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개념화 과정을 살펴보자. 비고츠키의 실험에서 학령 전 아동은 사물 이름을 속성들로 설명한다. 뿔이 있으니까 ‘소’이고, 뿔이 아직 작으니까 ‘송아지’이며, 작은 뿔이 없으니까 ‘개’라고 부른다. 한 사물은 동물이 아니니까 ‘차’라고 부른다. 사물의 이름을 바꿀 수 있느냐고 물으면 잉크는 쓰는 데 사용하고 소는 우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바꾸어 쓸 수 없다고 답한다. 이름의 교환은 특징적 속성의 교환을 의미하므로 아동은 마음속에서 이름과 속성 간의 연계를 분리할 수가 없다. 모든 개념은 한수준에 있으며, 사물을 직접 참조하고, 사물 자체가 한정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개념으로부터 한정된다(Hanfmann & Vaker, 1985).
말을 못하는 아동도 탁자, 의자, 장롱, 소파, 선반 등의 단어를 큰 어려움 없이 학습하였다. 그러나 ‘가구’라는 용어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셔츠, 모자, 외투, 바지 등을 정확하게 학습한 아동이라도 그 수준을 넘어서서 ‘의복’을 숙달할 수가 없었다. 발달의 특정 수준에서 아동이 단어의 한 의미에서 다른 의미로 수직 이동하는 것, 즉 일반성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구나 의복과 같은 일반화된 개념의 출현은 최초의 의미 있는 단어만큼이나 발달의 중요한 징조이다(Hanfmann & Vakar, 1985).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하여 사물이나 사건의 여러 속성들(정보)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속성들로 개념을 형성한다.
1. 사적 개념과 공적 개념
사적 개념은 주로 개인이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사적 개념 속에는 개인적 인상, 느낌, 이미지, 가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가령 유아는 음식을 먹여 주고 옷도 입혀 주고 잘 보살펴 주는 여자를 엄마로 생각한다. 이러한 사적 개념은 점차 추상화되어 공적 개념으로 변한다. 공적 개념은 사적 개념에서 개인적 측면이 제거되고 남은 의미로서, 보통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는 어휘의 의미가 공적 개념이다. 즉, 엄마의 개념을 보살펴 주는 여자가 아니라 낳아 준 여자로 인식하게 된다.
2. 개념형성 방법
개념형성은 대체로 귀납적, 연역적, 유비적 절차의 세 방법에 의존한다.
귀납적 절차는 여러 속성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전체를 나타내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움직이고 입으로 먹고 새끼가 있는 것은 동물이다. 연어적 절차는 개념을 먼저 배우고 그 개념의 속성들을 후에 수집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즉, 동물은 움직이고, 입으로 먹고, 새끼가 있다. 또한 유비적 절차는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것이다. 가령 자동차 운전사의 개념으로 비행기 조종사의 개념을 배우는 것, ‘접시를 깨뜨리다’의 개념에서 ‘약속을 깨뜨리다’의 개념을 파악하는 것 등이다.
3. 새로운 개념의 형성
유아들의 개념화 과정은 대부분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성인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유아들은 성인이 어떤 사물이나 낱말에 대해 말하거나 물으면 그 사물이나 낱말의 속성을 탐색하게 된다. 여러 속성들을 한데 모아 보기도 하고, 이질적인 속성을 제외시키기도 하며,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또 상위, 하위 등의 개념들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통합과 분석의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개념이 형성되고 정교화된다.
1) 분석의 과정
유아가 맨 먼저 배운 것은 ‘멍멍이’라는 낱말이었다. 얼마 동안 멍멍이라는 말은 오직 개만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차차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면서 멍멍이와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나 염소와 같은 것들까지도 멍멍이라 부른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확장되고 좀 더 인지발달이 일어나면서 그것들 간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유아는 멍멍이와 고양이, 염소가 같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즉, 분석력에 의해 각 개체의 특성을 찾아내어 고양이, 염소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
2) 통합의 과정
유아들에게 사물들 간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아는 짐승들(개, 고양이, 염소)을 하나의 범주나 부류로 묶을 수 있게 되고, 거기에 붙일 개념과 이름을 궁리해 내게 된다. 이때쯤이면 동물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며, 그 결과 그것이 바로 자기가 찾고 있는 단어라는 것을 어느 날 알아차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그의 지식체계에는 동물이라는 또 하나의 개념이, 그리고 언어체계에는 동물이라는 또 하나의 낱말이 확실하게 입력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정신활동은 어떤 사물·사건이나 개념의 특징들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하며, 이 분석력에는 반드시 통합력이 동반된다. 즉, 잘게 나누는 작업과 크게 묶는 작업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개념화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매 단계마다의 결과는 반드시 일종의 지식이나 개념의 형태로 정리가 된다. 따라서 일단 이러한 과정이 모두 끝나게 되면 유아의 머릿속에 새로운 개념이 자리 잡게 된다.
4. 명제적 사고
의미를 생성하는 작업의 첫 번째 역할은 두 개 이상의 개념을 하나의 구조로 묶어서 명제라는 이름의 더 큰 지적인 조직체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때 사용되는 언어는 문장이나 구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1) 명제의 구성
명제란 개념들을 관련지어 구체적인 의미를 생성하는 것으로, 최소한 논하고자 하는 항목과 논항에 대한 서술로 구성되는 문장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가령 “사탕은 달다.”라는 명제는 구체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그 의미가 진인지 또는 위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 명제 구성의 1단계: 개념의 확인
가게에서 어떤 사물을 보고 사탕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행위는 사물을 경험적으로 지각하고 그 경험을 상징적으로 표상하여 개념화하는 것이다. ‘달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개념화이다.
▶ 명제 구성의 2단계: 개념을 연결 짓기
둘 이상의 기존 개념(‘사탕’과 ‘달다’)으로 새로운 지식(‘사탕은 달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 명제 간의 의미구성
명제와 명제 간의 관계를 설정해서 논리적 추리나 결론을 얻어 냄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구성한다. 두 명제 간에는 인과관계나 병렬관계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발달되어 있다.
< 유아언어교육, 박선희 · 박찬옥,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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