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쪽
■ 창의성의 구성요인
길포드(1967)는 창의성의 특징을 확산적 사고로 설명하였다.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는 답이 하나만이 아닐 때 한 가지 맞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성하도록 해 주는 사고이다. 창의성의 가장 흔히 보이는 특성은 아이디어의 유창성이 높은 것으로, 가능한 여러 가지 다른 아이디어의 산출 수효가 많음을 가리킨다. 반면에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는 어떤 한 문제의 가장 적절한 답을 찾는 사고이며, 지능검사가 측정하고 있는 능력이다.
유아의 창의성 발달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창의적 활동의 동기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다른 외부적 보상 없이 그 행동 자체가 주는 보상감을 위해 한다면 그 행위는 내재적으로 동기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Berlyne, 1971). 이 내재적 보상감은 기쁨이나 흥미, 호기심, 과제에 대한 도전심이 그 핵심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토랜스(Torrance, 1987)가 창의적 인물들의 특성을 표현한 ‘불타는 듯한 추동력’ 이나 애머빌(Amabile, 1986)의 ‘일에 대한 사랑’,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 1990)의 ‘플로(flow, 몰입)에 들어간 듯한 심리적 상태’ 등이 창의성의 기본 조건으로서 필요한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 성취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적으로 동기화되어 있으면서도 외부적 보상들을 적절히 이용하는 강한 내적 통제와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될 수 있다(최인수, 1998).
창의성은 영감을 수반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영감 같은 것은 창의성의 일부분이고, 일생을 통해서 계속되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가 창의적 활동으로 나타난다(Curran, 1997).
창의성의 개념이 학자마다 다양하게 정의되듯이 창의성을 구성하는 구성요소 또한 학자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보고 있는 창의성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유창성(fluency)
특정한 문제상황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다.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최선의 것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따라서 유창성이 높아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산출할수록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2. 융통성(flexibility)
고정적인 사고방식이나 시각을 변화시켜서 다양한 종류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사고의 틀을 바꾸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아이디어의 종류가 여러 가지 다른 것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융통성 있는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주어진 내용이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강제로 결합해서 특이한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3. 독창성(originality)
기존의 것과는 다른 독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이다. 창의적인 사고의 이상적인 목표로, 이는 전에는 결코 서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디어들 간에 관계를 형성하는 연합적인 과정이다.
4. 정교성(elaboration)
기존의 아이디어를 보다 자세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처음에는 불완전했던 아이디어에 세밀하게 뭔가를 덧붙이고, 공간을 매우고, 관련 있는 아이디어를 그룹화하고 확장하여 훌륭하게 발전시키는 작업이다. 정교성은 창의적 사고의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한 요소이다.
■ 창의성의 발달적 경향
토렌스(E. P. Torrance, 1962, 1963)는 창의적 사고 속에 포함된다고 생각되는 능력의 발달곡선은 대부분 인간 발달의 다른 영역의 발달곡선과는 사뭇 다른 유형을 보인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해서 교사나 카운슬러, 행정가 혹은 다른 교육 관련 인사들은 유아의 창의적 사고의 연령별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가르치는 유아와 학생의 연령별 발달특성을 가장 잘 아는 교사가 유아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교육심리학적 원리이다. 그럼으로써 유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더 많이 더 잘 가르치는 일을 즐기게 된다.
창의성에 관한 발달적 현상과 연령별 특징에 관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교사들이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같은 연령집단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유아·학생의 창의성의 발달수준이 같은 것이 아니기때문에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정 연령층의 유아에게서 볼 수 있는 두드러진 특징을 확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특징들을 평균의 개념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연령층에서 가능한 행동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자극해 주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사가 유아에게 가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 연령층의 특징은 의미가 있다. 교사는 이때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연령층 특징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유아에게 공통된 특징이 아니기 때문에 개개 유아를 지도할 때는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기부터 창의성 발달의 특징을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Torrance, 1962, 1963; Ligon, 1957).
1. 0~2세
유아는 처음 1세쯤부터 상상력이 발달되기 시작한다. 유아는 사물의 이름을 묻고, 소리와 리듬을 재생하려고 시도한다. 유아가 무엇인가를 만들면(그리기, 종이접기 등) 거기에 이름을 붙이는데, 그것이 완성이 되어야만 이름을 붙인다.
이 시기의 유아는 촉각·미각·시각을 통해서 무엇이든 경험해 보려고 애쓰며, 호기심이 많고 그 호기심을 표현하는 방식은 개인의 심리적·신체적 특징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어떤 것은 자기가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또 어떤 것은 만질 수 없다는 것을 매우 일찍부터 배우게 된다.
2. 2~4세
이 시기는 유아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또한 언어적·상상적 놀이 속에서 얻게 되는 경험을 되풀이함으로써 세계를 학습하게 된다. 자연의 신기함을 접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한다. 또한 주의범위가 좁아서 지도자가 없으면 활동은 무작위적으로 변한다. 자율성을 발달시키기 시작하여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놀고 공부하려고 든다. 이런 자립성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 넓어지고 자기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탐색하며, 성인들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계속 제기한다. 자기가 속한 환경 속에서 뭔가를 새로이 발견하게 되면 그 세계와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지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에 대한 두려운 경험이 새로운 발견에 대한 자신감을 뒤흔들 수도 있다.
유아는 차츰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검증해 보고, 자기 능력 이상으로 무리하게 주변 세계에 도전하려다가 심한 좌절을 느끼고 욕구불만으로 인해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3. 4~6세
이 시기의 유아는 전형적으로 아주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이 이 시기 유아들의 상상력이 쇠퇴한다는 것을 주장하였지만, 리건(Ligon, 1957) 등은 그런 현상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 시기 동안 유아들은 처음으로 계획을 세우는 법을 학습하게 된다. 예상되는 놀이와 작업을 계획하기를 좋아하고, 가상놀이를 통해서 성인의 역할을 배운다. 또한 호기심은 성인들조차도 곤란한 문제에 대해서 ‘참된 것, 올바른 것(true and right)’ 을 탐구하게 만든다. 개개의 독립된 사건들 사이를 관계 지어 보려고 하며, 상상놀이에서의 여러 가지 역할을 실험해 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을 알아차리게 되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피어스(Chilton Pearce, 1977)가 쓴 『마술적 연령(Magical Child)』에서 보면 유아기의 유아는 자기의 주변 세계에 매혹되고 분석적이 된다. 유아는 세계를 분해하고, 무엇이 그것을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유아는 무엇인가를 하면서 생각한다. 유아의 현실은 성인의 현실과는 다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유아들은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왜곡시켜서 본다. 창의적인 상상과 공상은 그들 삶의 일부인 것이다.
0~6세아의 창의성의 발달적 특징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시기는 모든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기본생활의 기초 기능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표현적 자발성의 단계에 속하며, 창의적인 내적 충실화의 단계이고, 최초의 창의성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critical period)라고 할 수 있다. 4~8세를 상대로 한 한 한 연구결과에서는 5~6세에서 점수가 떨어졌다가 6~8세에서 의미 있게 점수가 상승하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 결과는 특수한 창의성의 잠재력이기보다는 일반적인 인지발달의 특징으로 보아, 유아기는 창의적이 아니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후의 창의성과는 다른 성질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시기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특히 유아기에는 창의성이란 것을 능력 차원보다 태도나 성격특성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 시기의 창의적 사고의 기원은 전조작적 사고에 있으며, 직관과 상징적 놀이가 특징이다. 유아기의 창의적 사고는 놀이형태로 나타난다. 이때의 놀이는 과거 경험의 재현일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재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 상상력은 차츰 내재화(內在化) 되고 내어(內語)에 의해서 조절된다. 상상놀이는 전조작적 사고의 특징인데, 이것은 후일의 창의적 사고의 선구자로 볼 수 있다. 특히 창의성은 놀이, 그 중에서도 ‘가상놀이’ 에서 출발하며, 전조작적 단계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 아동관찰 및 행동연구, 홍순정·최석란 / KNOUPRESS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