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존주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보수적인 교육철학이론인 항존주의는 관념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미국교육은 이러한 항존주의적 사고방식의 지배를 받아 왔다. 초등교육 수준에서는 도덕교육과 종교교육뿐만 아니라 읽기, 말하기, 셈하기의 세 가지 기본교과 교육이 강조되었으며, 중등교육 수준에서는 라틴어, 희랍어, 문법, 수사학, 논리학, 기하학 등의 교과가 강조되었다.
항존주의는 과거, 특히 보편적으로 합의된 지식과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가치로 이루어진 과거의 문화유산에 의존하는 교육철학적 입장을 가리킨다. 항존주의자는 인간의 본성은 항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항존주의자가 생각하는 교육과정은 교과중심적인 성격을 띤다. 그것은 분과학문이나 논리적으로 조직된 지식의 체계로 주로 이루어지며, 언어, 문학, 수학, 예술, 교과에 중점을 둔 ‘자유’교육적인 성격을 띤다. 교사는 해당 분야의 권위자이며, 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견해는 인정된다. 기본적으로 교수는 질문, 설명, 강의 등으로 이루어지는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에 의존한다. 학생은 미성숙한 인간이며 배워야 할 지식과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능력이 결여된 사람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학생의 관심은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가르칠 단 하나의 교육과정만 존재하며 거기에는 선택과목이 아닌 직업교육 또는 기술교육을 위한 내용을 다룰 여지가 없다.
1) 항구적 탐구
항존주의자에 의하면 인류의 지적 유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 곧 항구적 탐구이다. 그것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자유교과라 부르는 것, 혹은 서구사상과 과학적·문화적 지식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책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위대한 사상가의 저술을 읽고 토론하게 함으로써 마음을 도야하고 지성을 연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것으로 구성된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을 이성적인 것으로, 지식은 절대적이고 변화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허친스(Hutchins)에 의하면 이러한 교육은 지성을 연마시키는 데 목적이 있으며 전문교육이나 예비 직업교육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실용주의적 교육과도 다르며 정신을 도야시키기 위하여 마련된 교육이며 개인이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여러 가지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는 물론 삶과 현실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보편적이고 폭넓은 교육이다. 과거의 위대한 사상을 공부함으로써 인간은 미래의 삶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 자유교과로의 복귀
블룸(Bloom)은 문화적 상대주의-현실적인 추구, 즉각적 결정, 적합성과 자아존중감 등의 강조-가 미굮육의 질을 하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진지한 자유교과교육과 과학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과거의 위대한 작품과 사상과 단절됨으로써 교육적으로 깊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현재 미국의 교육제도는 사람을 교육시키고 진지한 학습과 학문을 위한 장소를 제공한다는 기본적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보다 도전적이고 국가적 문화의 보존에 필수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 본질주의
본질주의는 항존주의와 함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교육철학의 하나이다. 이것은 관념론과 실재론 두 가지에 뿌리를 두고 1930년대 진보주의에 대한 반격으로 일어나 1950년대와 1960년대 냉전시대와 스푸트니크 쇼크 시대에 주도권을 잡았다. 본질주의자에 의하면 학교 교육과정은 기본과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읽기, 쓰기, 셈하기의 3R 교육에 충실해야 하며, 중등학교 수준에서는 영어, 과학, 역사, 외국어 교육의 5개 주요 교과에 충실해야 한다. 항존주의와 마찬가지로 본질주의도 교육과정의 내용을 강조하지만 과거의 문화유산에 뿌리를 두지 않고 동시대적인 것을 더 강조한다. 항존주의와 더불어 본질주의도 학생의 마음을 사실과 지식을 흡수하는 스펀지로 본다. 그러나 본질주의자들은 개념적 사고와 교과의 원리, 그리고 이론의 습득에도 관심을 가지며 학생의 개별적 능력에 따라 학습의 진도가 조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존주의자와 마찬가지로 본질주의자는 각 교과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기본능력, 사실, 개념의 완전한 습득을 강조한다. 학생의 개인적 관심이나 사회적 이슈를 고려하는 교육과정, 그리고 심리학적 이론에 의거한 교수방법은 쓸모없다고 주장한다. 교사의 역할에 대한 본질주의의 입장은 항존주의의 견해를 그대로 따른다. 교사는 특정 교과나 학문의 전문가이며, 모범이다. 오늘날 본질주의는 학업 성취기준을 올리고 학생의 공부와 마음을 더욱 발달시켜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에 잘 반영되어있다.
1) 기본 교육과정으로의 복귀
학업성취도 미달 학생의 자동 진급, 많은 선택과목, 공부보다는 재미를 위해 꾸며진 교과서 등이 학생의 기본 학업능력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자주 언급된다. 오늘날의 걱정은 학업의 수월성이나 학구열보다는 기본으로의 복귀를 요구하는 것이다.
기본 교육과정으로의 복귀운동이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것은 대체로 초등학교에서는 읽기, 쓰기, 수학을 강조하는 본질주의적인 교육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영어, 역사, 과학, 수학과 같은 ‘중심교과’는 전 학년에 걸쳐 가르친다. 이러한 과목은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할 젓으로 규정된다. 선택 강좌나 단기 강좌는 말할 것도 없고 통합 사회과학 강좌나 교양과학 강좌는 ‘경(輕)교과(soft subject)’로 간주되었다. 이들은 최소하의 성취기준은 정해야 하고 기본 학습능력과 학문적 지식이 현대사회에서의 일상생활과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합당한 고등학교와 단과대학 교육기준을 주장한다.
2) 내용 강조, 과정 소홀
본질주의자들은 사실을 많이 알면 읽고 보고 듣는 것을 이해하는 학생들의 능력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배경 지식 또는 본질적 지식의 핵심을 습득하는 것은 미래의 의사소통 활동과 전공공부를 위하여 중요하다고 본다. 본질주의자들은 교육내용을 무시하고 교육의 과정이나 사고기술을 강조하는 최근의 교육 경향으로 말미암아 국민의 교양수준이 저하되었다고 주장한다.
3) 교육의 수월성
기본 교육과정으로의 복귀운동이 가져온 파급효과는 1980년대 학교교육에서의 수월성 강조, 많은 전공과정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본질주의자들이 학교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냉전시대 이후 스푸트니크 시대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현재 그것은 과학기술과 경제력 문제라는 보다 폭 넓은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학교교육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의 수월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 그에 따른 수월성, 즉 언어, 인문, 음악, 공간 지각, 신체동작, 도덕, 인간관계, 개인심리, 정보처리 등의 수월성에 대한 경시 경향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또한 수월성의 강조가 실망감을 안겨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본 교육과정으로의 복귀운동의 주제는 적합성이 아닌 수월성, 즉 다양한 형태의 수월성이다. 학생은 기본 혹은 선수 학습능력을 완벽하게 습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다 뛰어나야 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문제해결 능력도 갖추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4) 학문적 수월성의 판별과 보상
학교는 보다 높은 학업 성취기준과 더불어 학생의 성취를 높이기 위한 학업 동기부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높은 성취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보상하는 몇 가지 방법적 제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아동, 특히 저학년 아동의 학습에 부모를 참여시킨다. 아동의 학습을 어떻게 도와주고 어떻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지, 어떻게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부모를 위한 강좌를 개설한다.
② 모든 과목을 A 받은 학생, 상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 졸업생 대표 등과 같이 과거와 현재의 ‘공부 모범생’ 명단을 우등생 벽보에 게시한다.
③ 우등생 수를 늘리고 개인별 성적표를 부모에게 보내고 학교 소식지에 이름을 실음으로써 얼마나 진보하고 성취하였는지를 통보한다.
④ 교사는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각 학년별 1등을 선별하고 상으로 상장, 상패, 매달, 트로피, 저축증서, 고전 책들을 수여할 수 있다.
⑤ 매 학기 학업문제를 위한 특별회의를 가진다. 지역 신문이나 잡지에 우등생 이름을 게시한다.
⑥ 한두 가지 과목에서 보조를 필요로 하는 보통 학생들을 위하여 가정학습이나 개인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동료교사로 활용할 수 도 있다.
⑦ 공부 잘하는 학생을 학교의 운동선수만큼이나 존중한다. 우등생 클럽을 만들어 지원자에게 지위를 부여한다.
⑧ 지역의 경제 산업체와 협력하여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널리 알리고 포상한다.
⑨ 과거와 현재의 우등생을 포함하여 학생 지도자를 담은 영상물을 만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곧 성공적인 동문을 만드는 일임을 상기시킨다.
⑩ 학생들 사이에서의 학업에 대한 지나친 경쟁을 경계한다. 지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능력 있는 학생을 판별하기 위해 노력한다.
⑪ 특정 분야에 보조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나 NAEP(국가 학업성취도 평가), ACT(미국 대학능력시험), 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를 대비하는 학생을 위하여 토요일이나 여름방학 동안 공부 클럽, 독서 클럽, 기타 다른 기술을 익히는 클럽을 마련한다.
< 교육과정, 홍순정·김재춘 / KNOU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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