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류상의 문제점
정서 및 행동장애아동을 하위집단으로 나눈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애를 나타내는 방법에 따라, 즉 나타내는 문제에 따라 몇몇 집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서 및 행동장애의 정의에 문제점이 있었듯이 분류에도 문제점이 많다.
첫째, 분류체계의 신뢰성과 타당성의 결여이다. 신뢰성 있는 분류체계란 특정 아동이 여러 다른 상황에서 다른 분류자가 분류하더라도 동일하게 분류되어야 한다. 그러한 분류체계에서는 같은 아동이 오늘은 정상범주에 들었다가 다음 분류에서는 정서 및 행동장애의 범주에 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분류체계의 타당도는, 신뢰성과 타당성을 가진 다른 분류체계로 분류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정서 및 행동장애아동의 분류체계는 신뢰도나 타당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정서 및 행동장애의 원인에 강조점을 두고 분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병리학에서는 정신병의 원인규명을 강조하여 왔다. 즉 정신치료학자나 다른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서 및 행동장애의 원인 규명이 이들의 분류체계에 유용한 자료가 되며, 이에 따른 진단범주가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한 처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아직은 정서 및 행동장애와 그 원인의 관계에 관한 타당한 실증적 증거가 희박하다. 따라서 원인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설득력이 약하다.
셋째, 성인의 정신질환 분류를 아동에게 적용하려는 것인데 이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같은 종류의 행동이라도(예 : 상상적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갑자기 화를 내는 것) 그 행동을 한 사람이 아동이냐 성인이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아동은 특정한 종류의 행동이 기대되는 발달단계를 거친다. 따라서 특정한 연령의 아동에게서는 정상적이라고 보는 행동이 나이가 좀더 많은 아동이나 청년에게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분류에서 필요한 것은 각 발달단계에서 기대하는 행동과 뚜렷하게 문제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을 구별할 수 있는 조직이다.
2. 정서 및 행동장애 분류
① 미국 정신의학학회의 분류
정서 및 행동장애아동을 분류하는 하나의 체계가 미국 정신의학학회에서 나온 「정신장애의 진단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Ⅳ-TR: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00)이다. 여기에서 정서 및 행동장애로 진단하는 가장 보편적인 증상은 불안장애(anxieth disorder), 기분장애(mood disorder),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품행장애(conduct disorder),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다.
✔ 불안장애: 아동기에 나타나는 가장 보편적인 장애인데, 극단적인 두려움이나 걱정을 표출하는 증상을 보인다. 격리불안장애, 일반화된 불안장애, 공포증, 강박장애,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등이 속한다.
✔ 기분장애: 과도하게 의기소침하거나 지나치게 격앙된 정서적 상태를 보이는 장애로 때로는 양 극단의 정서적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증, 조울증, 양극장애 등이 여기에 속한다.
✔ 반항장애: 거부적이고 적대적이며 비순종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는 장애로, 이성을 잃거나 성인을 무시하며 언쟁이 잦고 잘 흥분한다.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 자존감이 낮다.
✔ 품행장애: 학교생활, 가정생활 및 사회적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반사회적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장애이다.
✔ 정신분열증: 망상, 환각, 위축, 즐거움 등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현실감각상실 등의 증상 중 두 개 이상의 특성을 보이는 장애이다.
이러한 DSM-Ⅳ 분류체계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어떤 아동이 이 분류체계의 특정 범주에 속한다는 정보는 교사에게 중재나 치료에 유용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
② 쿠웨이와 그의 동료들의 분류
정서 및 행동장애아동의 분류에서 널리 알려진 방법 중 하나가 쿠웨이와 그의 동료들(Quay et al., 1975, 1986)의 4차원분류이다. 이들은 수백 명의 정서 및 행동장애아동을 대상으로 교사와 부모에 의한 행동평정, 아동의 생활사와 질문지에 대한 아동의 반응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이 모든 정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그는 아동의 행동장애가 네 차원의 행동특성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4차원의 행동특성이란 품행장애(conduct disorders),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 미숙(immaturity), 그리고 사회화된 공격성(socialized aggression)이다.
✔ 품행장애아: 불복종, 파괴적 행동, 질투, 난폭한 행동 등의 특성을 나타낸다. 이들의 생활사를 보면 권위에 대해 도전적이고 부적합한 질투심을 나타냈으며 공격적이었고 싸움이 잦았다. 질문지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보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강인하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 성격장애아: 열등의식, 위축감, 불만, 좌절, 죄의식, 불행감 등의 행동특성을 나타낸다. 이들은 잘 울고 수줍음을 많이 타며, 손톱을 깨무는 버릇을 갖고 있다. 생활사를 보아도 수줍음이 많았으며 예민하고, 걱정을 많이 하고 불안해하며, 질문지에 대한 반응에서도 자신이 다른 사람처럼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이 가끔 무언가 잘못한 것처럼 느낀다고 반응했다.
✔ 사회화된 공격성을 보이는 아동: 나쁜 친구를 사귀고 범죄 집단의 아이와 어울리며 도벽이 있고 습관적으로 무단결석을 한다. 이들은 품행장애아가 나타내는 것과 같은 행동을 나타내며, 특히 파괴적이고 법에 저촉되는 행동도 한다.
이런 쿠웨이의 분류는 1987년 개정되어 여섯 개의 행동특성 즉 품행장애, 사회화된 공격성, 주의집중문제-미술(Attention problems-immaturity), 불안-위축(Ansiety-withdrawal), 정신병 행동(Psychotic behavior)과 운동과잉(Motor excess)으로 분류하였다.
③ 최근 연구자들의 분류
그러나 최근 연구자들은 장애행동을 외현적 그리고 내현적 두 차원으로 분류한다. 외현적이란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행동을 말하며, 내현적이란 우울, 불안 등과 같이 정신적 또는 정서적 갈등과 관련된 행동을 말한다. 또 외현적·내현적 두 문제를 갖는 복합장애, 정신분열증과 같은 심각한 장애를 갖는 아동으로 나누기도 한다.
3. 추정률
정서 및 행동장애아동의 추정률은 매우 다양하다. 바우어(Bower, 1969)는 자신의 조작적 정의에 따른 연구에서 한 학급에서 평균 10% 정도의 아동이 이러한 장애증상을 나타낸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Cullinan & Epstein, 1995)에 따르면 해당 연령 아동 중 세 명에 한 명 꼴로 교사가 관심을 갖는 행동문제를 보이는데 이 중 3분의 1(약 10%)에 해당하는 아동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나 중재가 필요하며, 나머지 중 약 3분의 1(약3%)의 아동은 문제행동이 뚜렷하여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한 코야나기와 게인스(Koyanagi & Gaines, 1993)는 약 3~5%의 아동이 중재가 필요한 정서문제나 행동문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특수교육자와 연구자들의 모임에서는 장기적인 행동문제를 가지고 있어 집중적이고 개별화된 중재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1~7%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추정률이 어떠하건 간에 확실한 것은 해마다 많은 아동이 정서 및 행동장애를 보이고 있지만 적절한 교육적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교육법」에서는 모든 장애아동이 개별화된 특수교육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그 혜택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서 정서장애 학급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였으나 아직 그들의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 특수아교육, 송준만 · 유효순,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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