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의 접근방법-학문적 접근방법, 인본주의적 접근방법, 재개념 주의

▶ 학문적 접근방법

지식 지향적인 접근방법이라고 부르는 지적-학문적 접근방법은 교육과정의 주요입장, 경향, 개념 틀을 분석하여 종합하려는 시도이다. 이 접근방법은 역사적이거나 철학적인 경향을 띠고 있으며, 다소 사회적인 경향도 띠고 있다. 교육과정 구성에 관한 논의는 일반적으로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경향을 띠며, 교육학 연구를 포함하여 학교교육의 광범위한 측면과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접근방법은 듀이(John Dewey), 보드(Boyd Bode), 그리고 모리슨(Henry Morrison)의 철학과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방법은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널리 유행하였다. 이 기간에 이루어진 교육과정과 관련된 새로운 주제의 교육과정 분야 내에 다양한 경향과 쟁점을 포함하게 하고, 다양한 교수, 학습, 생활지도, 평가, 장학, 행정적 절차 등을 통합시켰다. 이미 교육과정 지식과 교과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축적된 저서가 출판되었기 때문에 교육과정 분야는 충분히 포괄적인 분야가 되었다.

 

1950년대 이후 교육과정의 주요 관심사는 학문의 구조와 질적 연구방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학문적 접근방법은 교육과정 학자들 사이에서 큰 매력이 없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학문적 접근방법에 입각한 교육과정 서적이 출판되었다. 이러한 서적은 충분한 배경 정보와 교과에 관한 철학적·이론적 통찰이 부족한 초보의 교육과정 전공 학생을 매우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교육과정 학자들은 동료 학자들과의 논의나 박사과정 학생들과의 논의에서 여전히 이러한 접근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교육과정 분야에 대한 지식, 아이디어, 사상의 획득은 박사과정 연구와 지도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의 전문적 논문은 역사적으로 침체되는 경우가 다소 있지만 학문의 목표와 관심을 나타내는 데 기여하며, 학자들에게 많은 연구 과제를 제공한다.

 

최근 들어 지식은 어떻게 구성되고 해체되며 다시 재구성되는지, 지식과 관련된 이러한 활동이 교육과정의 개발과 확산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학문적 접근방법은 교육과정 학자들과 이론가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접근방법 이지만, 실천가들도 교육과정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분석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교육과정과 관련된 다양한 기초적 지식(역사적·철학적·사회적·정치적 등)을 망라하여 교육과정에 대한 포괄적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 분야는 인간의 삶을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교육과정에 대한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은 종교, 심리치료, 문학비평, 언어학 등 원래는 교육과정 분야에 포함될 수 없는 측면까지 포함시키려고 한다. 많은 교육자에게 이러한 분야는 처음에는 생소하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 인본주의적 접근방법

인본주의적 접근방법은 아동의 필요와 관심을 다루는 아동심리학 및 가치화, 자아정체성, 심리적 건강학습의 자유, 자아실현 등의 문제를 다루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성장과 함께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이 운동에서 생활경험, 집단게임, 집단 프로젝트, 예술적 노력, 연극화, 현장견학, 사회적 활동, 학습과 흥미중심, 숙제 등에 입각한 수업 등 다양한 교육과정 활동이 문제해결과 능동적인 학생 참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가정과 학교 사이의 강한 유대뿐만 아니라 학생의 사회화와 생활적응을 강조하였다.

 

 

인본주의적 접근방법을 지지하는 교육과정 전문가는 경쟁적이고 교사중심적인 학습이나 대집단학습, 그리고 인지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수업에 반대하고, 협동학습, 자율학습, 소집단학습, 사회적 활동을 더 신뢰한다. 이 접근방법에 의하면 각 아동의 목소리가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입안하는 데 반영되어야 하며, 각 아동은 그러한 과정에서 학부모, 교사, 교육과정 전문가들과 책임을 함께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방법을 따르는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지도자와 감독자가 교육과정 결정과정에 교사들의 참여를 더욱 허용하는 경향을 띠며, 동료 간의 전문적 협조와 멘토링 시스템이 더욱 권장된다. 교육과정위원회는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이며, 학생들은 교육과정 회의에 자주 참여하여 교육과정 개발과 관련된 내용과 경험에 관하여 자신들의 견해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인본주의적 접근방법은 1970년대에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으나 오늘날 교육의 수월성과 학문적 생산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인간적 측면이 아닌 인지적 측면을, 예술이나 음악이 아닌 과학이나 수학과 같은 과목을 강조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인본주의적 접근방법은 교육과정 분야에서 소수 집단의 입장을 대표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인본주의적 접근방법은 학생이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요 학문과정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가정 아래 높은 학업성취 기준을 강조하는 입장의 도전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인지적 측면과 정의적 측면은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됨에 따라 더욱 많은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교육은 개인적인 것과 개인 간 상호적인 것 모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인지적인 것은 정서적인 것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전통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자아개념, 자아존중감, 개인적 정체성은 학습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이들이 사회적·도덕적 측면과 더불어 전인교육을 이루게 된다.

 

▶ 재개념주의

재개념주의 입장은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보다 더 큰 쟁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정 분야를 보며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기관을 조사함으로써 그것에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한다. 본질적으로 재개념주의자는 실제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는 일보다는 교육과정을 추상적으로 연구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재개념주의자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보다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재개념주의 교육과정은 포스트모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우리는 새로운 의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한 가지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정 개발은 개방적이고 상호작용적이며 집단 대화적인 것이다. 그러한 상호작용적인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사람들이 변화하며,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 그 자체도 변화하는 것이다.

 

재개념주의자와 포스트모더니스트는 교육과정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도덕적 및 나아가 예술적 요소와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진다. 이 모든 요소는 우리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학교는 세계와 동떨어져 그 자체로 존립하는 체제가 아니다. 학교는 세계 안에 존재한다. 그것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체제 간의 상호작용 속에 존재한다. 학교는 바로 세계 안에 존재하고 사회의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은 학생을 세계 안으로, 또는 정적인 학교 안에 ‘적응’ 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변화시키고, 학생이 세계를 변화시키도록 하는 데 있다.

 

< 교육과정, 홍순정·김재춘 / KNOU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