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아교육철학

로마 시대의 교육

by ⍣Humpback whale⍣ 2023. 5. 18.
반응형

1. 로마 시대의 사상적 배경

로마는 B.C. 753년 건국되어 A.D.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기까지 약 1천 년을 존속한 제국이다. 로마 시대는 정치와 문화적 특징에 따라 세 시대로 구분하고 유아교육사상사의 입장에서도 그 구분을 따른다. 로마는 ‘B.C. 753~B.C. 509년 사이의 왕정기’, ‘B.C. 509~B.C. 27년 사이의 공화정기’, ‘B.C. 27~A.D. 476년 사이의 제정기’로 나뉜다. 로마 사회는 실용적·실리적·공리적 사회였으며 이를 뒷받침할 정치, 제도, 법의 정비가 잘 이루어진 사회였다. 법이 지배하는 곳에서 더욱 윤리적 의무가 부과되는 속성에 따라 로마 사회는 강력한 윤리적 덕목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한번 도덕과 윤리가 붕괴되면 도리어 그 사회체제 전반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로마는 자살했다.”라는 유명한 금언처럼 초기 강력한 제도와 법의 실천으로 이상적 국가 형태를 갖춘 로마는 후기로 갈수록 가장 타락한 사회의 모형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영광과 자멸을 동시에 경험한 로마 사회의 특징을 그리스사회의 특징과 비교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로마인은 실제적·현실적·공리적이었다. 그리스인들이 추상적 관념을 중심으로 이데아의 발견을 교육목적으로 설정한 데 반해 로마인들은 이상을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과 제도의 구축에 관심을 가졌다. 로마인들이 강조한 실생활의 가치는 제도가 실생활에 적용되었을 때의 유용성과 실효성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의 가치는 이상적인 인간의 합리성, 예술적인 조화와 균형 등에 있었다.

 

둘째, 엄격한 법과 도덕의 적용을 강조하였다. 그리스의 법과 도덕이 이상적 윤리와 이데아의 탐구와 같은 관념적 성격을 가진 반면, 로마의 법과 도덕은 실제 생활을 영위하는 것과 관련된 강건하고, 국가와 남성의 권위를 절대시하며, 실제 생활에서 요구되는 정적과 분별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셋째, 로마 사회는 그리스와 유사하게 정치, 사회 전반에서 도론 문화를 중요시하였다. 그리스 사회의 중요 교육내용이었던 웅변, 수사의 중요성이 로마 시대에도 강조되었다.

 

로마 교육의 기초는 그리스 시대의 교육이지만 그리스 시대보다 실천적 측면의 강조를 특징으로 한다. 로마의 교육목적은 강한 의지와 실천력을 가진 인간을 기르는 것으로 인내, 신중, 용기, 의무감 같은 덕목을 중요시하였다.

 

2. 로마 시대의 유아교육

유아교육사상사의 입장에서 로마 시대의 교육을 시대적으로 구분할 때 로마의 정치적 시대구분을 따르지만 왕정기에는 가정과 국가의 교육이 특별한 형태를 가지지 않은 비형식적 교육으로 구성되어 특별한 교육사적 기여를 찾기 어렵다. 왕정기의 유아교육은 남아를 대상으로 아버지의 행동을 모방하여 습관형성, 설계적 도덕성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덕목 학습 등을 중요한 교육내용으로 보았다. 또한 여아는 어머니에게 교육이 일임되어 온화함과 정서교육의 측면을 강조하는 정도의 교육이 이루어졌다.

 

로마 시대의 유아교육은 구체적인 교육내용이 존재하는 공화정과 제정기를 대상으로 한다. 먼저 공화정 시대의 유아교육을 살펴보자.

 

1) 공화정 시대의 유아교육

공화정기는 B.C.509년 이후 원로원에 의해 통치되던 시기로 B.C. 27년 제정기 이전까지의 시기를 의미한다. 공화정 시대는 초기 로마로 가장 순수한 로마 사회로 볼 수 있다. 이때 로마에서 기르고자 한 인간상은 조화롭고 건전한 ‘덕(德, virtue)’을 지닌 전인으로 가정과 사회 모두가 교육적 기능을 담당하였다. 공화정 시대는 아직 로마가 그리스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대립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였기에 군사적 훈련 또한 중요한 교육내용이었다. 공화정 시대의 가장 실제적 교육목적은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시민이자, 전시에는 용감하고 순종적인 군인의 양성이었다. 따라서 경건, 복종, 순종, 부모와 국가에 대한 존경심 등이 중요한 교육덕목이 되었다. 공화정 시대 로마 유아교육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에 의한 가정교육이 유아교육의 중심이었다. 이 시기 아버지는 자녀교육에 절대적 권한을 가졌다. B.C. 450년 제정된 로마 기본법인 「12동판법(the laws of twelve tables)」에 따르면 아버지에게는 자녀의 생사여탈권이 있었다. 또한 자식을 노예로 팔거나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었다. 물론 부권의 절대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유아를 학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버지는 일상생활과 종교생활에 참여하면서 유아에게 신성함을 체득하게 하고 승마, 격투, 검술 등을 시범 보이고 연습시켰다. 또한 기본적인 독(讀), 서(書), 산(算)을 학습시키기도 했다.

 

로마 시대 어머니를 뜻하는 ‘Matrona’는 존경, 고귀, 유덕함의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로마 교육에서 어머니의 위치를 말해 준다. 어머니는 가정교육의 중심에서 국가에 대한 봉사, 가사, 방직 등을 교육시켰다.

 

둘째, 공화정 후기부터 형식적 교육제도가 등장하였다. 초기 공화정 시대가 가정교육 중심의 비형식적 교육이었던 것에 반해 후기 공화정 시대에는 가정교사와 노복(paidagogos)을 고용한 형식적 교육이 시작되었다. 또한 초보적인 독, 서, 산을 교수하는 루두스(ludus)가 설립되었다. 이때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독서교사(grammaticus, literatus)라 지칭하였다. 이들은 가정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였고 실제 교육의 주도권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셋째, 상류층을 중심으로 그리스 문화 중심의 교육이 성행하였다. 공화정 후기가 되면서 그리스 문화가 로마로 침투하였다. 특히 귀족의 자녀를 중심으로 변론술, 수사, 문법 등의 ‘3학’을 내용으로 대중을 지도하고 설득하는 정치교육이 실시되었다. 그리스 문화의 유입에 대한 경계의 우려를 반영하여 귀족이지만 로마식 가정교육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2) 제정 시대의 유아교육

제정 시대는 B.C. 27년 아우구스투스가 로마를 통치하기 시작한 시대부터 A.D. 476년까지 약 500년간이다. 이 시기는 로마의 황금기였으며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를 유지하던 시기이다. 그러나 지나친 평화가 사치와 향락, 쾌락에 도취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시대는 로마가 정복한 그리스에서 tnaksag은 학자와 저서가 유입되어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른바 그리스적 로마 시대(Greco-Roman)로 지칭된다. 제정 시대는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분리되어 각 기능별로 분화된 시기이다. 이때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바람직한 인간은 수사적 능력을 갖춘 웅변가(orator)의 양성이었다. 제정 시대의 교육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정 시대의 교육은 가정교육이 중심이었던 양친 중심의 교육에서 그리스식 학교교육으로 전환되었다. 학교교육의 내용 또한 문법, 수사, 논리 등의 그리스식 교과로 대치되고 「12동판법」대신 그리스식의 서사시가 교육내용이 되었다.

 

둘째, 언어 숙달을 중요한 교육목적으로 설정했다. 제정 시대는 공화정 시대보다 문화적 다원성과 복잡한 사회구성이 특징인 사회였다. 따라서 공적인 내용의 전달을 위한 언어 숙달이 강조외었으므로 철학가, 정치가, 군인, 법률가의 소양을 모두 갖춘 웅변가의 양성이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제정 시대의 초기 교육은 여러 가지 덕성과 실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양의 주입이 주요한 내용이 되었다.

 

< 유아교육철학 및 교육사, 김희태·정석환, KNOUPRESS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