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발달
1) 주요한 운동발달
운동발달의 관점에서 보면, 생후 세 번째 해는 흥미로운 발달시기다. 이 시기 운동발달 항목들에 대한 연령 규준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술을 획득하는 연령에서 폭넓은 개인차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어떤 영아들은 세 번째 해의 마지막까지도 이 모든 것들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영아들에서 안정된 손 선호는 5세가 되어야 나타나지만 많은 영아들은 3세가 되면 성인과 유사한 손 선호를 보인다(Hardyck & Petrinovich, 1977; Ramsay, 1980). 손잡이와 발달간의 관계에서 왼손잡이 아이들(전 인구의 12%)이 인지적, 운동적 결핍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이 아이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손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Tan, 1985).
(1) 그리기
3세가 되면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영아들은 꼬불꼬불한 선을 그리고 종이에 단순한 모양을 만든다. 연구들에 따르면, 이 초기 그림들은 영아의 정서적 삶에 대한 반영이 아니라 팔과 손의 운동적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다(Freeman, 1980; Golomb, 1974). 일단 영아들이 모양을 그리기 시작하면, 동그라미나 네모와 같은 단순한 것들을 선호한다. 이후 이런 단순한 모양들은 보다 복잡한 그림들로 조합된다(Goodnow, 1977).
▶ 사각형을 복사하는 능력의 발달과정
나선형을 사용하는 첫 그림에서도 서투른 사각형이 나타난다. 한 남아는 이 시기 동안 나선형으로 사람을 그렸다. 2세 9개월 13일에 사각형을 그릴 수 있게 된 후, 그 아이의 사람 그림은 보다 현실적이 되었고 얼굴의 세부 부분들을 표현하였다. 이 연구는 3세 영아들의 그림이 단순한 시각적 단위(원이나 사각형과 같은)로부터 보다 복잡한 이미지로 구성된 것으로 발달함을 보여준다(Sriles, 1995). 이 연령의 영아들은 물리적 대상들에 근접한(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영아들이 글자, 단어, 웃는 얼굴과 같은 상징적 대상들을 그리는 데는 적어도 1년이 더 필요하다(T. C. Callaghan, 1999).
이 시기에 영아들이 그리는 모든 것이 세상에 있는 어떤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성인들이 실제적이거나 표상으로서 그림을 해석하는 것이 항상 적절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영아는 매체를 탐색하기 위해 그 재료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모양, 선, 색의 종류들을 알아내기 위해 이 붓 혹은 저 크레용을 사용할 수도 있다.
(2) 신체놀이
운동발달의 또 다른 측면은 신체놀이다. 처음 2년 동안 신체놀이는 주로 신체능력의 탐색, 일차와 이차순환반응, 앉기·서기·걷기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영아들의 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해 동안 영아들은 운동놀이(exercise play)를 발달시킨다. 운동놀이는 달리기, 쫓기, 오르기와 같은 신체적으로 활발한 즐거운 이동 움직임이다. 이것은 사회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은 3세 영아들의 유아원(day care setting)에서 하는 행동 중 7~14%다(Pellegrini & Smith, 1998). 남아들은 여아들보다 더 많이 운동놀이를 하는 경향이 있고, 이 시기의 남아들은 여아들보다 전반적으로 활동수준이 높다(Campbell & Eaton, 1999; Pellegrini & Smith, 1998).
운동놀이는 성인들에서처럼 영아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이것은 건강(fitness), 지구력(endurance), 힘(strength), 기술을 증진시킨다. 신체적 놀이가 영아들의 지방을 감소시키고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증거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놀이가 인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제안하지만, 연구들은 그 효과가 신체적 놀이의 효과인지 혹은 유아원이나 유치원에서 실시하는 인지과제를 하는 동안 놀이터 효과인지를 분리하지 못했다. 어쨌든 남아와 여아 모두 몸과 마음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운동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Pellegrini & Smith, 1998).
■ 인지발달
1) 주요한 인지발달
(1) 개념 이해
▶ 색과 형태개념
영아들의 지각적 개념화의 발달에 관해서는 특히 색과 형태의 상대적 선호에 관한 연구가 비교적 많이 이루어져 왔다. Brian과 Goodenough(1929)에 의하면 3세 이하의 영아는 세상을 유사한 자극에 따라 분류할 때 색상에 비해 형태를 선호하지만, 3~6세의 유아는 형태보다 색상 선호로 이행되고, 6세 후에 다시 형태 선호가 색상 선호에 비해 우세하다. Melkman, Koriat 및 Pardo(1976)는 2~4세 유아를 대상으로 원, 삼각, 사각, 별모양의 네 가지 형태와 빨강, 노랑, 파랑, 초록의 네 가지 색을 사용하여 형태와 색개념을 연구한 결과, 2세와 4세 유아는 형태 선호를, 3세 유아는 색상 선호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 2세 정도의 어린 영아도 차원 선호에서 현저한 일치도를 나타내어 2세 영아의 수행 결과가 우연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일관성 있는 선택을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색상과 형태에서 대조를 이루는 그림을 분류하는 과제에서 2세 영아는 신기한 명칭(novel label)이 제공되지 않았을 때(예:다른것을 찾아보렴)에는 색상에 따라 대상물을 분류하는 경향이 있으나, 대상물에 대한 신기한 명칭을 들려주고 그 명칭을 확장하도록 요구했을 때에는 색상보다 형태에 기초하여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3세 영아는 두 조건 모두에서 형태를 근거로 구별해낸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2, 3세 영아는 대상의 범주화에 있어서 색상보다 형태를 신뢰한다고 볼 수 있다(Baldwin, 1989).
Sandhofer와 Smith(1999)는 2세 영아를 대상으로 색상용어와 크기용어의 연합 학습을 비교한 결과, 영아가 크기에 비해 색상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크기보다는 색상과 대상물을 연합시키는 것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2세 정도의 어린 영아를 대상으로 색상과 형태를 비교한 대다수의 연구에서 색상에 비해 형태를 더 선호하고 형태를 근거로 반응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 색과 형태개념에서의 성차
색상과 형태개념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에 대해 살펴보면, 대체로 남아에 비해 여아가 우수하다(Anyan & Quillian, 1971; Brian & Goodenough, 1929; Johnson, 1977). 이는 일반적으로 남아에 비해 여아들의 성숙이 빠르거나 언어능력이 우수한 것과 관련이 있다(Maccoby, 1966). Nash(1970)는 심지어 5개월 여아도 남아보다 색깔에서 더 흥미를 보이므로 색깔 민감성에 대한 생물학적 경향을 시사한 바도 있다. Kagan과 Lemkin(1961)은 유아의 선호 경향과 개념적 유사성을 위한 근거로 형태, 색상과 크기 중 주로 어느 차원에 기초하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성별에 따른 유의한 차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어, 연구에 따라 성차의 여부에 대한 결과에 다소 차이가 있다.
(2) 가장놀이
▶ 가장놀이의 특성
가장놀이의 특성(Flavell, Miller, & Miller, 1993)에 대해 살펴보면 첫째, 가장놀이에서 상투적인 행동과 실제 행동이 분리된다. 이것은 놀이에서 가장과 현실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둘째, 가장 할 수 있는 대상은 다양하다. 가장 대상의 발달적 변화를 살펴보면, 구체적이고 친숙한 대상물에서 비슷하지 않은 것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실제 대상물 없이 상상만으로 가장하는 것이다. 셋째, 특정 연령에 제한되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즉, 1세 이전에는 할 수 없고 6세가 넘으면 사라진다. 넷째,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성이다(성현란·이현진·김혜리·박영신·박선미·유연옥·손영숙, 2002).
가장놀이는 상징에 기초하고 있다. 상징은 사물이나 사건의 표상이 관습적으로 공동체의 성원들간에 공유된 것이다. 상징놀이의 수준은 5단계로 나뉘며, 이는 발달적 순서를 갖는다(Nicolich, 1977).
① 자신의 머리를 빗는 것과 같은 전상징적(presymbolic) 놀이
② 자는 척하는 자기상징적(self-symbolic)놀이
③ 인형에게 음식을 주는 대상중심적(object-centered) 상징놀이
④ 아기 인형과 테디 베어를 산책시키는 것과 같은 대상조합(object-combination) 상징놀이
⑤ 실제로 하기 전에 '저녁을 만들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계획된 상징놀이(Fogel, 2002).
▶ 가장놀이의 기능
가장놀이의 종류는 가장놀이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① 가장놀이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버전을 구성하는 일종의 사적 언어(private speech)다. 24개월 이후 영아들은 보다 복잡한 유형의 가장행동을 하고 이것은 놀이 속에서 전체 장면과 경험이 재구성되기 시작한다. ② 영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해 현실을 변화시키거나 수정하는데, 이것은 상상적인 가장놀이(imaginative pretend play)다. ③ 불쾌히거나 위협적인 어떤 일을 경험한 후 일어나는 청산하는(liquidating) 가장놀이다. 영아들은 놀이 속에서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려운 상황을 다시 체험한다. ④ 영아는 가장놀이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알게 된다. 의사나 교사가 되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가 되기도 하면서 각각의 역할들을 알게 된다. ⑤ 가장 놀이에서 개인차는 24~36개월 사이에 볼 수 있다(Wolf & Gardnet, 1979). 도안가(Patterners) 유형의 영아는 이야기 만들기, 상상,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2세 된 영아들에게 16가지 물건들(사람 4, 동물 4, 작은 블록 4, 큰 블록 4)을 주고 유사한 것끼리 묶으라고 하면 도안가는 형태, 모양, 색에 따라, 극작가는 블록으로 집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Fogel, 2002).
▶ 가장놀이와 인지와의 관계
Piajet는 2세경에 눈앞에 보이지 않는 사물이나 상황을 자발적으로 마음에 떠올릴 수 있게 되면서 가장행동이 나타나며, 이런 활동으로 인해 상징이 발생하게 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영아가 술이 달린 헝겊을 베개처럼 베고 '자는 척하는 놀이'를 할 때, 이 아이는 ① 술이 달린 헝겊을 보고 눈앞에 없는 베개를 스스로 떠올리게 되어, ② 잠을 자는 척 하는 가장놀이를 하게 되었고, ③ 그 과정에서 헝겊으로 베개를 상징하는 행동, 즉 헝겊이라는 사물에 베개란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외적인 표상 행동을 한 것이다. 하지만 Piajet는 베개를 아기로 가장하여 놀이를 하는 유아가 상위표상하여 자신은 베개를 아기로 마음속에 표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Leslie(1987)는 아이가 바나나를 전화기로 가장하여 가장놀이를 할 때 '이것은 바나나다'라는 사실로부터 분리하여 '이것은 전화기다'로 가장하여 마음속에 표상한다고 보았다. 이렇게 사실과 분리하여 마음속에 가장하여 표상하는 것이 바로 마음상태가 표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즉 가장과 같은 마음상태가 표상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Perner는 Piajet가 가장놀이를 상징이나 대체로 설명한 것이나 Leslie가 상위표상으로 설명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Perner(1991)는 가장놀이를 하고 있는 2세 영아가 놀이를 하면서 자신이 바나나를 전화기로 표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표상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Perner에 의하면 가장놀이를 하는 영아는 실제 상황과 다른 가장 상황을 단순히 척하는(acting-as-if) 것일 뿐이다. 즉, 단순히 실제 상황과 가장 상황을 각각 표상하고 가장 상황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놀이를 하면서 영아는 '실제 상황은 바나나다'와 '가장 상황은 전화기다'라는 두 상황을 각각 표상하는 것이지, '나는 바나나를 전화기로 생각하고 놀고 있다'라고 표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두 가지 상황을 표상하는 것이지 가장하고 있는 마음상태를 마음속에 다시 표상하는 것, 즉 상위표상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성현란 외, 2002).
2세 영아가 가장놀이를 하면서 단순히 척하는 행동을 하는 것인지, 자신이 사실과 다른 상황을 표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2세경에 가장놀이를 많이 하는 사실은 분명하며, 2세 영아는 적어도 사실과 다른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한국영아발달연구, 곽금주·성현란·장유경·심희옥·이지연·김수정·배기조 / 학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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