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유아교육

그리스 시대의 유아교육은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아테네는 자유로운 시민 교육을 강조하여 ‘자유로서의 양육’으로 설명할 수 있고 용감한 군인을 조련하기 위한 스파르타는 ‘조형으로서의 교육’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이상적 양육환경의 조성을 강조한 아테네의 교육과 단련중심의 주형 모델을 강조하는 스파르타 모델로 구분되며 이들의 교육관은 현대교육에서도 중요한 교육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1. 아테네의 유아교육

아테네는 이오니아족이 솔론 법을 기초로 세운 도시국가이다. 아테네는 그리스 시대를 대표하는 아카데메이아, 리케이온, 애피쿠로스, 스토아학파를 배출한 대표적인 철학의 도시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제논을 시초로 한 이들 학파의 학교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리스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를 배출하였다.

 

아테네의 교육은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구체적으로 ‘지혜로운 사람’과 ‘실천하는 사람’을 기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발전되었다. 아테네의 교육은 조화롭고 균형 잡힌 인간의 양성이 목적이기에 교육은 자유로운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의 형태로 나타났다. 솔론 법에 나타난 교육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모든 아테네 시민은 자기의 남아에게 체조와 으악을 교육시킬 의무를 지닌다. 이 법을 위반하는 자는 비난을 받는다.

 

✔ 학교는 해가 뜨기 전에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해가 지면 모든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

 

✔ 어린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은 학교에 들어가면 안 된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 노예 소년은 김나지움에 있을 수 없다. 또한 체조하는 것을 금한다.

 

솔론 법에 따르면 아테네의 교육은 귀족 남자아이에게 한정되었으며, 학교는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된 매우 제한된 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유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은 유아교육을 통하여 형성되는데 아테네의 유아교육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년기에 나누는 정서적 교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아테네의 교육에서 유년기를 위한 특별한 고려나 형식적인 학교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의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 철학적 분위기는 아테네의 유아들이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좋은 환경을 제공하였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인간존중사상과 어머니의 무릎학교를 통한 정서적 공감 등을 고려할 때 아테네 교육에서 정서의 중요성은 충분히 강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유희를 통한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딜타이(E. Dilthey)가 유년기의 인격형성(paideia)은 유희(paidia)를 통해서 체득된다고 주장하였듯이 현대 유아교육에서 유희의 중요성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이처럼 아테네에서도 다양한 유희를 통해 유아들의 인격형성을 시도하였다. 구체적으로 유아는 애완동물과 인형, 소꿉놀이 도구를 활용하여 유희의 세계에 몰두하였다. 또한 개나 산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니거나 투구벌레를 끈에 매어 날리기도 하였다. 이 밖에 그네, 공돌이, 숨바꼭질, 줄다리기 등의 여러 놀이를 통하여 유아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교육을 실시하였다.

 

셋째, 유아의 조화로운 인간성 계발을 강조하였다. 아테네의 유아들은 신화와 서사를 접하며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며 꿈을 키웠다. 다양한 서사를 통한 상상력 신장과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은 현대 유아교육에서도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아테네의 유아들은 동화 속에 나타난 다양한 사물과 동물을 상상하고 인간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학습하며 자라났다.

 

이와 같이 아테네의 유아교육은 건전한 시민의 자격을 얻기 위한 교양교육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토양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또한 교육교육을 통하여 시민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전인을 양성하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유아교육의 대상은 일반 시민계급에 한정되었으며 다수를 차지한 노예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계층에 한정된 엘리트 교육으로, 직업교육과는 거리가 먼 관념 중심의 교육이었다.

 

2. 스파르타의 유아교육

스파르타는 B.C. 7세기경 도리아족이 리쿠르고스 법을 기초로 세운 도시국가로 그리스의 다른 도시국가에 비해 고립되고 제한된 지리적 환경에 있었다. 국가는 소규모였으며, 소수의 귀족이 다수의 노예를 통치하는 구조를 지닌 국가였다. 스파르타는 제한된 환경을 극복하고 계급 구조를 존속시키기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고 국가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국가의 중요한 책무로 생각하였다. 즉, 무장이 가능한 소수의 귀족이 다수의 농·상·공업에 종사하는 노예를 통제하는 계급 구조의 유지를 국가 유지의 기본 조건으로 보았다. 따라서 스파르타는 엄격한 사회통제, 수수 귀족의 권익보호 등을 특징으로 하는 폐쇄적 사회제도를 발전시켰다. 교육이 사회의 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스파르타의 교육은 국가의 이익에 기여하는 수단적 기능을 담당하였다. 스파르타의 유아교육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우생학적 기준에 의한 선별적 교육관을 강조하였다. 스파르타에서는 출생과 함께 실시되는 국가의 심사에 의해 유아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선별된 유아만을 대상으로 철저한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였다. 스파르타는 사회적 생존과 사회의 현상 유지를 위한 보수적 관점에 교육목적을 두었다. 이는 출생과 함께 실시되는 국가공인기관의 신체검사(lesche)를 통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신체적 기준에 합당한 유아만 양육이 허락되었다. 신생아 단계에서 이미 선별을 실시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유아는 교육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냉혹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교육의 대상도 지배계급인 스파르티아테스(spartiates)의 자녀에 한정되고, 참정권이 없고 병역과 납세의 의무만 지닌 시민계급인 페리오코이(periokoi)나 노예계급인 헬로트(helots)는 교육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스파르타의 유아교육은 수태 단계에서 출생·양육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의해 철저히 계획되고 통제되었다.

 

둘째, 고통과 극기를 통하여 개별적 생존력을 극대화하는 강인한 교육이 실시되었다. 국가의 신체검사를 통과한 유아는 7세까지 어머니에 의해 양육되었다. 소위 ‘어머니의 아들’에 해당되는 시기로 유아에게 단식이나 고통을 주는 강제적 양육을 통하여 유아로서 지니기 힘든 극기와 인내력을 겸비하게 했다. 강인한 신체적 훈련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얇은 옷 착용, 거친 음식 섭취, 어두운 방에 홀로 두는 훈련, 냉수욕을 통한 면역력 증강 등이 있었다. 스파르타에서 실시한 훈련의 목적은 강인한 신체적 단련을 방편으로 유아들의 독립적인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유아기를 지나 아동기에 이르면 달리기, 뜀뛰기, 기마, 창검술, 수영, 던지기, 사냥 등을 중요한 교육내용으로 삼았다. 이러한 교육은 모두 군사적 목적에 의해 계획된 단련 중심의 교육이다.

 

셋째, 단체 중심 교육을 실시하였다. 스파르타에서는 7세 이후 아동을 국가기관(paidonomos)에 입학시켜 공적 훈련을 받게 하였다. 이 학교는 아동을 군대와 같은 조직체계 속에 편입시키고 그 속의 질서를 내면화하도록 훈련시켰다. 이 학교는 개인보다는 조직, 사적 이익보다 공적 이익을 우선시하여 지적 교육보다 신체적 훈련과 음악·무용이 포함된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아동은 청소년으로 자라나고, 이후 국가의 준군사 조직의 구성원인 예비사관(ephebi)이 될 수 있었다.

 

스파르타의 유아교육은 좋은 군인이 곧 좋은 시민이라는 국가적 목적에 의해 철저하게 계획되고 통제되었다. 스파르타의 가정은 국가에 의해 구성·유지되며, 가정의 구성원들에 대한 통제를 통해 자유보다는 기능의 숙달, 전인적 발달보다는 전투적 능력의 배양을 지향하였다. 스파르타의 유아교육은 유아의 전인적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오늘날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유아기에 형성되어야 할 정서적 공감, 사랑 등을 간과하여 유아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교육관 비교

구분	아테네	스파르타
교육목적	시민 양성(교양인)	군인 양성
교육내용	7자유교과	체육, 군사기술, 인내력 배양
교육방법	도야, 학습	훈련
교사의 역할	멘토, 선지자	군사 교관
0~7세의 교육	무릎학교	무릎학교
7~18세의 교육	체육, 음악 교육	군대식 병영 체험
18~20세의 교육	군사훈련	예비사관(준군사 체제)
20세 이후의 교육	철인이 되기 위한 준비교육: 수학, 변증법	실제 전투에 참가
35세 이후의 고등교육	철학, 수사학, 정치학	국가에서 부여한 역할 수행
법령	솔론 법	리쿠르고스 법

 

< 유아교육철학 및 교육사, 김희태·정석환, KNOU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