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조절의 개념
자기조절은 유아가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능력으로 유아가 유아교육기관이나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충동을 참고, 양보하며 협동하고 규칙을 지키는 등 상황에 적합하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자기조절에는 유혹에 저항하는 것,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것, 만족을 지연하는 것, 계획한 것을 실행하는 것, 적절한 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자기조절의 개념은 학자들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다. 양옥승(2011)은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을 계획하고 수정하는 인지조절과 감정을 억제하고 조정하는 정서조절의 복합적인 실행기능이라고 하였고, 바우어와 바우마이스터(Bauer & Baumeister, 2013)는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으로 규정된 기준과 규칙을 따르며 단기적인 흥미를 억제하는 능력, 즉 자연적이고 자동적인 성향이나 욕구 또는 행동을 넘어서는 능력이라고 하였다. 또한 아이젠버그와 동료들(Eisenberg et al., 2013)은 계획을 세우고, 실수를 발견하고, 선택한 행동과 관련된 정보를 통합하는 등 집행적 기능의 과제뿐 아니라 행동과 흥미에 대해 조절하고 활성화시키며 계획하거나 억제하는 능력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들을 종합하면, 자기조절은 통제(control), 순응(compliance), 점검(monitor), 조절(regulation)의 개념이 포함된 인지·정서적 심리과정으로, 고차원적인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다(김영신, 2015).
2. 자기조절의 발달
유아가 처음부터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처음에는 성인에게서 옳고 그른 행동을 배우며 실행하는 연습을 하다 점차 이것이 내면화되어 결국에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즉, 유아의 자기조절은 외부에서 내면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거쳐 점차적으로 나타난다(Marion, 2007). 이러한 자기조절의 발달은 무도덕 단계, 따르기 단계, 동일시 단계, 내면화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Kostelnik et al., 2009).
1) 무도덕 단계: 조절 행동 없음
영아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개념이 없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른 판단을 할 수 업다. 전기 콘센트에 손가락을 넣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하지 않으며 어머니가 놀라 야단을 쳐도 다시 반복할 수 있다. 영아는 어머니의 행동과 반응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아직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아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발달하게 되면서 조절 행동이 없었던 상태에서 외적 조절에 의해 행동의 조절을 배우게 된다.
2) 따르기 단계: 외적 조절
걸음마기가 되면 유아는 자신의 행동을 점검해 주는 외부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기조절을 점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조절은 외적 조절에 의한 따르기로 자기조절의 가장 피상적인 수준이다. 따르기 단계의 유아는 적절하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타인의 물리적·언어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친구의 놀잇감을 빼앗는 유아에게 교사가 친구에게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 주면, 유아는 친구의 놀잇감을 빼앗지 않고 “나 이거 갖고 놀아도 돼?”라고 물어보게 된다.
따르기 단계의 유아는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를 모른 채 보상과 처벌에 의해 자기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아는 친구의 놀잇감을 뺏으면 혼나고, 친구에게 허락을 받고 함께 갖고 놀면 칭찬을 받는 결과를 경험하면서 바람직한 행동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서서히 구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므로 교사가 없으면 다시 친구의 놀잇감을 빼앗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는 유아가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교사의 지속적인 감독과 지지가 필요하다.
3) 동일시 단계: 공유된 조절
이 단계의 유아는 단순한 보상과 처벌을 넘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사람처럼 되고 싶어 그 행동에 따라 자신을 조절한다. 이러한 동일시 과정을 거치면서 유아는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의 행동, 태도, 가치를 모방하고 그 사람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대에 순응하려 한다. 놀잇감을 나누어 쓰는 유아는 자신이 나누기를 권하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다는 목적으로 친구와 놀잇감을 나누어 쓴다. 그러나 행동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아직 깨닫지 못하며, 동일시 모델의 행동을 보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내지 못한다.
4) 내면화 단계: 내적 조절
이 단계의 유아는 외적 규제가 아니라 내면화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을 조절한다. 이들은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으며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자기 비난을 피하기 위해 기준에 따라 행동하려 한다. 또한 어떤 특정 행동이 정직, 정의, 평등과 같은 더 큰 개념에 부합되는지를 안다. 유아가 기대되는 행동을 내면화하면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알게 된다. 규칙에 대한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장단점을 비교해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의, 정직, 공평의 신념을 내면화한 유아는 더 이상 특정 성인이 없거나 규칙을 어길 기회가 있어도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다. 그러므로 유아는 놀잇감을 나누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보고있지 않아도 스스로 나누는 친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유아의 자기조절은 장시간에 걸쳐 외부에서 내부로 내면화된다. 내면화된 자기조절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행동으로 표현되며 대체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자기조절을 더 잘한다. 그러나 유아마다 자기조절을 성취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자기조절의 발달
3. 자기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1) 유아의 발달
유아의 자기조절은 정서, 인지, 언어발달과 함께 발달한다(Kostelnik et al., 2009). 정서는 유아에게 죄의식과 감정이입을 느끼게 하여 자기조절의 발달을 돕는다. 죄의식은 유아에게 잘못된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고 양심과 연결되어 있으며, 감정이입은 타인의 정서를 느끼고 이해하여 긍정적인 행동을 하도록 한다.
유아의 인지발달은 자기조절의 개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기중심적 인지 특성에서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게 되는 조망수용 능력이나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이해 등과 같은 인지 요인이 유아의 자기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중심성은 자신과 다른 관점을 고려하지 못해 어떤 상황에서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주의의 전환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인지적 특성으로 인해 유아에게 “뛰지마세요”라고 말해도 유아는 적절하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유아에게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기준과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조망수용 능력을 길러 주어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어는 유아의 자기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유아는 언어로 생각하기 때문에 규칙이 왜 만들어졌고 왜 지켜야 하는지 언어로 이해하고 기억한다. 또한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친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특히 유아의 혼잣말은 자신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유아가 규칙을 생각하고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하는 혼잣말은 결국 내면화되어 행동을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유아의 혼잣말은 발달상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혼잣말을 통해 자기조절을 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
2) 유아의 경험
유아는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내면화시킨다. 유아는 매일 자신의 일과 속에서 어떤 경험이 기분이 좋았는지, 어떤 행동이 죄의식을 느끼게 하였는지, 어떻게 했을 때 보상을 받았는지, 이런 느낌이 들 때의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기억하며 자신만의 내면화된 지도를 만든다(Kostelnik et al., 2009). 유아의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내면화된 지도는 자기 조절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유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험 요인은 부모와 교사, 또래이다. 특히 부모나 교사의 직접적인 지도와 모델링, 훈육 등은 발달적 요인과 함께 자기조절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아는 부모나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복종, 책임감, 존경 등을 배우고,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 협동과 정의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하면서 자기조절을 더 잘하게 된다(Shaffer & Kipp, 2006).
4. 자기조절의 지도방법
유아의 자기조절 발달을 위해 교사는 유아의 수준에 적합하게 지도해야 한다. 유아는 교사의 언어표현과 행동을 보며 동일시하고 가치를 내면화하므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는 직접 지도와 모델링, 민주적 훈육을 통해 유아의 자기조절 발달을 도울 수 있다. 유아의 자기조절을 지도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Kostelnik et al., 2009).
1) 반영하기
반영하기(reflection)는 교사가 유아를 존중하고 유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문제상황에서는 유아의 관점을 인식하고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유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교사의 관점보다 유아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표현해야 한다.
2) 반응하기
반응하기(reaction)는 유아의 정서나 행동에 적합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교사는 자신의 정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한다. 서로의 정서를 언급함으로써 유아는 모든 사람은 감정을 갖고 있으며, 같은 상황이라도 서로의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유아의 행동을 명확하게 언어로 표현하도록 한다. 특히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말할 때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즉, 유아가 아닌 행동에 대해서만 말을 하도록 한다.
3) 이유 제시하기
이유(reason) 제시하기는 유아로 하여금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이해하게 한다. 따라서 교사는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유아에게 설명하도록 한다. 유아의 수준에 맞게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유아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추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유아의 행동이 변화될 때까지 반복해서 이유를 제시해 주도록 한다. 특히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유아에게 제시하고 지키도록 격려한다.
4) 합리적인 규칙 제시하기
규칙(rule)은 유아가 지킬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유아 수준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도록 한다. 규칙이 합리적이면 유아의 행동은 잘 제어되고 통제될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이며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의된 규칙을 제시하여 교사의 의도와 기대를 유아가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한다. 또한 부정적인 언어보다는 긍정적인 언어로 규칙을 제시한다.
< 유아사회교육, 김희태·김경희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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