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과정의 정의
교육과정에 관한 이해는 교육, 적어도 형식교육인 학교교육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구체적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흔히 교육의 내용을 나타내는 용어로 이해되고 있으나, ‘교육의 내용’이란 모호한 말이다. 그것은 때로는 교과를 가리키는 말로, 때로는 학문의 영역을, 때로는 계획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가르치는 특정한 지식과 기술을 뜻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과정은 학생이 공부할 과정(the course of study)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전문적인 용어로서의 ‘교육과정’은 ‘아동·학생이 교육기관에서 경험할 모든 교육적 내용의 총체’로 이해되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정의를 따른다면, 학교의 교육과정을 논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우리는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형성될 습관과 태도 그리고 학교가 아동·학생에게 주는 온갖 영향을 전부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광의의 교육과정의 개념에 의하면, 명백히 계획되고 조직된 내용을 ‘표면적 교육과정’이라고 하고, 그 외의 것을 ‘잠재적 교육과정’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교육과정’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통용될 의미를 밝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의 전반적 과정에 포함된 요소들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를 밝혀 둘 필요는 있다.
‘교육’이라고 일컬어지는 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 사회의 교육활동을 구분하는 다양한 단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교육목표는 각각의 단위활동을 특징짓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교육의 내용이란 바로 교육목표를 더 하위의 단위활동을 위하여 상세화한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교육의 내용을 교육의 목표에 의해서 밝혀진 활동의 범위라고 한다면, 교육의 내용은 교육의 목적을 만족시키고 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은 교육의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교육의 목적에 비추어 타당하게 선택된 것이며, 교육의 방법적 원리의 적용이 가능하도록 조직된 것이다. 주어진 단위 교육활동의 목표는 하위 단위의 활동들을 포함하므로 교육의 내용은 교육목표들의 체제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체제는 어떤 방법적 원리의 적용이 가능하도록 조직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은 교육의 목적 또는 교육의 규범적 조건에 비추어 합리적이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의 준거가 교육의 개념에서 도출된 준거, 교육목적과 방법으로부터 나오는 준거들을 포함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 정의는 이론가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교육과정의 목적인 무엇인가? 교육과정은 학생과 교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대체적으로 교육과정을 정의하는 방법은 교육과정에 대한 접근방법에 따라 다르다. 교육과정의 정의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정의는 ‘구체적이고 처방적인 것’ 대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것’ 두 극단을 나타낸다. 교육과정은 바람직한 목적 혹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전략을 포함하는 활동계획 또는 문서라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타일러와 타바(Tyler & Taba)의 정의로서 교육과정에 대한 직선적인 관점을 보여 준다. 계획자가 밟아야 할 단계는 미리 계열화되어 있고, 계획은 과정(또는 수단) 뿐만 아니라 처음과 끝이 있으며 순서대로 진행된다. 교육과정에 대하여 행동주의적·관리적·체제적 접근방법을 취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정의에 동의한다. 예를 들면 세일러(J. Galen Saylor)는 교육과정을 ‘교육받을 사람을 위해 일련의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정의한다. 프랫(David Pratt)은 ‘교육과정이란 교육의 의도를 조직화해 놓은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목적·설계·적용·평가’를 포함하는 4단계 계획으로 보기도 한다. 교육과정 연구자의 목적은 ‘계획의 의도가 가능한 한 충분한 정도로 실행되었는지’를 보는 데에 있다. 목적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교육과정은 보다 포괄적으로 학습자의 ‘경험’을 다루는 것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지어 학교 밖에 있는 것(그것이 계획된 것으로 인한)도 교육과정의 일부로 간주한다. 이러한 견해는 교육과정은 ‘아동이 교사의 지도하에 가지게 되는 모든 경험’이라는 1930년대 이래의 견해뿐만 아니라 경험과 교육에 관한 듀이(Dewey)의 정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인간주의적 교육과정 학자들과 초등학교 교육과정 학자는 이 정의에 동의하며, 점차 교과서 저술가들에 의해 보다 포괄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셰퍼드와 레이건(Shepherd & Ragan)은 “교육과정은 학교의 지도하에서 아동들의 계속적인 경험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즉, 교육과정은 ‘아동이 학교 안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기실현을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사람과 교육의 제 과정을 다루기 위한 체제, 혹은 그 체제를 실행하기 위한 절차를 조직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체제는 직선적일 수도 있고 비직선적일 수도 있다. 직선적 체제는 단순한 수단-목적 관계로서 과정 혹은 수단은 바람직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정된다.
그러나 비직선적 체제는 교육과정 전문가가 융통성을 가지고 모형의 다양한 지점으로 들어가 몇몇 구성요소나 부분을 생략하고 순서를 반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며, 하나 이상의 구성요소를 동시에 다룰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의미의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는 대체로 실제적인 것이 아니라 학문적이고 이론적이며, 광범위한 역사적·철학적·사회적 쟁점과 관련된다.
또한 교육과정은 교과(수학, 과학, 영어, 역사 등) 혹은 내용(정보를 조직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의 교육과정, 즉 교과 혹은 내용은 다양한 학년 수준에 걸쳐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을 이와 같이 정의하는 경우 강조되는 것은 특정 교과나 교과군의 사실이나 개념, 그 특정 교과의 일반화일 뿐이며, 교육과정 전반에 걸친 교육과정 개발의 포괄적 개념이나 원리는 강조되지 않는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교과나 학년에 비추어 생각하지만 이론가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대부분의 교과와 학년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개념과 원리를 검토하기를 원한다.
< 교육과정, 홍순정·김재춘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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