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핵 교육과정
학교교육의 발생과 발달은 문자의 사용과 지식의 증대와 관련되어 있다. 학교교육 발생 당시에는 문장의 해독과 문자를 통한 학습이 형식교육의 중요한 내용이며 또한 방편이었다.
문자에 의해 전래되고 조작된 지식이나 규범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학교활동이었다. 그러나 17세기경부터 중산 시민계급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으며, 18세기 시민혁명의 결과로 평등교육이 제창되고, 19세기 들어 학교교육의 의무화와 대중화 현상이 두드러지자 학교의 기능은 확대되고 다양화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말과 20세기에 일어난 유럽의 신교육운동과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운동은 학교의 전통적 기능에 정면으로 도전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와 사회의 관계를 구체화하고 교육의 사회적 성격을 부각한 것으로서 중핵 교육과정(core curriculum)이 창안되었다.
전통적인 교과중심적 학교는 사회문화의 보존적 기능은 만족시킬지는 모르지만 개혁적·통합적 기능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아동중심적 학교는 아동·학생의 개성의 신장과 자율성의 함양을 만족시킬지는 모르지만, 사회의 전형적 발전에 기여하는 데 제한을 갖는다. 따라서 사회방향감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노력으로서 중핵 교육과정을 개념화할 수 있다.
중핵의 원리를 포착하는 방식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학과의 세분화를 지양하고, 한 주요 교과나 영역을 중핵으로 하여 다른 교과를 이에 연관시켜 조직하는 방식이다.
② 중핵을 아동·학생에게 필요한 흥미의 영역에서 구하는 방식이다.
③ 사회기능이나 사회문제에서 중핵의 원리를 찾는 방식, 이것을 사회중심적 중핵 교육과정이라고 부른다.
④ 중핵 교육과정은 학생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목적의식과 문제의식에 의해서 수업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문제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데 큰 이점을 가지고 있으나 지식과 생활규범의 논리적 전개에서는 전통적인 교과교육과정을 능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핵의 원리를 어떻게 포착하느냐에 따라서 학교의 지역사회적 특수성을 반영할 수도 있고 특히 현대사회의 기능적 기업화 현상으로 인하여 요구되는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기할 수도 있다.
어떤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는 각 중핵수업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중핵설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음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문제해결을 위한 일반적 과정을 권고한다.
① 교사 혹은 학생들에 의해서 문제가 선정된다.
② 중요한 문제와 학급의 흥미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③ 개발된 선정준거에 근거하여 문제가 선정된다.
④ 문제는 명백하게 진술되고 정의되어야 한다.
⑤ 학급을 개인적 흥미와 집단 흥미로 나누는 것 등을 포함하여 학습의 영역을 결정한다.
⑥ 필요한 정보를 목록으로 정리하고 논의한다.
⑦ 정보 획득에 필요한 자원을 목록으로 정리하여 논의한다.
⑧ 정보를 획득하여 조직한다.
⑨ 정보를 분석하여 해석한다.
⑩ 잠정적인 결론은 진술하고 평가한다.
⑪ 개인 혹은 집단을 근거로 하여 학급에 보고한다.
⑫ 결론을 평가한다.
⑬ 더 높은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탐색방법을 검토한다.
중핵설계의 장점은 내용을 통합하고, 학생들과 관련된 교과를 제시하며, 적극적인 정보를 처리를 조장하는 데 있다. 더 나아가 이 설계는 관련 형태로 교과를 제시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내재적인 동기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중핵설계 역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주된 약점은 이 설계가 전통적인 교육과정과 너무나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상 종래의 교과서는 중핵설계를 지지하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 교육이 가치 있다는 생각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핵설계는 보편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중핵설계는 교과, 문제해결 기술, 일반적인 것 모두에 숙달된 교사를 필요로 한다.
▶ 학문중심 교육과정
지식의 구조화의 이론적 배경은 듀이, 플라톤, 헤르바르트의 여러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브루너(J. S. Bruner)의 ‘지식론’ 에 나타난 생각은 다음과 같다.
교과교육의 문제는 오직 지식의 본질에 대한 관점에 비추어 해결될 수 있다. 지식은 경험에 비친 규칙적 현상을 해석하여 구조를 부여하는 모형이다. 어떤 지식체계에 관한 조직적인 생각은 경험한 바를 경제적이고 관련성 있게 조직하는 것이다.
학문 또는 교과는 개념과 원리와 방법으로 구성되며, 그것의 구조는 이러한 것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중핵 교육과정은 학교활동의 종합을 꾀하고 특수교과들의 통합을 시도하지만, 학교중심 교육과정은 오히려 이들을 분리시키고, 각 특수교과의 특색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전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융합보다는 오히려 각 세부 학문영역을 특징적으로 조작하는 개념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하는 탐구방식과 유사한 탐구기술, 즉 생물학자, 화학자, 물리학자, 역사학자, 지리학자, 경제학자의 사고습관을 학생들로 하여금 가지도록 요구한다. 브루너는 “어떤 교과내용이든지 그것이 지적으로 저적한 형태로 조직된다면 어떤 발달단계에 있는 아동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말은 교재가 아동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경험중심 교육과정은 교과를 통한 체계적 지식을 학습하는 데 소홀했고, 또 생활 주변의 문제해결에 적용되는 반성적 사고가 학문적 체계의 동원을 요하는 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성이 많았다.
학문중심 교육과정 운동을 정당화하는 사상적 기저는 본질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이 오늘의 세계적 문화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변화 속에서 찾고, 생성되어 가고 있는 세계 속에서 찾아내려고 한다면 항존주의나 본질주의는 이미 제시됐거나 오랜 역사 속에서 검증되고 살아남은 문화전통의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본질주의자들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꼭 전수해야 할 가치와 문화전통이 있다는 것이다. 그 가치와 문화전통을 교육의 목적으로 조직한 것이 곧 교과이다. 교과를 가르치는 것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가치체계를 학습하게 하고, 학문적 수월성을 지니게 하고, 지적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라고 본질주의자들은 생각한다.
학문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조직의 구조가 중요한 개념이 된다. 즉, 어려운 구조를 학습하는 가설을 택하고 있는데, 이 가설(Bruner, 1960)은 “어떤 교과든지 지적으로 올바른 형식으로 표현하면 어떤 발달단계에 있는 어떤 아동에게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아무리 어려운 학문이라 할지라도 아동의 지적 수준에 알맞게 구조화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 교육과정, 홍순정·김재춘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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