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의 이해
1. 정서의 개념
정서(emotion)란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으로,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혹은 일에서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정서는 주변 세계의 자극에 의해 발생하거나 수반되는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나 행동 등의 반응으로(정옥분, 2004a), 이자드(Izard, 1994)에 의하면 외부 세계에 대한 지각, 사고, 행동을 유발하고 조절하며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서는 생리적, 인지적, 동기적, 경험적 체계 등과 같은 심리적 하부체계들 간에 구성된 구조화된 반응이기도 하다(Salovey & Mayer, 1990).
정서는 학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대체적으로 생리적, 표현적, 인지적 측면이 결합되어 나타난다(Messinger, Fogel, & Dickson, 2001; Stein & Levine, 1999). 정서의 생리적 측면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빨개지는 등과 같은 신체적 변화를 말하고, 정서의 표현적 측면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울음, 웃음, 얼굴 찡그리기 등과 같은 것을 말한다. 정서의 인지적 측면은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해 자신이 행복, 슬픔, 두려움 등을 어느 정도 경험하는지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는 기쁨이나 슬픔 등과 같은 내적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지만 신체의 내적욕구를 표현하는 동기(추동)와는 구분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공포를 느끼면 도피하려는 동기를 가지게 되고, 분노를 느끼면 공격하려는 동기를 가지게 된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으려는 동기를 가지지만 배가 고픈 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음식을 먹으려는 동기는 여전히 작동한다. 그렇다고 배가 고플 때 울거나 기뻐하는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우리의 내적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라도 정서와 동기는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즉, 정서는 행동에 대한 동기를 반영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배고픔에는 정서가 아닌 동기(motivation) 혹은 추동(drive)이 작용하여 어떤 것을 먹게 하는 충동이나 욕구로 나타난다. 동기의 내적 추동은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배고픔의 해소) 지속 되지만 정서는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 따라서 내적 상태라도 동기와 정서는 서로 다르다.
동기와 정서의 차이점
첫째, 동기는 내적 욕구가 만족될 때까지 유지되지만 정서는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
둘째, 동기는 신체 욕구를 반영하지만 정서는 주변의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한다.
셋째, 동기는 정서에 영향을 받는다.
2. 정서의 기능
유아가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중요하다.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정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기도 하고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한다. 이처럼 정서는 유아의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정서의 기능
첫째, 정서는 유아의 행동을 조직하고 조절한다. 애정, 신뢰, 기쁨, 행복,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정서는 유아에게 자신은 사랑받고 있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것, 유능하다는 것 등을 느끼게 하고 흥미를 갖고 어떤 행동을 시도하고 지속하도록 한다. 반면 좌절, 불안, 공포, 슬픔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어떤 것이 잘못되었거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 주어 행동을 중단하거나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둘째, 정서는 의사소통의 기능을 한다. 영아는 언어 표현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등의 비언어적인 방법으로도 의사소통을 한다. 영아는 울음, 미소 등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고 전달하면서 어머니의 보살핌과 반응을 이끌어 낸다. 즉, 유아는 자신의 상태를 다양한 표정과 행동으로 나타내며 의사를 표현하고 양육자는 이를 단서로 유아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셋째, 정서는 유아의 인지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학습의 가장 큰 원동력은 동기와 흥미로, 유아는 자신에게 즐겁고 흥미로운 것을 더 잘 기억하고 몰입한다. 반면 부정적인 감적은 피하려고 하여 긍정적인 정서와 부정적인 정서를 구분하여 이해하고 표현하게 된다.
넷째, 정서는 유아의 사회적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타인의 정서에 공감하고 정서를 조절하여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영향을 준다. 특히 정서조절 능력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친구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유아는 또래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사회적으로 유능한 반면, 정서조절능력이 부족한 유아는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보인다(노서연, 2003; 이지희, 문혁준, 2008).
■ 정서의 발달
1. 정서발달 이론
1) 생물학적 이론
정서발달에 대한 생물학적 이론은 다윈(Darwin)에 기초를 두고 있다. 생물학적 이론에 의하면 정서는 생물학적으로 이미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며, 이에 따라 정서발달은 정서와 관련된 대뇌피질과 시상하부가 발달하면서 이루어진다(이기숙 외, 2015). 신생아에게 쓴맛의 약물을 먹이면 얼굴을 찡그리며 뱉어낸다. 또한 태어나자마자 울음과 미소 등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며 양육자의 보호행동을 유발한다. 이를 통해 보면 정서는 인간이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이다(Izard, 1994).
한편, 최근 신경생리학자들은 정서를 유발하는 대뇌피질과 시상하부가 발달하면서 정서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본다(이기숙 외, 2015). 대뇌피질은 정서표현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뇌피질이 성숙해지면서 유아는 정서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Hyson, 2004).
2) 인지발달 이론
정서발달에 대한 인지발달 이론은 인지가 정서의 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주장한다. 유아가 어머니와 타인을 구분할 수 있는 인지적 지각능력이 발달하면 낯가림이 생겨 타인에 대해 불안한 정서를 보인다. 즉, 유아에게 특정 정서가 나타나는 시기는 이와 관련된 인지적 요소와 발달 시기와 일치하며 이러한 인지적 요소의 발달에 의해 정서가 표현된다고 한다.
인지능력이 정서 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루이스와 미켈슨(Lewis & Michalson, 1983)의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루이스와 미켈슨은 환경에 의해 정서가 유발되지만 환경 요인이 유아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에 대한 과거의 기억이나 사회 규칙과 비교해 평가하는 유아의 인지 과정에 의해 정서가 나타난다고 하였다(이영 외, 2015). 예를 들어 발표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유아는 두려움과 긴장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유아는 흥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낯선 사람이 사탕을 줄 때 어떤 유아는 좋아하지만, 낯선 사람이 사탕을 주면 유괴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교육받은 유아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비슷한 상황이라도 개별 유아의 인지 과정에 따라 정서 반응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3) 사회학습 이론
사회학습 이론에서는 정서는 강화와 벌, 관찰과 모방을 통해 학습되며 자신이 속한 사회문화에서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방향으로 사회화되며 발달한다고 본다. 유아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주 접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관찰하고 반복적으로 모방하면서 얼굴 표정에 담겨진 정서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Pickens & Field, 1993). 또한 유아는 그 문화와 사회에서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정서 표현의 규칙들을 학습하게 된다(이영 외, 2015). 특히 어머니는 문화적인 기대에 맞게 자녀의 정서 사회화를 위한 일차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유아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머니가 표정이나 목소리를 사용해 정서 신호를 보내면 유아는 이를 통해 특정 정서를 발달시키는 사회적인 준거를 습득하게 된다(Meyer et al., 2014).
< 유아사회교육, 김희태·김경희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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