고 목표지향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5단계인 삼차순환반응기(12~18개월)의 영아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능동적인 탐색을 한다. 탐색은 주변 세계에 작용하는 새로운 수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단계의 행동들이 감각운동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사고로 내면화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 6단계인 내적 표상단계(18~2세)에는 상징적 능력 또는 한 사물을 이용해서 다른 사물을 나타내는 표상적 능력이 출현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지연모방, 상징적 놀이, 언어의 출현 등 영아기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행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Piaget가 제시한 연령기준에서 각 영아는 다소 빠르거나 느릴 수는 있지만 그 순서는 불변적이다. 영아기 동안 도식들이 변화하는 방식과 도식들간에 점진적인 협응이나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6단계에 걸친 이동이 나타난다. 영아기의 인지발달에 대한 Piaget의 견해는 대상영속성개념의 발달이나 모방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에도 잘 적용된다. Piaget는 대상개념이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획득되며, 감각운동기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1) 지각발달
지각발달은 다른 영역의 발달에 비해 생애 초기인 영아기에 상당한 수준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영아의 지각능력에 대한 이해는 연구방법의 변화와 함께 발전해 왔으며, 영아의 지각연구에는 흔히 선호법, 습관화 절차, 친숙화-새로운 자극 선호 절차, 그리고 생리적 반응을 사용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시각의 경우 생후 약 1개월에는 초점이 흐리며 물체를 선명하게 지각하지 못하나, 생후 0~8주가 되면 성인과 유사한 정도로 움직이는 사물을 시선으로 추적할 수 있다. 약 6개월이 되면 성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선명하게 지각할 수 있게 되며(Banks & Salapatek,, 1983), 7개월경에는 깊이를 판단하기 위해 크기와 같은 시각적 단서를 이용할 수 있다.
청각은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 훨씬 더 발달된 상태로 태어나며, 태내기부터 소리에 반응을 보인다. 신생아는 출생 2주 전에 엄마가 큰소리로 읽거나 노래했던 이야기나 노래를 선호하며, 생후 3일 된 신생아도 엄마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변별할 수 있다(DeCasper & Fifer, 1980). 4개월에는 인간의 말소리를 구분하며(Fernarld, 1985), 5개월에는 목소리에서 감정을 탐지해낼 수 있다. 손을 내밀어 물건을 잡는 반응에서, 영아는 6개월경이면 청각단서를 사용해서 물체가 자신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사물을 지각할 때 대체로 한 가지 이상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경험하는데, 이를 감각간 지각이라 한다. Piaget의 이론에 의하면 1~4개월이 되면 출생 시에 타고난 단순한 반사행동들이 수정되기 시작하면서 협응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손과 입의 협응능력으로 손가락 빠는 행동 등이 나타나고, 눈 협응능력이 발달하면서 움직이는 대상을 눈으로 따라갈 수 있다. 청각과 시각 협응능력의 발달도 이 시기에 이루어져 소리간의 변별도 시작되며, 소리나는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아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연관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감각간 지각은 단순한 지각능력이라기보다 두 가지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통합하여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2) 대상 개념
대상개념은 대상들의 독립적인 존재개념에 대한 인식의 발달에 관한것이며, 대상영속성(Object pemanence)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이것은 생의 초기에 나타나는 표상능력 중의 하나로서 최근 연구들은 영아가 상당한 대상개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Piaget의 감각운동기 6단계에 비추어 대상개념의 발달을 살펴보면 1,2 단계인 1~4개월에는 시야에 있는 대상물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대상물을 숨기면 곧 흥미를 잃고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3단계인 4~8개월에는 사라진 대상물을 찾는 행동을 보이는데, 영아는 부분적으로 보이는 물체나 투명한 덮개로 덮어놓은 물체에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한다(Harris, 1983). 감각운동기의 4단계인 8~12개월에는 완전히 가려지거나 사라진 대상물을 찾아낼 수 있으나, 영아가 보는 앞에서 숨기던 장소를 바꾸어 다른 장소에 대상물을 숨기면 대상물을 찾지못하는 AB오류라는 특이한 대상개념의 한계를 보여준다. 3단계인 12~18개월에는 대상과 대상에 대한 행동이 완전히 구분되어 AB오루에서 벗어나게 되어, 대상물을 어디에 숨기든 가장 최근에 사라진 곳에서 대상을 찾는 능력을 보이게 된다. 6단계인 18~24개월의 영아는 대상물을 숨기는 것을 보지 않아도 추적하여 대상물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상개념이 발달하게 된다. 대상개념은 영아기 동안에 성취되며, 대상에 대한 지각적 접촉이 변화한다 해도 그 대상의 존재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3) 탐색행동
영아의 탐색행동은 주로 장난감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통해 나타난다. 대상의 속성에 대한 탐색행동들은 대상에 따라 달라질 뿐 아니라 서로 관련이 있다. 탐색하는 능력은 신생아 때부터 나타나는데, 29일 된 신생아는 젖꼭지를 구별할 수 있으며(Meltzoff & Borton, 1979), 4개월 된 영아는 손으로 만진 대상(막대로 된 고리)과 만지지 않은 대상(줄로 된 고리)을 구분하였다(Streri & Spelke, 1989). 또한 6개월 이상 된 영아들은 대상들을 탐색하는 동안 번갈아 대상을 보고 만지고 입에 넣는다(Ruff, 1984). 만일 영아들이 어둠 속에서 소리를 들으면 소리 나는 방향에서 대상을 찾으려 손을 뻗으며, 어둠 속에서 나는 소리에 근거해서 팔일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는지 없는지를 구별할 수 있다(Clifton, Perris, & Bulliger, 1991). 또한 색이 다른 컵 속에 단 음식과 신음식을 제시했을 때 영아들은 일관적으로 색과 맛을 연결시킬 수 있었다(Reardon & Bushnell, 1988).
(4) 모방
모방은 타인의 행동을 복사하는 것으로 의도가 포함된 행동이며, 중요한 사회적 도구다. 즉, 모방은 어떤 목표를 갖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영아들의 모방 목적은 대상에 대한 탐색,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 즐거움과 흥미 자체이며,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목적으로 한다. Piajet의 감각운동기에 나타나는 모방을 하며, 2, 3단계에서는 어머니가 모방한 자신의 행동을 반복하며, 4단계에서는 생소한 반응에 대한 모방이 증가하고 지연모방이 시작되는 시기다. 5단계는 생소한 반응에 대한 체계적인 모방이 시작되고, 6단계에 복잡한 행동배열에 대한 자연모방이 가능해지면서 모방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다.
(5) 가장놀이
영아의 놀이는 자신의 신체에서 시작하여 딸랑이와 같은 대상을 조작하고, 1세경에는 기능적인 놀이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장난감 전화를 빨거나 두드리기보다 다이얼을 누르며 논다. 놀이의 가장 획기적인 발달은 11~13개울에 나타나는 상징놀이다. 초기에는 단순히, 먹기, 마시기 또는 잠자기와 같은 친숙한 활동으로 시작되지만, 18개월이 되면 여러 활동이 연결된다. Piajet에 따르면, 이 시기는 심적인 조합을 통해 새로운 수단을 발명하는 시기다. 이전 단계에서 영아들은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으로 실험하였지만, 이 모든 시행착오는 실제적인 행동영역에서 발생하였다. 그러나 18개월이 되면 더 이상 신체적으로 활동을 수행하지 않고서도 목표로 가는 가능한 경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가장 불가능한 것을 제외한 다음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놀이(pretend play)다. 24개월 이후 영아들은 보다 복잡한 유형의 가장행동을 하고, 놀이 속에서 전체 장면과 경험이 재구성되기 시작한다. 24~36개울 사잉에 가장놀이에서 개인차를 볼 수 있는데(Wolf &Gardnet, 1979), 도안가(Patterners)유형은 대상들의 속성, 외형, 형태에 관심이 있는 반면, 극작가(Dramatists) 유형은 이야기 만들기, 상상,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다.
(6) 범주화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많은 자극들과 사건들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포유류나 새와 같은 생물, 금이나 돌과 같은 무생물의 자연범주, 의자나 자동차의 인공범주, 세모, 네모 등 기하학적 도형의 인위적 범주다. 자연범주에 가구, 도구 등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물을 포함하여 자연언어범주라고 칭하기도 한다(이춘재·성현란 외, 1998).
영아들을 포함한 아동들의 범주개념 발달을 연구할 때, 주로 구체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자연언어범주(동물, 교통수단, 과일, 옷, 가구 등)를 대상으로 한다. 영아들은 생후 3개월경이면 이미 여러 종류의 범주를 형성하고 있다. 동물그림에 습관화시킨 후 책상이나 의자를 보여주면 관심을 보인다(Behl-Chadha, 1996). Eimas와 Quinn(1994)은 3~4개월 영아들도 고양이나 말과 같은 자연범주의 예들에 대한 범주화를 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Mandler와 Bauer(1988)는 12~20개월의 영아를 대상으로 사물 연쇄적 만지기 과제를 이용한 연구에서, 12~15개월의 영아는 기본수준 범주만 이해했으나, 20개월 된 영아는 상위수준 범주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이 연구에서 영아들은 기본수준 혹은 상위수준 범주별로 구분하기는 했으나, 두 범주간에 지각적인 유사성이 낮은 경우에만 범주를 구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20개월 이전에는 기본수준 범주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세 유아의 경우도 범주를 잘 이해하는 유아와 그렇지 않은 유아에 따라 자극배열(대조적 조건 대 보완적 조건)의 방식이나 범주전형성의 효과가 다른 것으로 보아, 3세는 범주개념이 형성되는 중요한 과도기임을 알 수 있다(성현란, 1995; Waxman, Chambers, Yntema, & Gelman, 1989).
(7) 문제해결
문제해결에 있어서 생후 초기에 이루어지는 몇 가지 중요한 성취를 살펴보면, 5개월 된 영아는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잡기 위해 팔 뻗기를 할 때 초기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며(Hood & Willatts, 1986), 6개월 된 영아는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잡기 위해 팔 뻗기를 하는데, 잘못하였을 경우 방향을 수정하여 팔 뻗기를 한다(Goubet & Clifton, 1998).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손에 넣은 과제에서, 9개월 된 영아는 장애물을 치우고 원하는 장난감이 올려진 천을 당겨서 장난감을 갖는 행동계열을 쉽게 실행할 수 있었다(Willatts, 1989). 12개월이 되면 한 단계를 더 행해서 3단계로 이루어진 행동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Willatts, 1984, 1990).
자기 혼자의 힘만으로는 목표를 성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거나,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Brown(1989)은 20개월 된 영아에게 실험 전에 끝이 둥글고 길다란 노란색의 갈고리를 사용해서 장난감을 얻는 방법을 배우게 한 후 비슷한 과제에서 여러 도구를 주었더니, 영아들은 연습했던 도구와 지각적으로 유사한 도구는 보지 않고, 현재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도구에만 주의를 집중하였다. 즉, 영아들은 충분한 경험이 있다면 도구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해결방안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해결능력이 발달하였다.
< 한국영아발달연구, 곽금주·성현란·장유경·심희옥·이지연·김수정·배기조 / 학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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