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지학적 발달론
슈타이너는 인간의 발달을 연속 과정으로 보지 않고 단계적인 과정으로 보았다. 생명력과 인간에 대한 직관적 관찰을 통해 인간의 생애를 7년 주기로 나누었는데, 육체화는 7년을 주기로 다소 불연속적인 과정을ㅇ 거쳐 일생 동안 이루어진다. 그는 자아를 형성하는 초기의 7년 주기는 삶의 중반 이후에 건설적으로 또는 파괴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라고 하였다.
슈타이너는 7년 주기의 리듬으로 구분되는 인간의 생애를 인간 본질의 네 가지 구성체와 연결하였다. 인간 본질의 네 가지 구성체 가운데 물질체의 탄생만 눈에 보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완전히 성숙되기까지 각각의 보호막 속에 싸여 있다. 물리적 신체의 보호막은 모태이고, 생명체의 보호막은 물리적 신체이며, 감정체의 보호막은 생명체, 자아체의 보호막은 감정체인데(정혜영, 1997) 이러한 구성체는 동시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탄생의 고유한 순간이 있고, 7년의 리듬 속에서 단계적으로 생겨난다.
1) 1단계
1단계는 물질체(Physischerleib)의 탄생기이다. 물질체의 탄생은 신체가 모태의 보호막에서 나와 물리적 세계와 직접적으로 관계 맺는 것을 말한다. 물리적 신체는 감각을 통해 외부 세계와 접촉하고 감각의 직접 체험을 통해 외부 인상을 받아들인다. 이 단계는 물질체가 가장 활발히 발달하는 시기이며 유아의 몸 전체는 하나의 감각기관이다. 유아의 감각은 외부 세계에 열려 있기 때문에 유아들은 말이나 개념이 아닌 오감의 반응이나 몸에 의한 모방에 의해 세상을 배운다. 그러므로 모방과 시범은 이 단계에서 학습의 기본 원리이다.
이 단계의 유아들에게는 모방할 만한 물리적·심리적·도덕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아는 주변의 모든 것을 모방하므로 물리적 환경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마음가짐, 태도, 분위기까지 모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2) 2단계
생명체(Lebensleib)인 에테르체(Aetherleib)의 탄생기인 2단계는 7세부터 14세까지의 시기로 제1단계에서 보호막에 쌓여 있던 에테르체가 바깥으로 나와 작용한다. 에테르체의 탄생으로 유아는 자신의 성향, 습관, 성격, 의식 등을 형성하고 발달시킨다. 유년기의 육체 형성에 작용했던 힘들이 약해지고 영혼 수준에서 작용하는 능력의 힘이 발전하며 유아는 주변의 세계를 마음으로 느끼고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이 단계는 감정의 영역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1단계에 비해 기억력이 조금씩 성장한다. 이 시기는 음악을 비롯한 예술에 대한 감각에 눈뜨게 되어 상상의 능력과 예술적인 능력들이 발달하여 상징들을 창조하고 형상화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교사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성용구, 2000). 수업내용에서는 회화적인 묘사와 형성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유아들은 자신의 고유한 정신과 감정세계에 연결시켜 배울 수 있다. 교사는 유아가 상상과 느낌을 자극하도록 다양한 재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1단계에서는 모방이 중요한 교육원리였지만 2단계에서는 교사의 권위와 학생으로서의 자세가 중요한 교육원리이다(안관수, 1996). 이 단계에서는 교사의 권위와 이를 따르는 학생의 자세가 교육을 이끈다. 교사의 권위란 힘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존경심 같은 것을 의미한다. 유아들은 자신의 의식, 습관 성향을 형성해 나간다. 그러므로 교사는 애정 있는 권위를 통해 유아들이 교사와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내적 확신감과 안정감을 경험하게 하여 삶에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게 하는 것이 좋다.
3) 3단계
3단계는 감정체인 아스트랄체(Astralleib)의 탄생기로 사춘기가 시작되는 14세부터 21세까지의 시기이다. 성숙과 더불어 이성의 판단력과 감수성의 발달로 이성적이고 추상적이며 개념적인 사고력이 발달한다. 개인의 관심과 취미를 발달시키는 능력과 인식 문제에서 독립적인 판단을 얻으려 노력한다. 따라서 자신의 논리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세계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인식 욕구가 나타나고 추상적 사고능력이 생기며 자신이 가진 영혼의 힘, 즉 감정과 의지로 환경에 더 자유롭게 더 독립적으로 맞선다. 따라서 학교는 수업을 심층적으로 하여 학문적 생활태도의 시초를 닦는 데 기여해야 한다. 아울러 상상력과 권위에 기초하여 받아들인 그 이전의 지식을 자신의 논리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4) 4단계
4단계는 자아체(Icn-Ieib)의 탄생기로 21세 이후이다. 인간의 요소인 ‘나’라는 의식인 ‘자아’가 나타나면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된다. 자아가 있으므로 인간이 자연의 모든 것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자아는 에테르체와 아스트랄체의 충동을 지시하고 통제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자유로운 인간이 형성된다. 1단계에서는 의지, 2단계는 감정, 3단계에서는 사고를 발달시켜 의지, 감정, 사고를 지닌 자유로운 인간이 양성된다.
4. 교육원리와 방법
1) 교육원리
(1) 모방원리
슈타이너에 의하면 약 7세까지의 유아들은 모방과 본보기를 통해 배운다. 유아들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환경 이외에도 태도나 마음가짐, 분위기까지도 모방하기 때문에 교사는 유아들이 모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방은 유아가 행동을 따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과 유아의 내적 유대관계 속에서 성인의 행위와 존재를 몸으로 느낌으로써 영향받는 것을 말한다. 모방은 유아가 보고 듣는 것에 의해 고무된다. 모방은 직접 신체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상응하는 태도, 움직임, 행동 등을 유발시킨다.
유아의 모방능력은 유아 내면에 있는 표현이며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과 본질이 일체를 이를 수 있게 한다. 성인은 유아에게 필요한 교육적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유아의 모방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유아는 물리적·심리적·도덕적 측면에서 모방을 통해 학습하므로 성인은 의미 있는 행동을 실천하여 본보기를 보이고 유아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기질을 고려한 교육
슈타이너는 유아의 기질을 바탕으로 교육하고자 했다. 유아의 기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섞어 구성하는 것보다 같은 기질을 가진 유아끼리 집단을 구성하여 활동하게 하는 것이 좋다. 같은 기질은 서로 조화되고 주의를 기울이며 서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유아의 기질을 잘 파악하여 적절히 대응하고 기질에 따라 교육적 처방과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점액질의 유아에게는 외적으로 무관심한 것같이 행동하면서 내적인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우울질의 유아들은 인생의 고통과 불쾌한 일들을 처리할 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유아들을 대할 때 그들이 가지고 타고난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즉, 유아가 가지는 능력과 성향에 따라 교육하는 것이 좋다.
(3) 감각을 통한 교육
감각체험은 발도르프 유치원 교육의 기본이다. 슈타이너는 유아의 신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각기관이며 신체가 외부 세계에 대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기를 유아기라고 보았다. 유아는 물리적 신체 탄생기에 신체 감각들을 통해 받아들인 인상에 의존하여 주변 환경을 받아들인다. 유아는 감각을 통해 모방하며 감각은 내부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므로 감각적 인상을 통한 학습은 유아에게 중요하다.
감각은 외적 감각과 내적 감각으로 구분된다. 외적 감각은 자아감각, 사고감각, 언어감각, 청각 등으로 사고에 속하며, 내적 감각은 균형감각, 운동감각, 생활감각, 행위감각 등으로 의지에 속한다. 그리고 내외적 감각은 온도감각, 시각, 미각, 후각 등으로 감정에 속한다. 이러한 감각들이 나타나려면 풍부한 자극을 제공하는 환경과 놀잇감 등이 필요하다. 자연물이나 기하학적 원형, 단순한 형태, 인형, 동물, 천등을 통해 유아들은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발달하게 된다.
(4) 리듬을 통한 질서의 원리
슈타이너의 교육에서 리듬은 수업활동의 중심 개념이다. 리듬은 연중 혹은 주중 리듬활동 시간, 그리고 매일 장려되고 조장된다. 이러한 리듬은 유아에게 규칙성과 친숙함을 제공하고 생동감을 불어넣어 유아에게 공간·시간·영혼 질서를 형성하게 한다. 수업활동은 이러한 내적, 외적 움직임으로서의 리듬으로 구성되어 유아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수업활동은 계절 변화와 명절에 연계되고, 규칙적인 시간 배정이나 집중활동, 자유놀이의 규칙적인 반복 구성 등으로 리듬을 통한 질서의 원리를 내표한다. 수업내용의 전달도 ‘에포크(epoch) 과목’에 따라 나뉘고 리듬을 따른다. 즉, 깊이 있는 정신적 몰두를 요하는 학습 영역들이 일반 학교처럼 매시간 바뀌지 않고 에포크라 불리는 3~4주 기간의 리듬에 따라 바뀐다.
2) 환경 구성
발도르프 유치원에는 완성된 교구가 별로 없다. 완제품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유아의 상상력을 방해하므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TV,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도 없고 꾸밈없는 원형 그대로의 자연물로 구성되어 유아들은 실물을 통해 배우고 이를 통해 안정감을 느낀다. 실내는 원형 그대로의 나무토막, 다양한 형태의 나뭇가지, 나무 그루처기, 나뭇잎, 밀짚, 씨앗, 조개껍데기, 돌, 솔방울 등으로 구성되며, 유아들은 눈, 코, 입이 없는 인형 등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한다. 놀이터는 모래밭, 나무로 된 조그만 오두막, 땅에 놓여 있는 고목9枯木)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환경은 세계 전체와 인간의 모든 것이 배움의 영역이라는 근본원칙에 근거하며 유아는 이를 통해 배운다.
유아에게 자연물이나 주변 물건 및 실물 등을 제공하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이나 전자제품 등은 유아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아 유아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아기에 내적 형성력이 자극받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완성된 삶을 누릴 수 있으므로 유아들이 놀이에서 어떤 강제나 압력을 경험하지 않도록 한다. 놀잇감은 모두 유아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만든 것으로, 이를 통해 감각적 인상을 받아들이고 소집단 또는 자유놀이에서 상상을 통하여 발달하게 된다.
3) 교육내용
발도르프 유치원은 자유놀이와 동아리 활동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자유놀이 시간에는 유아들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노래, 손가락 놀이, 이미지 게임 등이 이루어진다.
발도르프 유치원에서의 활동은 예술적이고 실천적인 교육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예술교육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음악이나 회화가 아니라. 예술활동을 통해서 글자를 익히고, 수의 비밀을 알아내고, 동물과 식물을 느끼며,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수채화 그리기를 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
‘몸을 움직이는 놀이’인 오이리트미는 슈타이너가 ‘혼이 있는 신체의 배양’을 위해 창조한 예술로서, 소리와 음색에 익숙해져 이를 몸짓으로 형상화하는 ‘볼 수 있는 언어’이자, ‘볼 수 있는 노래’이다. 발도르프 유치원에서는 교사가 이야기와 동화를 매일 지도하며, 한 해의 흐름에 따라 정해지는 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일주일 내내 반복하여, 공동체험과 공동행동이 가능해지고 언어습득도 촉진된다.
< 유아교육철학 및 교육사, 김희태·정석환,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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