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손가족의 정의 및 특성
조손가족이란 자녀가 부모로부터 직접 양육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에게 양육되는 가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조손가족, 조손세대, 조손가구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된다. 손자녀가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양육보호와 조부모 동거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조부모 동거의 경우는 부모와 자녀가 조부모 세대와 함께 거주하면서 부모의 취업 등으로 인해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조손가족이란 부모가 부재하거나 부모가 존재하더라도 부모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조부모가 18세 이하의 손자녀와 동거하면서 일차적 책임을 지는 가족을 의미한다. 즉, 1세대 조부모와 3세대 아동만으로 구성된 기능적 핵가족을 말한다.
조부모는 손자녀의 양육을 전담하기 때문에 의료적인 보호, 교육, 훈육에 책임을 저야 한다. 주로 부모의 사망, 이혼, 가출, 실종, 경제적 어려움, 실직, 신체 및 정신질환, 약물복용이나 알코올중독 혹은 미혼모(부)의 증가 등의 원인으로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의 일차적 양육을 맡게 된다. 최근 가족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가족해체가 진행되면서 부모로부터 양육받기 어려운 경우, 전통적인 가족 기능과 가족 간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조손가족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조손가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불가피하게 손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또 도시와 농촌지역 모두에서 조손가족의 절대수가 증가하나, 특히 농촌지역에서 조손가족의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지역적 편차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노인은 신체적으로 허약하고, 사회적인 관계가 제한적이고 고립되며 경제적으로 취약한 특성을 지닌다. 이미 자녀양육의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성인자녀를 대신해서 어린 손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조손가족의 조부모는 손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본인의 노화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특히 조손가족 대부분이 한조부모 형태를 띠기 때문에 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손자녀의 양육비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이는 불안정하고 우울한 심리적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조손가족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서구 여러 나라의 선행연구에서는 조손가족 조부모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약화를 경고하는 결과를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손자녀의 양육을 담당한 후 일어난 생활변화를 다룬 연구에서는 조부모의 심리적 어려움을 보고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건강 악화, 경제적 어려움, 자신을 위한 시간이나 사교활동과 같은 여가시간의 감소 등이 있었다. 특히 조부에 비해 조모는 더 부정적인 정서상태를 경험하고, 우울이나 소진 등의 정서적 갈등을 경험한다.
반면, 조소가족 조부모의 신체 및 정신건강에 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조손가족 조부모 중 일부는 신체건강이 손자녀를 양육하는 동안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되었으며, 손자녀를 돕는 역할로 인해 자부심과 만족감, 보상감, 기쁨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손자녀를 키우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얻는 등 긍정적인 경험을 보고한 반면, 동시에 손자녀 양육응로 인해 사생활과 개인시간 감소 등 부정적인 경험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자녀의 전담 양육이 양가적인 속성이 있음을 반영한다.
■ 조손가족의 자녀양육 문제
자신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손자녀를 돌보든지, 자녀 세대의 부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손자녀를 돌보든지 조부모는 새로운 육아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손자녀를 돌보는 일은 젊은 사람한테도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을 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손자녀 돌보는 일에 매달리면 신체적, 심리적 건강이 약해지기 쉽다. 또 조손가족의 조부모는 양육대리자라는 역할로 인해 높은 양육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한편 조손가족 아동은 조부모에게 양육되기 전에 이미 부모의 사망, 이혼, 실적, 불화, 알코올중독 같은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어 다양한 정서적 문제를 지닐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부분의 조손가족 아동은 부모가 생존해 있음에도 조부모와 살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부모에게서 버려졌다는 배신감과 함께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미움이나 원망으로 표현하는 등 왜곡된 심리적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조손가족 아동은 우울, 불안 등의 심리정서적 문제와 문제행동 같은 사회적 부적응이 나타나며 낮은 학업성취도와 대인관계상의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 및 낮은 자아존중감을 보이기도 한다.
또 가족해체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조손가족이 된 청소년과 조부모 간의 단점은 상당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의 단점은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 차이보다 더 심각할 수밖에 없고, 도시와 농촌 간의 문화적 차이, 경제적 빈곤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히 농촌에 거주하는 조손가족 조부모의 경우 학력, 정보, 사회적 관계 및 경제력 등의 자원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세대 간의 상호고립 및 의사소통의 단절이 심화된다.
그러나 모든 조손가족 손자녀가 발달상의 어려움이나 사회적 적응의 문제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부모가 가족해체나 학대 및 방임을 경험한 손자녀에게 심리적 안녕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손자녀는 조부모의 온화한 성품에 영향을 받아 보다 안정감을 느끼면서 성장할 수 있는데, 조부모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신뢰할 만한 권위를 가지면 손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조손가족의 부모역할
1)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도모
손자녀를 돌보는 일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적절한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수십 년간 조부모의 역할을 연구해 온 미국 캘리포니아의 정신과 의사인 아서코나버 박사는 "중간 세대가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어린 세대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조부모들의 핵심 역할"이라고 제안하였다. 이는 손자녀를 돌보는 일을 보조적인 역할만으로 인식하는 조부모와 젊은 부모 세대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노년기에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 즐거운 일이지만, 손자녀를 돌보는 일도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젊은 부모 세대의 노부모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젊은 부모 세대가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 부모에게 있으며, 조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돌봐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2) 부모됨의역할 교육
자신의 자녀를 이미 키워 본 조부모 세대는 육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투른 젊은 부모에게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조부모의 역할은 오랜 삶의 경험과 지식 및 지혜를 기반으로 가정문제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자손의 교육과 진로를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조손가족의 조부모는 예전의 권위가 있는 조부모와는 어느 정도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처지에 놓였다. 즉, 세대에 따라서 자녀에 대한 철학이나 양육방법, 수단의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에 적합한 양육관, 양육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하고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부모의 양육경험이 전시대적임을 고려할 때 조손가족의 조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양육에 관한 부모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족해체, 경제적인 어려움, 부모와의 분리 같은 정서적인 불안을 경험한 후 조부모와 사는 경우 손자녀와 조부모는 세대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손자녀의 정서적, 행동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손자녀의 적응을 위해서 조부모는 궁극적으로 그들의 부모가 되어야 하고 권위가 있어야 한다. 즉, 대리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 조부모가 성공적으로 부모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부모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부모됨의 역할이 요구된다. 조부모는 확고하고 일관된 규칙과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신뢰할 만한 안정된 주양육자로서의 태도를 갖춰야 한다.
또한 부모나 조부모는 아동의 조부모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며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시켜 아동의 심리적 부적응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아동이 부모에게 느끼는 그리움, 섭섭함, 원망, 분노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또 아동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학습관리, 시간관리, 학교생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3) 민주적, 개방적 양육태도 함양
조손가족 조부모의 양육태도가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경우 아동의 정서와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육태도 아래에서 성장한 아동은 민주적, 자율적, 애정적, 수용적으로 성장한 아동에 비해 더 의존적이고 사교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며, 적대감정을 가지는 경향이 있고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조부모의 양육기술 습득의 기회 부여와 교육 가치관 형성에 대한 중재가 필요하다.
또한 조손가족의 의사소통과 관련한 연구에서는 문제형 의사소통이 학교생활 적응에 부정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형 의사소통이란 손자녀가 조부모와 의사소통할 때 주저하거나 회피하며, 조부모로부터 애정적 표현보다는 비난적 표현을 더 많이 경험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반면, 개방형 의사소통이란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상호작용에서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실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의사소통 유형을 의미한다. 이는 양육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보여 준다. 따라서 조부모는 손자녀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개방형 의사소통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조손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
먼저 조손가족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함으로써 조손가족의 욕구를 반영한 지원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실질적인 조손가족인데도 서류상으로는 부모가 보호자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현재 조손가족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는 조손가족의 특성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조손가족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지원체계 및 독자적인 법령을 설치해야 한다. 재정적 지원 강화, 조손가족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 개발, 효과가 확인된 프로그램과 서비스 확대 보급, 소득안정을 위한 생활비 지원, 손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지원의 현실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개별 조손가족에 적합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 각 가족에 따라 조손가족의 욕구는 매우 다양한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원연계와 조정이 중요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조손가족 사레관리의 단계를 살펴보면, 먼저 조손가족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문제와 욕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적과 목표를 수립한다. 가족과 함께 달성하기 위한 목표활동과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이전 단계에서 계획한 자원과 서비스를 조소가족에게 연결하여 복지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개별 조손가족에 대한 서비스 중재, 조정, 협상 등의 활동이 유익한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편 조부모는 부모와 달리 손자녀에게 지나치게 허용적이거나 일관적이지 못한 양육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조부모가 적절한 양육기술을 습득하고 가족 내 규칙과 한계를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세대 간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적절한 양육기술과 태도를 습득하기 위한 조부모 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조손가족 조부모는 발달과업을 획득하는 시기에서 벗어나 과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손자녀를 양육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상담이 필요하다. 특히 예방적 차원의 프로그램 및 지역사회기관이나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등을 중심으로 신체 및 건강 증진을 위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적 지원의 제공자와 지원유형을 확보해야 하며 국가의 행정적, 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조소가족과 일반가족 간의 교류, 결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적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해야 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손가족과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가 양육자로 되어 있어 기초생활수급의 헤택을 받지 못하는 조손가족에게도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 부모교육, 김진경·서주현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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