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정서는 생애 초기에 출현하여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거치면서 발달한다. 유아의 정서발달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결정된 부분과 유아가 성장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사회문화적 영향에 의해 이루어진다.
1) 정서표현
유아는 선천적으로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등과 같은 기본 정서를 갖고 태어난다. 기본 정서는 일차 정서라고도 하는데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기본 정서가 분화되고 통합되면서 점차 다양한 정서가 출현하게 된다. 기쁨(joy)은 놀람, 애정, 자긍심 등으로 분화되고, 분노(anger)는 좌절, 성가심, 질투, 혐오 등으로 분화된다. 이러한 정서들은 다시 조합되어 더 복잡한 정서를 낳는데, 예를 들어 성가심과 혐오가 통합되어 경멸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Kostelnik et al., 2009). 또한 슬픔(sadness)은 낙담, 불행, 수치심, 죄책감 등의 정서로 분화되고, 두려움(fear)은 불안, 의심, 공포(panic) 등의 정서로 분화된다.
기본 정서와 상응하는 정서군
기쁨 | 놀람, 애정, 행복감, 환희, 흐뭇함, 만족, 즐거움, 고무됨, 자긍심 등 |
분노 | 좌절, 성가심, 지루, 혐오, 격노, 지겨움, 저항 등 |
슬픔 | 낙담, 불행, 고뇌, 비탄, 실망, 수치심, 죄책감 등 |
두려움 | 조심성, 불안, 의심, 우려, 당황, 괴로움, 공포(panic) 등 |
이러한 기본 정서는 신체발달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있는 발달적 순서에 따라 나타난다(이기숙 외, 2015ㅣ 이영자 외, 2004; Kostelnik et al., 2012). 처음으로 발달하는 정서는 기쁨으로, 생후 6주 정도에 나타나며 이때쯤 영하는 사회적 미소를 보인다. 생후 3~4개월경이 되면 분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기 분노는 신체의 불편함이나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난다. 슬픔은 5~7개월경에 양육자의 분리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데, 입을 삐죽거리거나 울기, 흐느낌 등으로 표현된다. 두려움은 대체로 6~12개월경에 나타난다. 이후 생후 1년이 되면 놀람, 의기양양, 좌절, 불안 등의 정서적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2~3세가 되면 정서가 분화되고 연합하여 당혹감, 질투감, 수치심, 죄책감, 부러움 등의 자아인식 정서가 나타난다. 자아인식 정서는 이차 정서라고도 하는데, 유아가 자신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나타나게 된다. 자아인식 정서 가운데 당혹감은 가장 단순한 정서로 영아기 후반부터 나타나고, 이후 3세경에 자기를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자긍심, 수치심, 죄책감 등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양말을 혼자 신었을 때는 웃고 박수 치며 자랑스러워하고, 실패하면 힘없이 “나 이거 못해”라고 하며 낙담한다.
유아기의 정서는 지속시간이 짧고 강렬하게 표현되며 다른 정서로 쉽게 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친구와 싸워도 금방 같이 놀고, 재미있게 놀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며 울기도 한다. 또한 작은 일에도 굉장히 기뻐하고 사소한 일에도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발길질을 하며 강렬하게 정서를 표현한다. 이러한 경향은 유아의 연령이 증가하면서 완화되며, 직접적이고 외적인 표현에서 점차 구체적이고 내적인 표현으로 변화하게 된다.
생후 3년 동안 출현하는 정서
6주 | 기쁨 | |||
3~4개월 | 분노 | |||
5~7개월 | 슬픔 | 두려움 조심성 |
||
8~10개월 | 놀람 | 분리불안 | 수줍음 | |
1년경 | 고무됨 | 좌절 | 어색함 | 낯가림, 불안 |
2년경 | 애정 | 저항, 질투, 경멸 | ||
3년경 | 자긍심 | … | 수치심 죄책감 |
수치심 죄책감 |
… | … | … | ||
공감 | 공감 | 공감 | 공감 |
출처 : Kostelnik et al.(2012). p. 129
2) 정서이해
정서이해는 자신과 타인의 정서 상태의 변화와 정서의 유발 원인, 상황에 대한 정서 반응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이기숙 외, 2015). 하이슨(Hyson, 2004)은 유아가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학습해야 한다고 하였다(Kostelnik et al., 2009).
첫째, 사람은 모두 정서를 경험한다. 누구에게나 감정이 있다.
둘째, 정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유발된다.
셋째, 정서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넷째,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다섯째, 나는 내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능력은 영아기부터 발달한다. 3개월 정도의 영아도 어머니의 행복하고 슬픈 표정을 구분하여 반응을 보일 수 있다. 8~12개월이 되면 영아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모의 정서 반응을 살펴보는 사회적 참조(social referencing)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게 된다. 즉, 낯선 사람을 보거나 낯선 놀잇감이 있을 때 부모의 반응을 보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2세경이 되면 사회점 참조를 통해 타인의 정서 반응이 자신의 정서와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3세 이전까지는 타인의 정서를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한다(Widen & Russell, 2003).
언어와 인지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유아는 점차 외적 표현 단서뿐 아니라 내적 상황 단서를 고려해 정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정서와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유아기 정서 이해의 발달적 특징(이승은, 2010ㅣ 이영 외, 2015)
첫째, 유아는 슬픔, 분노,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보다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더 쉽게 이해한다. 특히 부정적인 정서 중에서 공포는 명확히 이해하나 슬픔과 분노는 혼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 유아는 기쁨, 슬픔, 분노, 놀람 등과 같이 단순한 정서를 유발시키는 원인이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3~4세경이 되면 유아는 “친구가 장난감을 빼앗아서 화가 나요”와 같이 단순한 정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말할 수 있다.
셋째, 4~5세경 유아는 상황과 정서, 정서와행동 간의 관련성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타인이 어떤 느낌을 가질지, 상대방이 정서를 표현한 다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즉, 상대방이 화가 나면 밀치거나 때릴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넷째,유아는 타인이 슬퍼하거나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고 부정적인 정서를 완화시키거나 없애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유아는 친구나 어머니가 슬퍼할 때 안아 주거나 표정으로 동조하면서 부정적인 정서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유아기에는 타인의 내면적인 정서와 외면적인 정서를 모두 고려하기 어렵고, 두 가지 이상의 정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유아는 너무 기뻐서 울거나 어머니가 화를 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서로 상반된 감정은 다른 일에 대해서만 생길 수 있고 동시에 느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3) 정서조절
정서조절이란 자신의 정서가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자극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스스로 적절한 방식으로 저절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이영 외, 2015). 즉, 자신의 정서를 직접 표현하기보다 사회에 적합한 방식으로 조절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정서조절은 다양한 기술과 능력으로 구성되는데, 이영자 등(2004)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긍정적 정서나 부정적 정서와 관련되어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능력
- 정서적으로 매우 흥분되었을 때 자신을 진정시키는 능력
- 자신의 주의를 집중하거나 통제하기 위하여 정서상태를 사용하는 능력
- 중요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자신의 감정, 사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
-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자신의 정서를 사용하는 능력
- 자신의 정서를 문화적 규범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
정서조절 능력 발달의 결정적 시기는 유아기이다. 유아는 정서조절 능력이 발달하면서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타인과 더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정서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유아는 타인에게 친근감을 주고 사회적으로도 유능하지만(이지희, 문혁준, 2008), 정서조절 능력이 부족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문제행동을 보이며 대인관계 기술도 부족하다(노서연, 2003; 채영문, 2012; 한유진, 2004). 이와 같이 유아기의 정서조절 능력의 발달은 성공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중요하다.
정서조절은 영아기부터 시작된다. 영아는 소리 내어 양육자로부터 위안을 얻으려고 하고 몸을 흔들거나 시선을 피하면서 부정적인 정서를 감소시키기 위한 책략을 사용한다(Kostelnik et al., 2009). 유아가 2세경이 되면 정서인식 및 정서표현의 발달과 함께 사회적 능력이 발달하면서 정서조절 능력이 발달한다. 이 시기는 정서조절에 있어 중요한 만족지연 능력이 나타나는 시기이다. 만족지연 능력이란 이후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을 위하여 지금의 즉각적인 보상을 뒤로 미루고 현재의 욕구를 인내하며 조절하는 능력을 말하며, 2세경 나타나기 시작하여 유아기에 극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좌절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통제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서조절 능력과 관계가 있다(이영 외, 2015).
유아의 연령별 정서조절 능력의 발달
발달시기 | 특징 |
1세경 | 부정적 정서 유발을 감소시키기 위한 책략(몸을 앞뒤로 흔들기, 입술을 깨물기, 불쾌한 사건이나 사람들 피하기 등)을 발달시킨다. |
18~20개월경 | 부정적 정서를 숨길 줄 안다(넘어졌을 때 어머니가 함께 있을 때만 울음을 터뜨린다. |
2세경 | 좌절에 대한 참을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
3세경 | 다른 사람 앞에서 부정적 정서 표현을 자제하는 능력이 나타난다.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숨기며 진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
< 유아사회교육, 김희태·김경희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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