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내기 발달
1) 태내발달단계
태내기는 수정에서 출생에 이르는 40주 정도의 시기로, 정자와 난자의 결합을 통하여 생명체가 형성되고 모체는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자궁 안에서 태아는 약 38주 동안 발달한 후 출생하게 되는데, 태내발달단계는 다음의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배란기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는 2주까지의 시기이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시기이지만 모체는 이를 지각하지 못한다.
둘째, 배아기는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한 후부부터 골격이 형성되는 8주까지의 시기이다. 배아기 중 4주경에는 심장이 뛰기 시작하며, 뇌와 신경조직이 분화되고, 입, 소화기관, 간 등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8주경에는 입, 눈, 귀가 뚜렷하게 분화되고 팔, 손발, 다리, 성기가 형성되며 근육이나 연골조직이 발달한다. 또한 내부기관 및 신경조직이 발달하여 이 무렵이면 인간이 갖춰야 할 신체기관과 기본조직은 모두 갖춘다. 이 시기에 발달을 저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영구적인 손상을 입으므로 태내 환경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여성은 태아에게 적응하는 시기로 입덧, 두통, 구토를 호소하고 특정한 음식을 찾으며 예민한 상태가 된다. 입덧은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태반에서 나오는 물질에 대한 일종의 거부반응으로 설명되며, 태아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태아기는 8주 이후부터 출생까지의 시기로, 기관이 급속히 성장하는 기간이다. 태반은 이 시기에 안정되며 호흡기관은 7개월이 되면 자궁 밖에서 생존할 만큼 발달한다. 따라서 28주경이면 미숙아로 태어나더라도 인큐베이터를 사용하여 성장한다. 36주경에는 태아의 머리가 아래로 향한 위치로 정착하는데, 이는 출산을 용이하게 한다.
2) 태내발달 영향 요인
태내기 동안 바람직한 부모역할은 임신에 대해 잘 적응하는 것으로, 임신기간 중의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내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태내기의 부모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1) 유전적 요인
임신 초기 유산의 원인은 유전인자나 염색체의 이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임신 초기에 자연유산이 된다. 열성인자에 의한 유전인자 이상이나 염색체 이상으로 태어난 경우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태내 진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태내 진단은 출생 전 태아와 자궁의 상태를 검사하여 태아가 심각한 장애를 가졌을 경우 유산시키거나 적절한 분만방법을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가장 보편적인 검사로는 초음파검사가 있다. 초음파검사는 태아의 호흡, 심장운동, 혈관박동 등 태아의 상태를 해부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양수검사도 태내 진단검사로 임신 15~18주에 실시하며, 임신 2개월경에는 태반이 될 융모를 검출하여 염색체 이상을 검사하는 융모막검사가 있다.
(2) 환경적 요인
태내 환경은 바깥 세상과 차단되어 외부의 자극을 차단해 주는 안전한 장소이다. 그러나 태내 환경이 적절하지 못할 경우 미성숙한 존재인 태아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태내기 동안 어머니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태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고 주의해야 한다.
첫째, 태내 환경에서 태아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어머니의 영양상태이다. 임신 초기 어머니는 질적으로 균형 잡힌 영양소가 필요하며, 임신 후기에는 양적으로도 많은 영양분이 필요하다. 임신부의 하루 섭취량은 15~30% 정도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철분, 칼슘,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임신 말기에는 체중이 11~12kg 정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태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어머니의 환경 요인으로 임신 중 흡연할 경우 저체중아 출산 확률이 높고 유산, 영아 사망, 아동암 발생 등의 가능성도 높다. 임신 중의 음주는 태아 알코올증후군의 원인이 되며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의 약물복용도 기형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풍진, 성병, AIDS, 당뇨병 등을 지니고 있을 경우에도 태아에게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임신전이나 임신 동안의 스트레스 상황은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한 경우 스스로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해야 하고,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은 임신한 어머니에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태내기 부모역할
모든 사람이 부모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역할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기의 존재는 부모의 삶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오므로 임신 시기부터 부모됨에 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태내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미지 형성단계로 부모상의 정립기라고 할 수 있다. 출산 전에는 심상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Galinsky, 1987), 부모역할을 어떻게 준비하고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연습하는 단계이다.
태내기는 부모역할을 준비하는 시기이며, 태내기 부모역할은 태아에 대한 애착과 함께 아기가 자신과 분리된 존재임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태아를 가진 부모는 출산에 대해 흥분하면서도 자신이 부모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불안해하기도 한다. 또한 배우자 및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 변화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1) 임신의 수용
임신 중에 여성의 신체 내부에서는 호르몬과 신진대사 변화가 일어난다. 임신부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심리적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게 되는데, 임신 동안에 임신부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을 대하는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배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임신부는 임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임신의 전 과정을 이해하고 임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각 단계별로 요구되는 것을 잘 파악하여 실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전통사회에서는 임신을 아내만의 일로 여기고 남편은 한 발 물러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현대사회에서는 새로운 아버지상의 등장으로 남편이 아내의 임신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샤피로(Shapiro, 1987)에 따르면, 대부분의 예비 아버지도 아내의 임신에 대해 다양한 두려움을 경험하지만 아내를 당혹시킬까 염려되어 표현하지 않고 감춘다고 하였다. 그러나 예비 아버지도 아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염려를 밖으로 표현할 때 더 잘 적응하며 걱정하는 마음을 공유함으로써 아내와 보다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2) 태교
태아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어 최적의 상태에서 태아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태교이다. 태내 환경은 외부의 자극이 차단되는 곳이지만 적절하지 못한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태교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용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근본적인 목적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임신 이전부터 출산 전까지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 부모와 태아 모두에게 행해지는 교육이다.
(1) 우리나라 전통태교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태교를 임신 중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 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태교는 배우자 선택에서부터 시작되며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하여 부모로서 자격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태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이라는 나이를 부여하였는데, 이는 태아를 생명체로 존중했음을 반영한다.
한편 전통태교에 관한 기록은 여러 문헌에 남아 있다. 고려시대 말 정몽주의 모친 이씨가 쓴 「태중문훈」과 조선시대에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 태교와 관련된 내용이 부분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 후기에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 중 「병 다스리기 편」에 태교에 대한 내용이 있으며, 사주당 이씨는 「태교신기」(1803)라는 지침서를 집필하였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태교신기」는 태교에 대한 내용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서술하였으며, 어머니의 태중교육 10개월이 출생 후 스승에게 배우는 10년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하여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태교신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태교의 이치에 대해 밝히고 있으며, 태교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와 실천하지 않았을 때 입는 손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의 태교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어머니의 심신관리에 대한 내용, 여러가지 태교의 방법 및 금기사항, 가정에서 집안 식구들이 유의하고 협조해야 할 일, 조상의 태교 사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문헌에 언급된 태교 외에도 서민들 사이에서 구전된 구전태교가 있다. 구전태교는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까지 담고 있어 우리나라 전통사회가 얼마나 태교를 강조해 왔는지 알 수 있다(류점숙·국주영, 2000). 구전태교로 남도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삼태도(三台道)와 칠태도(七台道)가 있는데, 칠태도는 사회적으로 명예와 돈이 있는 가정에서 지켜졌으며,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는 삼태도만 지켰다.
구전태교 중 하나인 칠태도의 내용
| 칠태도 | 내용 |
| 제1도 | 임신부는 높은 곳에 올라서거나 술을 마시면 안 된다. |
| 제2도 | 임신부는 말을 많이 하거나 웃고, 놀라고, 겁먹고, 울어서는 안 된다. |
| 제3도 | 태아에게 해를 끼치는 장소를 피해야 한다. |
| 제4도 | 나쁜 것을 피하고 아름다운 것만 접하라. |
| 제5도 | 기대거나 가로 눕지 않는 등 행동을 조심히 해야 한다. |
| 제6도 | 기품 있는 것을 가까이하는 등 좋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
| 제7도 | 임신 중에는 금욕해야 한다. |
출처 : 이규태(1978), 「한국인의 조건」
이와 같이 우리 조상은 태아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마음과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태교를 매우 중요시하였다. 전통태교의 특성을 요약해 보면, 임신 전 부모의 건강이 태아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여 임신 전부터 부부의 신체적 건강관리가 강조되었다. 또한 마음을 정결히 하여 임신 중 생각과 말, 행동 등을 조심해야 하는 심리적 건강관리도 강조되었다. 모성태교와 더불어 임신 전과 후 아버지가 주의해야 할 점을 언급하면서 부성태교도 강조하였다.
(2) 현대사회의 태교
태내기에 관한 많은 연구를 통해 자궁 내 환경이 태아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태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태아의 두뇌발달에 태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태교는 태아의 발달뿐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가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돕고, 태아에게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태내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태교에는 청각태교, 태담태교, 미술태교, 운동태교 등이 있다.
첫째, 청각태교는 임신 4~5개월경이 되면 청각이 성인과 비슷해지는 태아의 발달특성을 이용한 태교방법으로, 임신부에게 음식을 통해 편안한 신체적, 정서적 상태가 되도록 기여하고 태아의 정서발달과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음악은 태아의 청각을 자극하여 두뇌발달에도 도움을 주는데, 임신부의 심신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이면 어떠한 음악이라도 좋다.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등 자연의 소리도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데 기여한다.
둘째, 태담태교는 뱃속에 있는 태아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태담을 통해 태아와 부모는 정서적 유대감과 친밀감을 형성하며, 임신부와 태아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태담태교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고, 지속적인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태아는 감성이 풍부해지고 두뇌도 발달한다. 특히 태아는 뱃속에서 양수를 통해 소리를 듣기 때문에 주파수가 낮은 남자의 목소리를 더 잘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태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태아와 아내에게 유익하다.
셋째, 미술태교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명화 등 좋은 것을 보면서 태아의 감성과 두뇌를 자극하는 태교방법이다. 미술태교에는 아름다운 그림이나 작품을 감상하거나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종이접기, 십자수, 퀼트 등이 포함된다. 미술태교는 태아의 집중력을 길러 주어 두뇌발달을 촉진하며, 감수성과 창의력 개발 및 정서적 안정에 기여한다.
넷째, 운동태교는 적당한 운동을 통해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과 신체발달을 돕는 태교방법으로, 임신부의 지나친 몸무게 증가를 방지하고 출산 시 진통을 감소시켜 순조로운 출산과정에 도움을 준다. 산책 및 체조, 운동은 임신부의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하며 태아의 두뇌발달을 돕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한다.
또한 아로마태교는 향기로운 향을 통해 후각을 자극하는 태교방법으로, 임신부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이외에도 명상, 산책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여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뇌호흡태교, 카드를 통하여 글자와 수를 인식시키는 카드 학습법의 스세딕 태교 등이 있다.
한편 태교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살펴보면 임신에 필요한 건강한 정자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음주, 흡연, 약품에의 노출은 결함을 지닌 아이를 낳게 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임신부의 정서는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되므로 아내의 기분에 큰 영향을 주는 남편의 태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임신 후에는 임신부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남편은 아내를 격려하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교는 부모가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다는 기본 정신을 가지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아에게 가장 좋은 태내 환경을 제공하여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임신부와 남편,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 부모교육, 김진경·서주현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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