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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언어·사고 : 인간과 언어

by ⍣Humpback whale⍣ 2022.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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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재 근거로서의 언어

언어는 대개 인간의 표현 수단으로 한정지어 이해해 왔으나 몇몇 학자들은 언어를 존재 근거로 보았다. 하이데거(Heidegger)의 언어이론은 모든 존재자들을 존재하게 하고 지배하는 법칙으로서의 그리스적 의미의 로고스 개념을 기반으로 하여 전개되어 있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하여 부단히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를 반성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이 반성적 사유를 통하여 아무리 심오한 차원을 깨쳤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만의 희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으려면 타자와의 소통의 장인 언어적 지평으로 나와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언어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활동에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사고활동이 언어와 함께 수행된다고 한다면 인간에게 있어서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된다기보다는 우리 자신과 불가분적인 어떤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홈볼트(Humboldt)는 언어가 단순히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개별 인간의 세계관이므로 정신활동을 표현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불가분적인 어떤 것이라 보고 언어 공동체가 갖고 있는 주관적인 관점을 언어적 세계관으로 정의하였다(배상식, 2007). 인간은 언어와 더불어 사고하는 존재이다. 언어는 본질 자체가 실존적이고, 언어를 곧 자기와 관게하는 세계에 대란 자기 해설적으로 보는 관점이다.

 

2. 생물학적 바탕으로서의 언어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은 종툭유(species-specific)의 능력으로서 여기에는 생물학적 바탕이 있다. 언어 습득의 보편성, 신속성, 결정적 시기 등은 언어습득이 생물학적 프로그램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고, 대뇌피질의 언어 영역들의 편재화와 영역 간의 신경회로들의 발견도 언어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인 것임을 시사한다.

 

언어의 이해와 산출은 인간의 신체기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발성기관과 청각기관은 언어자극 입출력의 창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뇌피질의 언어중추들이다. 인간의 뇌 구조는 전체적으로 뇌간(brain stem), 대뇌변연계(limbic system),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의 세 부위로 이루어져 과제에 따라 개별적으로 또는 협동적으로 각종 사고와 행동을 주관한다(MacLean, 1990). 뇌간은 감각의 수용, 생명의 유지 및 생존 본능을 통제하고, 대뇌변연계는 자율신경, 특히 호흡이나 심장박동, 호르몬, 감정, 성욕, 기쁨 등을 조절한다.

 

대뇌피질은 언어 및 사고를 관장하며, 학습이 일어나는 장소로서 뇌의 약 80%를 차지한다. 대뇌피질은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어 있으며, 뇌량(corpus callosum)을 통해 정보를 교류한다. 인간의 뇌는 출생 시에는 좌우로 분화되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있다가 2세부터 뇌 기능이 분화되기 시작하여 12세가 되면 좌뇌와 우뇌의 특수기능이 고정되는 뇌의 측두화(lateralization) 현상이 끝나게 된다. 따라서 12세 이후에는 뇌 기능의 대체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언어 습득이 어렵게 된다(MacLean, 1990).

 

인간의 대뇌는 좌우가 거의 동일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좌우의 생김새가 다소 다를 뿐만 아니라 기능도 다르게 분화되어 왔다. 좌반구는 언어적, 논리 분석적 사고와 수·언어 능력과 관련이 있는 반면, 우반구는 시·공간적 사고의 중추로서 감각적·정서적 표현을 담당하고, 직관력과 전체를 이해하는 힘,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예체능 분야에서 기능을 발휘한다. 좌뇌와 우뇌는 서로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발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뇌의 좌반구에는 두 개의 중요한 언어 영역이 있는데 브로카(Broca) 영역과 베르니케(Wernicke) 영역이다. 브로카 영역은 두뇌 좌측 앞 부위에 입술과 혀를 조정하는 운동 부분 가까이에 있고, 베르니케 영역은 두뇌 좌측 뒤쪽 청각과 관련된 부위 근처에 있다. 따라서 브로카(언어 표현)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언어 이해는 가능하지만 말을 유창하게 못하는 표현적 실어증(expressive aphasia)에 걸리게 된다. 반면 베르니케(언어 이해)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언어 표현은 정상적이지만 무의미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타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수용적 실어증(receptive aphasia)에 걸리게 된다(Shapiro & Levine, 1990).

 

브로카 영역이나 베르니케 영역은 모두 뇌의 좌반구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언어 처리에 있어서 좌반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반구가 언어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우반구가 손상된 환자들은 농담이나 비꼬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은유적인 언어를 해석하거나 간접적인 요구에 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우반구가 핵심적인 언어 심리학적 능력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언어 사용과 관련된 화용적 요소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반구는 문어와 구어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언어이해 능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좌반구는 모든 상징 및 추상 체계의 처리, 구강 및 손의 정확한 순차적 통제와 언어 처리에 특히 전문화되어 있다(Brown, 1977).

 

3.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인간의 언어

언어이든 아니든 신호체계가 없다면 매우 원시적이고 제한된 유형의 소통만이 가능하다. 주로 동물에서 관찰되는 표현적 신체동작에 의한 소통은 소통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서상태의 표현이다. 갑자기 위험을 느껴 울음소리로 같이 있는 동료들을 환기시키는 놀란 오리는 다른 오리들에게 자기가 본 것을 알려 줄 수 없으며, 오히려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다.

 

비고츠키(Vygotsky)는 인간 언어에는 다른 동물들의 언어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Hanfmann & Vakar, 1985). 역사적 경험들을 기억하고 전달하는 사회-문화적 기능과 다른 기호체들(semiotics)뿐만 아니라 언어 자체에 대해서도 작용하는 메타-언어적(meta-lingual)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들은 인간에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개체 발생적으로 부여된다고 여겨지는 언어능력 그 자체에 속한다기보다는 그것이 사고, 상상 등과 같은 다른 정신적 기능들과 결합된 발전적인 양상의 발현으로 본다.

 

가령 비고츠키는 개체 발생적으로든 계통 발생적으로든 인간의 언어능력 자체는 다른 유인원들의 언어능력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고, 오히려 본질적인 차이는 인간에게서는 언어능력의 발달과 사고의 발달이 서로 결합한다는 데 있다고 보았다. 또한 쾰러의 견해는 침팬지도 인간의 것과 동일한 유형의 지적 행동이 초기 단계 수준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영장류와 원시인 간의 차이는 바로 언어의 결여에 있고, 언어가 결여됨으로써 침팬지는 문화적 발달의 아주 미약한 초보 단계도 이룩할 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에게 요구하거나 함께하기를 원하는 신체동작이나 행위를 먼저 시작한다. 즉, 자기를 따라오라고 할 때는 다른 놈을 밀면서 걷는 동작을 먼저하며, 바나나를 달라고 할 때는 허공에다 움켜쥐는 행위를 한다. 이것들은 모두 행위 자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제스처들이다. 그러나 동물들이 객관적 표상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는 그들의 어떤 행위에서도 찾을 수 없다. 침팬지가 그림을 그릴 때에도 그림 속에 어떤 것을 표상하려는 의도나 객관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신호는 발견할 수 없고, 고릴라나 침팬지에게서 세대를 통해 전수하는 전통적인 도구와 생활양식이 관찰된 적도 없다(Yerkes & Learned, 1925). 이어크와 런드(Yerkes & Learned)는 침팬지의 지능과 언어에 관한 실험연구에서 침팬지는 매우 빈번하고 다양한 발성적 반응을 했지만, 인간적 의미에서의 소통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인간은 언어를 소유하고 동물과 다른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한다.

 

< 유아언어교육, 박선희 · 박찬옥,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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