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관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이론들

1. 발달예정설

발달예정설은 정해져 있는 발달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는 관점이다. 이 관점은 인간은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과 성향 혹은 자질 등이 있으며, 이는 어느 특정한 시기에 펼쳐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발달예정설은 18세기의 태생학(embryology)에서 비롯되었다. 전성설에 의하면 인간은 정자나 난자에 아주 작은 완전체로 들어 있는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던 과학자들이 발달이란 항상 같은 순서로 일련의 단계를 거쳐 발생학적으로 이루어짐을 발견하였다. 즉, 발달은 누가적이고 순서적이며 어떤 특수한 방향으로 나아감을 알게 되었고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발달예정설에 의하면 유아는 내면의 준비를 통해 흥미와 호기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발달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관점은 루소의 시각을 반영하며 또한 20세기 초에 나타난 발달의 성숙론과 같은 입장이다. 발달예정설에 근거하면 한 개인이 발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직 적절한 시기가 되지 않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성숙론도 이와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 성숙론에서는 인간은 이미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내적 기제(mechanism)가 있고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며, 이의 발달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타당한 발달이며, 어느 누구도 이러한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보편타당한 발달은 어느 특정 시기에 나타나며, 그 발달이 일어나는 특정한 시기는 곧 발달을 일으키는 결정적 시기가 된다.

 

발달예정설은 인간이 시기에 따라 발달한다는 관점을 내세움으로 인해 인간을 이해하는 더욱 과학적인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특히 유아가 성인과 다르지 않다고 성인과 동일한 입장으로 이해하여 일어나 역할을 하게 했던 전성설, 인간은 사악하고 죄를 짓는 존재이므로 엄격하고 외부적인 규율이나 훈련을 바탕으로 이러한 본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원죄설의 입장과는 다른 아동 관점이어서 성인이 유아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초래했다.

 

발달예정설에 근거하면 유아의 발달은 유아의 내면 상태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즉, 발달되지 않은 것은 아직 내면의 발달과업이 발현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므로 유아에게 필요한 것은 유아 내면의 발달과업이 펼쳐질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주위 환경을 조직하고 구성해 주는 것이 요구된다. 즉, 유아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서둘러 제공한다고 해도 유아의 내면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함을 알려 준다. 따라서 발달예정설에 근거하면 유아의 발달을 조장하려면 유아의 내적 발달 기제가 잘 펼쳐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2. 프로이트의 이론(정신분석이론)

프로이트(Freud)의 이론은 유아기 혹은 아동기(childhood)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Cleverley & Phillips, 1986).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되고, 이 가운데 무의식이 인간의 의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정신은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구분되고 현실과 부딪치며 성장하고 발달한다. 이 가운데 원초아는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으로 충동 혹은 욕구의 만족을 지향하는 정신구조인데 충동이나 욕구를 달성하지 못하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초자아는 원초아의 본능적 욕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사회 기준이나 도덕을 내면화하는데 작용한다. 정신의 이러한 작용은 기본적으로 의식 작용이지만 이 과정에서 만족을 얻지 못한 부분은 무의식에 잠재된다. 무의식으로 잠재된 정신의 부분은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람이 부모이다. 즉, 어릴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인간 정신구조의 작용에 중요하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만족과 불만족의 모습이 인간의 정신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프로이트의 관점은 부모로 하여금 유아기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인생에서 어린 시절이 중요하며 어린 시절에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함을 프로이트의 이론은 제시하였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유아는 욕구를 지닌 발달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전성설이나 원죄설에 입각해서 유아를 바라보던 관점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3. 현대의 발달심리학

발달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어린 아동이 성인과 질적으로 다른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유아는 성인의 부속물이거나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발달하는 존재이며 발달 과정에서 다양한 잠재능력이 계발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피아제는 유아의 인지발달은 성인과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지닌다고 주장하였다.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성인과 같이 생각하고 추론하며 분석하고 판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유아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인지적 추론과 분석 및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아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스스로 인지발달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피아제는 주장하였다.

 

비고츠키(Vygotsky)도 이와 같은 견해를 보인다. 다만 비고츠키는 인지적 능력의 변화가 개인에게 초점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협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강조하면서, 유아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주위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들은 유아를 무능력하고 성인이 도와주어야 할 정도의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독립적이고 잠재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스스로 발달할 수 있는 존재가 유아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유아교육철학 및 교육사, 김희태·정석환, KNOU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