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적 특성
1. 언어장애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의 대부분은 언어발달에 커다란 결함을 보인다. 이 결함은 이들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능력에 뚜렷하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 자폐아들은 말을 전혀 습득하지 못하는 경우에서부터 언어발달이 매우 지체되는 경우까지 다양한 양상의 문제를 보인다. 또 언어를 기능적으로 잘 사용하지 못하는데 말을 할 줄 아는 자폐아동의 약 80%가 반향언어증(echolalia)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향언어증이란 다른 사람이 말한 단어나 문장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이 의미 없는 반향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반향언어는 대화가 발생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맥락을 유지시킴으로써 언어습득과정을 도와주는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즉 반향언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대화기술을 촉진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향언어는 언어수준이 낮은 유아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며, 언어를 습득할수록 그 정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학령기가 되어 언어발달이 촉진되면 반향어는 적절한 언어로 대체될 수 있다.
2. 의사소통의 문제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은 구어적·비구어적 의사소통 모두 결함을 보인다. 의사소통에서 비구어적 행동이란 얼굴 표정, 자세, 동작, 몸짓 등으로 이러한 행동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감정이입적 반응을 도와줘 사회적 상호작용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은 눈 맞추기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며, 타인의 눈과 얼굴 표정에서 나타나는 감정과 생각을 지각하고 해석하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또는 정확하게 나타내는 얼굴 표정이 부족하다.
말은 할 수 있어도 억양, 속도, 크기 등에서 구어의 내용이 비정상적이다. 그들의 말은 로봇이 말하는 것 같거나 남의 말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반향언어를 구사한다. 이들은 언어로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만,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인 수용성 언어에도 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자폐아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도구로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많다.
의사소통에서 하나 더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이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의도의 표현과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나심을 얻기 위하여 의사소통을 하거나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Scheuermann & Webber, 2002).
■ 인지 및 학업적 특성
1. 지적능력
자폐범주성 장애아동 중 약 70~80%는 정신지체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모든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이 정신지체아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폐범주성 장애아동 중 약 20%는 평균 또는 그 이상의 지적 기능을 보이는 고기능 자폐이며 지적으로 아주 우수한 자폐범주성 장애아도 있다.
자폐범주성 장애로 진단받은 아동 중 약 10~15%는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이나 기술을 보이기도 한다(National Research Council, 2001). 이러한 뛰어난 능력이나 기술을 ‘우수성증후군(savant syndrome)’ 또는 ‘자폐적 우수성(autistic savant)’ 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어느 영역에서는 자폐성을 보이면서도 음악, 미술, 수학, 암기력, 기계조작 등의 특정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레인맨>(Rain man)은 암기력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보이는 자폐범주성 장애를 다룬 것이다.
2. 단순암기와 문제해결
단순암기력(rote memory)이란 외워야 할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못하면서 쉽게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은 단순암기능력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암기하는 것을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이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폐아동은 대화에서 어떤 문장이나 단어를 듣고 단순하게 암기하여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상황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구사한다면 부정확한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의 단순암기력은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든 정보나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을 하게 하는 문제점을 갖는다. 실제로 이들은 기억 속에 일정 정보가 들어가 있어도 회상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다.
많은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이 보이는 학업기술문제 중 하나가 문제해결 전략의 사용이다. 이들은 오직 한 가지의 문제해결전략을 효율적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고집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칫솔을 찾지 못하자 이를 닦지 않는 어느 자폐아동의 경우가 있다. 이 아동은 칫솔이 없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하나 더 사 달라고 하지 않고 계속 이를 닦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은 몇몇 문제해결전략을 말로 이야기하거나 일반화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러한 전략이 필요할 때는 전략 중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해결능력은 추상적 과제에서는 좀 더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 행동적 특성
1. 상동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자폐아들은 공통적으로 상동적이고 반복적인 형태의 행동을 보인다. 따라서 공격성과 자해행동, 자기자극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손가락을 심하게 흔들거나 특이하게 움직이고, 발 앞꿈치로 걷거나 껑충껑충 뛰는 등 아동마다 특정한 방식으로 반복하는 무의미한 상동행동을 보인다. 사실 자폐와 연관되는 행동적 문제는 무수히 많다. 자폐가 심한 경우에는 이러한 행동적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학습이나 사회적 관계에서의 행동은 더욱 제한된다.
2. 제한된 범위의 관심과 특정 사물에 집착
자폐아들은 한 번에 몇 시간 동안 특정 사물에 집착하며 노는 등 과도한 관심을 보인다. 또 환경이나 일과의 사소한 변화나 변형에도 몹시 당황해하며 저항을 보인다. 예를 들면 집 안의 가구 하나가 다른 위치에 놓이면 극심한 부안이나 분노를 표출하고, 길을 갈 때에 항상 같은 길을 고집하며 조금이라도 바뀌면 저항을 보이는 수가 많다. 또한 연필을 항상 손에 가지고 다니거나, 자동차 바퀴에 집착하여 장난감 자동차의 바퀴를 계속 돌리거나 그 소리에 오랫동안 심취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하거나 행동양상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3. 감각자극에 대한 비정상적인 반응성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은 대부분 여러 감각자극에 대하여 비정상적으로 반응한다. 이것은 여러 감각자극에 대한 과소 또는 과잉반응 형식으로 나타난다. 과잉반응(지나치게 민감한 경우)의 경우 특정 소리나 촉감을 싫어하거나 특정 냄새나 맛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기도 한다.
과소반응을 하는 아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는 감각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일부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자폐범주성 장애아동을 가진 어머니가 상담을 받으러 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아이가 혹 청각장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본래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본인이 먹고 싶지 않을 때는 내가 아무리 큰 소리로 무엇을 먹자고 불러도 미동도 하지 않고 저 하던 일을 계속해요. 그럴 때는 이 아이가 청각장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그러나 청각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는 내가 아주 작은 소리로 ‘바나나 먹자.’ 라고 불러도 얼른 달려와요.”
< 특수아교육, 송준만 · 유효순,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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