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early childhood)는 2세부터 6세까지를 말하며 전조작기에 해당된다. 발달이 연속적이고 누적되는 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영아기를 벗어난 유아기의 시작 시점을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영아기 이후부터 학동기 이전까지를 유아기라 지칭한다.
■ 신체영역
유아기는 영아기에 비해 속도는 완만하지만 꾸준히 신체적 성장이 이루어진다. 즉, 전반적인 성장속도 면에서 영아기만큼 빠르지는 않으나, 유아기 역시 신체비율과 활동성에 있어 영아기 못지않은 가파른 성장곡선을 보인다. 유아기에는 1년에 5~8cm 정도 키가 자라고 몸무게는 약 2~3kg 증가하며, 팔과 다리가 자라면서 균형 있는 자세가 된다. 유아기에는 여아가 남아보다 키가 약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가는데, 이러한 차이는 사춘기까지 지속된다. 유아기에는 신체 각 부분이 각기 다른 속도로 성장하여 신체비율이 영아의 모습에서 벗어나 점차 상 · 하반신이 길어진다. 머리가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듦에 따라 체중의 중심이 배꼽 아래로 내려간다. 대체적으로 이 시기에 일어나는 팔다리의 성장과 골격의 발달로 인해 유아는 활동성과 운동능력이 증가한다.
또한 유아기는 대 · 소근육이 발달하고, 신체균형 유지 및 협응력 등 기초적인 운동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이다. 유아기의 건전한 신체발달과 운동성의 증가는 보통 자연스러운 놀이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 대근육 운동기술은 걷기에서 시작하여 달리기, 뛰기, 높이뛰기, 올라가기 등으로 발달하며, 점차 공 던지기, 자전거 타기, 놀이기구 타기, 물놀이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유아는 손으로 사물을 조작하는 소근육이 발달하며 눈과 손의 협응도 잘 이루어지는데, 놀이를 통해 이러한 동작을 연습한다. 도구를 이용하여 만들기를 하고 블록을 쌓으며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기 위해 연필을 잡는 등 섬세한 소근육 활동을 하게 된다. 5세까지 전반적인 운동능력을 습득하는데, 대근육과 소근육이 잘 발달하도록 유아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좋다. 대근육 활동은 남아가 왕성한 편이고 소근육 활동은 여아가 더 정교한 편이지만 개인차가 있다.
◆ 뇌발달
출생 당시 400g에 불과했던 태아의 뇌는 약 12세가 되면 3~4배까지 증가한다. 이 사이 두뇌영역 기능이 부위별로 형성되고 뇌세포 간 연결망인 시냅스는 엄청난 속도로 확장된다. 인간의 뇌는 약 1조 개의 신경세포(뉴런)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결고리인 시냅스는 1,000조 개에 달하고, 그 신경망은 외부의 자극이 계속되는 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태아의 뇌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성장에 필요한 신경세포를 필요한 분량보다 많이 만드는데, 연결되지 않은 뇌세포는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시냅스와 뇌세포가 연결되는 과정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시기는 생후 2세까지이며, 이후 약 11세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유아기 뇌발달이란 뇌세포 간의 연결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아기 뇌발달은 자극과 경험의 산물로서 다양한 놀이와 신체활동, 인지적 자극과 정서적 교류의 양과 질에 영향을 받는다. 대뇌피질의 뇌세포는 다양한 경험이 자극이 되어 영유아기에 빠르게 연결되므로 영유아기의 다양한 감각경험이 중요하다. 오감을 통해 뇌세포에 투입되는 자극과 정보, 감각적 경험은 뇌신경세포의 활발한 연계를 유도한다.
■ 사회정서 영역
1) 사회성 발달
유아기가 되면 영아기의 사회적 표현행동과 애착, 자아인식을 토대로 사회적 관계를 넓혀 나간다. 유아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사회적 행동, 성역할, 도덕성 등 사회화에 관련된 요소를 발달시킨다. 유아기에 이르러 '놀이'활동이 다양하고 빈번해지며 집단을 이루는 경향이 생겨, 3~4세가 되면 또래와의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래와의 놀이활동을 통해 사회적 기술이 증진되고 친사회적 행동도 발달시킬 수 있다.
한편 유아기 초기에는 놀잇감이나 공간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구적 공격성이 나타난다. 도구적 공격성이란 자신이 상해를 입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방을 해치거나 부상을 입히는 행동이다. 유아는 위협적인 몸짓을 한다거나 미는 등의 신체적 표현을 많이 한다. 그러나 연령이 증가하면서 성인의 부정적 반응, 조망수용 능력의 발달, 긍정적 의사소통 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신체적 공격이 감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2) 자아개념 및 자아존중감 발달
2세가 되면 상대방과 자기를 명확히 구분하고, 언어적으로 '나'와 '내 것'이라는 인칭대명사를 사용한다. 이 시기에 유아는 자신이 분리된 물리적 실체로서 특정 행동과 언어, 생각과 감정의 소유자임을 인식하는 자아개념을 형성한다. 또한 자신의 것과 자기 몸에 대한 경계선이 분명해지므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대상에 대해 강한 경계심과 분노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3세 이후의 유아기로 접어들면 자기존재의 연속성과 자신에 대한 자전적 기억, 자신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에 대해 구술하는 능력을 가진다(Povinelli & Simon, 1998).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유아는 신체적 특징, 소유물, 행동을 표현하지만 심리에 대한 기술은 드물다. 4~5세경 유아의 자아개념이 활동수행 능력에 근거한 구체적이며 물리적인 개념이라면, 6세경의 유아는 자신의 본성이 외부로 드러난 행동과 구분될 수 있는 내재적이고 심리적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한편 유아기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중 제3단계로 주도성 대 죄의식을 경험한다. 이때 유아가 주도성을 형성할지 죄책감을 형성할지 여부는 유아의 자기주도적인 활동에 대한 주위 반응에 영향을 받는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유아는 주도적 특성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발달시키는데, 이는 자아개념과 자아존중감의 기반이 된다. 2~3세경에는 주위에서 도움을 주려 해도 자신의 방식만을 고수하며 타인까지도 조절하려고 한다. "싫어", "내 거야", "줘" 등의 말을 많이 하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경우 쉽게 좌절하며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나'와 '내 것'이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강한 소유욕을 보인다. 소유욕의 일환으로 요구하기, 조절하기, 주저함, 심술, 공격적인 행위, 놀리기 등의 행동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 기준에 순응하는 법도 학습하면서,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적절히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 4, 5세가 되면 자기중심성의 경향이 줄어들고, 자기조절력을 습득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독립성과 자기주도성을 보인다.
또한 유아는 복잡한 자기 묘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특징을 평가하는 등 자아존중감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자아존중감은 자신의 역량이나 유능함에 대한 평가적 신념으로, 건강한 인성발달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3) 성역할 발달
유아기에는 여자다움 혹은 남자다움에 관한 성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동성 부모와의 동일시가 증가하며, 자신의 성을 인지하고, 놀이활동에서 성역할이 나타나며 동성끼리 구분지어 노는 경향을 보인다. 성역할이란 남성 또는 여성에 적합하다고 간주되는 일련의 태도와 행동으로, 성역할 특성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성유형화라고 한다. 성유형화는 생물학적 요인과 보존개념 및 점주화 능력에 발달과 같은 인지적 요인, 가족 · 또래 · 학교 · 대중매체 등의 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 결과로 나타난다(Serbin, Powlishta, & Gulko, 1993).
콜버그(Kohlberg)에 따르면 성역할 동일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동이 자신에 대한 인지적 판단으로 자신이 남자 또는 여자라는 성정체감을 형성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는 성역할 발달이 성동일화(gender identity), 성안정성(gender stability), 성항상성(gender consistency)의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보았다. 성동일화란 유아가 자신의 생물학적인 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3세 정도가 되면 이루어진다. 성안정성은 자신의 성은 변하지 않으며 커서도 여자 또는 남자가 될 것임을 아는 것이다. 성항상성은 머리 모양, 옷 모양, 행동이 달라도 언제든지 같은 성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피아제(Piajet)의 보존개념이 획득되는 5~7세경에 획득한다.
4) 도덕성 발달
도덕성이란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내면화된 일련의 규범으로서, 규범에 따라 옳은 행동을 했을 때에는 자부심을 느끼고 위반했을 때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도덕성은 개인이 타인과 상호작용할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관습과 관련된다. 유아의 도덕성 발달은 인지발달 수준뿐 아니라 부모의 규준을 내면화시키는 정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유아에게 나누기, 도와주기, 위로하기 같은 바람직한 사회적 행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모델을 관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이타적인 모델의 영향력은 5~5세 이전의 유아에게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데, 모델이 온정적이고 애정적이며 반응적일 때 유아는 모델의 행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5) 정서발달
유아기 정서의 특징은 정서상태의 지속시간이 비교적 짧고 정서반응이 폭발적이며 자주 바뀌는 편이고 정서표출이 빈번하다. 3세가 되면 유아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명명까지 할 수 있다. 유아는 영아기 때보다 훨씬 다양한 상황에서 기쁨을 느낀다. 기쁨의 감정을 영아기보다 세련되게 표현하여 미소, 웃음, 언어뿐 아니라 소리를 지르거나 깡충깡충 뛰는 등 다양하게 표현한다. 부모가 자신의 정서표현을 통해 다양한 정서에 대한 모델링을 제공하고 자녀와 정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 유아의 정서 이해도가 높다.
유아의 분노 감정은 떼쓰기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3~4세경에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분노 감정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점차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학습하면서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하게 된다. 한편 유아기에는 인지적 발달과 더불어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면서 영아기보다 무서워하는 것이 더 많아진다. 3세 유아는 시각적인 것에 대해 두려워하여 어두움, 동물 등을 무서워하고, 4세경에는 청각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져 사이렌 소리 등을 두려워한다.
< 부모교육, 김진경 · 서주현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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