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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이론(psychoanalytic theory)은 19세기 후반 프로이트(Freud)의 이론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정신의 무의식적인 힘을 분석하고 밝히고자 한다. 정신분석 이론에 의하면, 발달은 무의식적인 것이며 행동은 단지 표면상 나타나는 특성일 뿐이다. 아동발달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상징적인 의미를 분석해야 하고,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해야 한다. 프로이트의 심리성적(psychosexual) 이론과 에릭슨의 심리사회적(psychosocial) 이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 프로이트 이론
인간의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심리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적 가정은 인간에 대한 개념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종종 코페르니쿠스나 다윈의 영향력에 견줄 만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하나로 간주된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지적인 존재라기보다는 비이성적이고 숨겨진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음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정신분석 이론의 대표적인 학자인 프로이트는 의사로서 성인 정신질환자의 사례분석에서 나타난,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기억을 기초로 하여 심리성적 발달 이론을 구성하였다. 그는 아동의 발달 초기에 부모가 아동의 성적, 공격적 충동을 어떻게 지도하였느냐 하는 것이 건강한 인성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환자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하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히스테리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자유연상법(free association)을 적용하는 정신분석법을 사용하였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이 의식(conscious), 전의식(preconscious), 무의식(unconscious)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의식(conscious)은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에 곧 알아차릴 수 있는 정신작용의 부분이고, 전의식(preconscious)은 주의를 집중하고 노력하면 의식이 될 수 있는 정신작용의 부분이며, 무의식(unconscious)은 자신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정신작용의 부분이다. 인간은 불유쾌한 기억이나 감정,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소원을 무의식에 억압시키는데, 정신분석이란 이와 같이 무의식에 억압된 생각들을 의식세계로 이끌어 내어 분석하며 치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성격의 구성을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세 요소로 설명하면서 이 구성요소들은 발달단계를 거치는 동안 통합된다고 하였다. 원초아(id)는 성격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으로 출생 시부터 존재하며, 기본적인 생물학적 욕구와 바람을 포함하고 있다. 원초아는 쾌락의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행동이 원초아에 의해 지배되는 영아는 충동을 지연 없이 즉각적으로 만족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충동이 현실 세계에서 충족되지 않을 때 긴장하여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영아기 초기에 나타나는 자아(ego)는 현실 원리에 입각하여 원초아의 바람을 충족시킨다. 환경에 주의를 집중하고 경험을 기억에 저장함으로써 자아는 원초아의 요구를 조정하고, 방향을 재설정하여 적절한 대상과 수용 가능한 시기와 장소에서 욕구를 충족시키게 한다. 4~5세쯤에 나타나는 초자아(superego)는 사회적 가치와 도덕을 포함하며, 유아는 부모와의 동일시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초자아를 발달시킨다. 일단 초자아가 형성되고 나면, 자아는 원초아의 요구와 현실과 양심 사이를 적절히 중재하고 과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프로이트 이론에서는 개인의 일반적인 성적 에너지를 뜻하는 리비도(libido)가 집중된 신체 부위를 성감대로 보고 리비도가 집중되는 신체 부위의 변화에 따라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 등 심리성적 발달단계를 5단계로 제시하였다.
1. 구강기(oral stage: 0~1세)
구강기에는 구강(입, 혀, 입술)활동을 통해 쾌감을 얻는다. 즉, 먹고, 빨고, 깨물고, 삼키는 등의 경험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입에 가져가려고 한다. 이 단계에서 구강기적 욕구가 덜 충족되거나 혹은 과하게 충족되면 집착현상이 나타남으로써 행동이 고착된다. 구강기의 고착현상으로는 입술이나 손가락 빨기, 과식이나 과음 등을 들 수 있고 욕구충족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의 성격특성으로 의존적이고 유아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2. 항문기(anal stage: 1~3세)
항문기에는 배변훈련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배설물을 보유하거나 배출하는데서 쾌감을 얻는다. 이 시기에는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본능적 충동을 외부로부터 통제받게 되는 시기로 유아는 자아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하며, 본능적 충동과 외부적인 통제의 절충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 하지만 적절한 배변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고착되어 항문기적 성격을 지니게 되는데 긍정적인 성격으로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성격을 부정적인 성격으로는 인색하고 강박적인 성격, 무질서하고 파괴적인 성격이 나타난다.
3. 남근기(phallic staage: 3~5세)
남근기는 항문에서 성기로 관심이 옳겨 가는 시기로 유아는 성기를 만지고 자극함으로써 만족과 기쁨을 얻는다. 이 시기의 중요한 특징으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와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이다. 즉, 동성의 부모에게 질투를 느끼면서 이성의 부모에 대한 성적인 애정과 접근을 시도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아에게서 나타나는데, 어머니에게 성적 애착을 느끼고 아버지를 애정의 경쟁자로 생각하여 적대감을 갖는 것으로 아버지가 자신의 성기를 거세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며, 동시에 어미니가 인정하는 아버지의 남성다움을 갖기 위해 동일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이와 같은 심리적 현상이 여아에게서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여아는 남근이 없기 때문에 남근을 갖고 싶어 하는 감정, 즉 남근선망(penis envy)을 지니며 동성의 어머니를 동일시함으로써 심리적 갈등을 해결한다.
4. 잠복기(latency stage: 6~11세)
잠복기는 성적 욕구가 억압되어 있는 비교적 평온한 시기로 부모와의 동일시가 강력해지고 그로 인해 초자아가 발달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동은 학교교육을 통해 지식을 배우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을 습득하며 동성 친구와의 강한 유대감을 맺는 데 집중한다.
5. 생식기(genital stage: 12세 이후)
프로이트의 발달단계에서 마지막 단계인 생식기는 신체적으로 성기능이 성숙되면서 성적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성을 거부하고 동성 또래와 어울려 다니던 잠복기와는 달리 생식기의 청소년은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건전한 애정을 발전시키며 자아중심적인 사고로부터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는 사고능력을 갖게 된다. 이성에 대한 성적 욕구는 독서, 운동, 봉사활동 등 심미적인 활동을 통해 승화시킬 수 있지만, 만일 이 시기의 청소년들이 그들의 성적 에너지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비행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 시기까지 고착현상을 보이지 않고 원만하게 발달한 사람은 이타적이고 성숙한 성격의 소유자가 됨으로써 성인으로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나, 이성과 원만하지 못한 관계를 가질 경우 성숙한 사랑을 하기 힘들고 권위에 반항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 아동관찰 및 행동연구, 홍순정·최석란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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