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문주의 시대의 유아교육-페스탈로치의 유아교육사상과 원리

1 유아교육사상과 원리

1) 유아교육사상

페스탈로치의 유아교육사상은 그리브스(J. P. Greaves)에게 보낸 《유아교육서한집(Letter on Early Education)》에 잘 나타나 있다. 《유아교육서한집》은 34통의 서한으로 되어 있는 페스탈로치의 유아교육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문헌이다. 이 서한집에서 페스탈로치는 교육목적을 인간개혁과 사회개혁에 두고 있다. 교육의 본질은 구체적으로 인간을 도야하는 것이며, 도야된 인간을 통해 인간을 개혁하고, 개혁된 인간을 통해 사회개혁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서한집에서 페스탈로치는 교육의 목적을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진술한다(김희태 곽노의 백혜리, 2010).

 

첫째, 하느님이 각자에게 부여한 능력의 계발

둘째, 여러 능력의 조화로운 계발에 의한 인격 도야

셋째, 각자가 하느님이 맡기신 몫을 하면서 개성을 실현시키는 일

넷째, 그 삶으로 사회의 바람직한 일꾼이 되는 일

다섯째, 궁극적으로 인류의 완성을 기하며 믿음, 소망, 사랑을 실천하는 일

 

페스탈로치는 교육이란 개인적 차원에서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개인을 사회의 유용한 성원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하였다.

 

2) 유아교육원리

페스탈로치는 유아교육은 인간 교육의 기초이자 모든 교육의 기본이며 정서교육이 최우선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위한 방법들로는 가정공동체 안에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실물을 통해 개념들을 내면화하는 실물교육, 가장 기본적인 것을 몸에 지니게 하는 습관교육 등과 자기활동성 및 노작교육 등을 강조하였다(김정환, 1989).

 

① 조화와 균형의 원리

페스탈로치에 의하면 인간은 지적(Head)·도덕적(Heart)·기능적(Hand)인 것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 도덕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제 능력(3H)의 조화적 발전을 교육의 이상으로 하였다. 이 능력들의 발달 순서를 계열화하기 어렵지만 도덕적인 목표가 지적 목표보다 더 궁극적이다. 이를 위해 자유, 흥미 존중, 신체활동, 사랑이 조화되어야 하며, 그중에서 사랑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또한 페스탈로치는 사회적 원리를 제시하였다. 즉, 인간성의 발현은 단순히 자연성의 발현이 아니라 사회 맥락 속에서 발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사회개혁의 수단이고, 사회개혁에 교육은 힘을 발휘하며, 이의 중심이 가정이다. 가정은 인류의 보편적 관계를 실천할 수 있으며 참다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② 합자연의 원리

페스탈로치의 교육사상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는 합자연의(合自然) 원리이다. 합자연의 원리는 페스탈로치가 생각하는 자연관에 근거한다. 자연은 악(惡③)에 가득차 있거나 싸워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 형성의 보금자리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본연에 합치하게 교육하는 것이 곧 인간을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즉 정원사가 그 기술을 자연의 힘과 법칙에서 배우면서 식물을 키워 가듯이 교사는 유아의 내부세계와 발전과정, 유아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성질과 발전법칙을 잘 이해하여 교육해야 한다. 자연이 결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다리지 않는 인위적인 교육은 유아를 겉으로만 변화시킬 뿐이다. 즉, 자연의 법칙에 의한 인간의 도야는 인간이 가진 힘의 자기발견이므로 자기 스스로의 성장을 주위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합자연의 원리는 페스탈로치의 교육원리 가운데 최고의 원리이며, 이를 통해 조화 원리, 직관 원리, 자발성 원리, 노작 원리 등이 도출된다.

 

③ 가정교육론

페스탈로치는 가정은 사회, 국가, 세계를 구성하는 중심이며, 자연의 길, 진리의 길이 순수하게 구현된 곳이라고 보았다. 가정은 인간에게 평안함과 질서, 정신건강 등을 제공하는 본질적인 곳이다.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정을 인간교육이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하였다. 성인의 세계가 있듯이 유아도 자기 고유의 세계가 있으며, 유아의 내면에 인간의 모든 능력이 내재하고 있으며 이를 펼치게 하는 곳이 가정이라는 것이다.

 

유아교육의 기초인 가정에서 양친과 유아들이 애정 넘치게 생활하는 것이 가장 탁월한 유아교육이다. 유아가 넓은 세계로 인도될 때까지 부모는 유아의 신체적·도덕적·지적 발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가정에서 유아를 사랑과 관심으로 돌보며, 이를 통해 도덕적·지적·신체적으로 조화로운 발달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페스탈로치는 가정에서의 교육은 양친이 맡아야 하며 특히 어머니의 모성애는 교육의 제1조건이자 원동력이라고 하였다. 《린하르트와 게르트루트》에 있듯이 가정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즐거움은 이 땅에서 가장 좋은 즐거움이고,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즐거움은 인류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다. 이처럼 페스탈로치는 유아는 가정에서 신의 사랑을 느끼면서 어머니의 보호와 사랑으로 길러져야 하고, 가정에서 한 인간의 개성이 형성되고 가정환경의 조건이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학교교육도 가정교육에 기초를 두면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린하르트와 게르트루트》에서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가정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도덕적인 질서는 물론 생활의 질서가 있어야 한다.

둘째, 자연도 순서가 있으므로 유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서 알맞도록 가르친다.

셋째, 유아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는 주체가 되도록 유의한다.

넷째, 유아의 욕구와 흥미, 감정을 중시하고 인식에 기초를 두어 인간성의 조화와 통일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다섯째, 가정은 인간형성, 종교, 도덕교육의 터전이며 이것의 원천은 어머니의 모성애이다.

여섯째, 가정은 기초교육과 자기활동성이 전개되는 실질적인 교육의 장(場)이어야 한다.

일곱째, 가정에서 언어보다 실물로 가르쳐야 한다.

 

④ 부모교육론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해 보면 유아기는 봄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유아기에는 좀 더 많은 사랑과 풍부한 인격의 틀을 확립하지 못하면 봄에 씨를 잘못 뿌린 것과 같다. 그러므로 부모는 유아가 성장하면서 차츰 자기통제와 자기희생, 협동, 지연 만족 등의 능력을 습득할 수 있게 하고 탐색과 모험을 즐기도록 격려해야 한다. 페스탈로치는 부모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부터 가르침은 시작되며 어머니는 가장 훌륭한 교사이고 가정은 가장 좋은 교육의 장이다.

 

둘째, 자녀들이 부모에게 순종하며 가족을 본받고 겸손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페스탈로치는 부모에게 순종하고 실천적인 유아가 되기 위해 교육에서 체벌도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의(義)를 위해서는 사랑만으로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매질을 하지 않는다면 의붓아버지이며, 매를 못 맞는 아이는 사생아라고 하면서 아버지는 매을 들어야 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몸으로 유아를 감싸야 한다고 하였다. 아버지가 매를 못 들고 어머니가 방관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이므로 참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았다.

 

페스탈로치는 가정과 어머니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유아는 어머니의 젖으로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지만 이와 더불어 정신적 영양, 즉 사랑, 순종, 신뢰 등을 흡수하기 때문에 가정은 중요한 교육의 장(場)이며 어머니는 훌륭한 교사이다.

 

< 유아교육철학 및 교육사, 김희태·정석환, KNOUPRESS ＞